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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경기도 휴마시스 군포공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생산되고 있다.
 23일 오후 경기도 휴마시스 군포공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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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3일 두 가지 방역대책을 발표했다. 하나는 자가검사키트의 조건부 허가, 다른 하나는 경북 12개 지역에 1주일 간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 시범 도입이다.

살펴보면 두 대책은 상반된 내용이다. 한쪽에서는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검사량 증대를 위해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5인 이상 집합 금지' 해제를 골자로 사실상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책들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 출시되고 있는 자가검사키트의 경우 정확성이 떨어져 개인이 사용하게 될 경우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럼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2일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지 2주도 안 돼 시중 판매를 결정했다. 식약처는 7~10일 후 약국이나 인터넷에서 구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틀 연속 700명대 후반을 기록하며 신규 확진자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 강화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일부 지역 완화' 조치를 한 것 역시, 국민들의 '방역 긴장감'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방역당국 기조의 변화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을 맡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예방접종 이상 반응 신고사례 및 조사 경과 등의 브리핑을 마친 뒤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을 맡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예방접종 이상 반응 신고사례 및 조사 경과 등의 브리핑을 마친 뒤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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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가검사키트는 기존 정치권의 도입 추진에 일관되게 반대해오던 방역당국의 기조가 4월부터 바뀐 데 이어, 한 달도 안 돼 판매 결정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문을 남기고 있다.

당초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자가 진단을 하려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나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 좀 더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지난해 12월 14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라거나 "영국, 슬로바키아 등에서 실시했지만, 이미 실패 사례로 해서 중단한 바 있다. 전문가도 정확성 등 지적이 많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2월 3일 나성웅 질병관리청 차장) 등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왔다.

그러던 질병청의 입장이 이달 초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2일에 열리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산하 방역물품·의료기기 전문위원회'에서 자가검사키트 활용방안에 대해서 논의한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빠른 도입은 쉽지 않아보였다. 정은경 청장은 지난 5일 방대본 브리핑에서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한 그런 진단키트를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계속 검토가 진행중에 있다"라며 개발 지원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지난 12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에서도 "검사가 일정 수준 이상 정확도가 담보가 되는 그런 제품들이 도입된다는 것을 전제로 도입-활용에 대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라면서 일관되게 '검사의 정확도 확보'를 강조했다.

전문가들 말렸지만... 질병청, 정치권 압박에 밀렸나?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시연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신속한 진단을 위해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나섰으며, 오세훈 서울시장도 '자가 진단키트' 승인을 정부에 촉구했다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시연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신속한 진단을 위해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나섰으며, 오세훈 서울시장도 "자가 진단키트" 승인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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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식약처가 추후 자가검사에 대한 임상 자료를 3개월 내에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한 에스디바이오센서, 휴마시스의 제품은 국내에서는 전문가용으로 허가를 받은 '신속 항원법'을 이용하는 검사키트다. 외국에서는 자가검사용 임상시험을 실시하여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은 독일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실시한 임상적 성능시험에서 민감도 82.5%(33/40명), 특이도 100%(105/105명)로 나타났다. 휴마시스 제품의 체코와 브라질 시험에서는 민감도 92.9%(52/56명), 특이도 99.0%(95/96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 받은 에스디바이오센서 키트를 일반적인 진단검사에 쓰이는 PCR 검사와 비교해 검증했을 때는 민감도가 29%로 나타났다. 심지어 서울대병원 연구진 조사에서는 민감도가 17.5%로 나타나면서 자가검사키트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문가와 달리 일반인은 바이러스가 많은 비인두(코 안쪽)까지 넣어 검체를 채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식약처는 "조건부 허가 제품은 정식 허가 제품이 나오기 이전에 한시적(3개월)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허가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위양성' 비율이 높을 경우 오히려 혼란만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식약처가 조건부 허가 했음에도 24일 방대본 브리핑에서 질병청 관계자들은 "사용이 편리하지만 성능이 낮다", "제한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 "증상이 있으신 분은 PCR법으로 (검사)받아 달라"라는 내용의 발언을 이어갔다. 심지어 이 제품들은 건강보험도 적용 안 되며, 가격은 만원 안팎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PCR 검사를 어디서든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질병청 스스로 '성능이 낮다'라고 한 데다가, 가격도 비싼 제품을 왜 시중에 내놓았냐는 의문이 제기될 만한 상황이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청과 전문가 집단이 정치권의 압박에 밀린 상황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 초 자문회의에서도 다수의 전문가가 반대했지만, 결국 도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문가들의 80% 이상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상황이다. 자가검사키트 도입은 정말 비합리적인 결정이다"라고 꼬집었다.

"800명대 앞두고 새로운 거리두기? 시기가 적절치 않아"
 
경북도가 오는 26일부터 일주일간 인구 10만 명 이하 군 지역 12곳에 대해 전국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시범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범 시행 브리핑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경북도가 오는 26일부터 일주일간 인구 10만 명 이하 군 지역 12곳에 대해 전국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시범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범 시행 브리핑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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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의 인구 10만 이하 12개 지역에서 오는 26일부터 1주일간 시범적으로 시행되는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많다.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4일 "(해당 지역은) 하루 평균 1명 미만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유행상황이 안정되어 있어 거리두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라며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의 1단계를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새 거리두기 1단계가 시행되면 영화관, 공연장, 도소매업 이용 인원의 제한이 해제되고, 종교시설 수용인원이 30%에서 50%로 확대된다. 원래 1단계에서는 사적모임 제한이 완전히 풀리지만, 이번 시범 적용에서는 '9인 미만 모임 허용'으로 대체한다.

'집합금지'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거리두기 시행을 위해서 지난 2월부터 정부는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2월 이후 계속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섣불리 개편안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북 지역의 일부 시범 적용은 관광객 방문이나 종교시설 활동 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주 국내 발생 일 평균 확진자는 659.1 (4.18~4.24)명으로 지난주 621.2명(4.11~4.17)보다 약 37명 증가했다. 백신 접종이나 치료제 사용 등으로 위중증 환자가 감소한 측면은 있지만, 여전히 대유행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유행을 안정시켜놓고 개편안을 시행해야 한다. 현 상황에 맞지 않는 조치"라며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지도 않고 있다. 일단 유행을 막을 수 있는 정책적인 '브레이크'부터 고려해야 할 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또한 "거리두기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적으로는 적절치 않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자가검사키트, #코로나19,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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