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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이 몹시도 작고 천한 네가 어찌하여 사람만 보면 침을 흘리느냐?
밤중에 몰래 도둑질을 배운 너 따위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하느냐?

다산 정약용이 쓴 '증문'(憎蚊)이라는 시구로서 '모기를 증오' 한다는 뜻이다. 조선이 낳은 위대한 실학자 다산도 모기가 주는 스트레스는 참을 수 없었나 보다. 열대야의 괴로움을 가중시키는 서머타임 드라큘라 모기! 미국의 만화가 윈저 맥케이(Winsor McCay)는 1912년에 모기를 다룬 최초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How a Mosquito Operates(번역하면, 모기의 작동 방식)'라는 제목이다.

동서양을 떠나 고금을 막론하고 모기는 인류 최대의 적이다. WHO의 통계를 보면 전쟁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평균 47만 명이고, 독사나 광견병의 희생자는 각각 5만명과 2만 여 명이다. 이에 반해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75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모기가 매개하는 치명적인 질병은 말라리아를 비롯하여 상피병, 일본뇌염, 황열병, 뎅기열 등이다.

전 세계적으로 3500여 종의 모기가 있는데 1억 7천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에 처음 등장하여 공룡의 피를 빨아왔으며 오늘날에는 극지방을 제외한 모든 장소에 서식한다. 툰드라에 사는 모기는 동토층이 일시적으로 녹아 웅덩이를 형성하는 때를 맞춰 급격하게 세를 부린다. 수십 억 마리가 창궐하여 순록의 피를 하루에 300ml까지 빨아먹을 수 있다.

고인물에서 자라는 모기
 
 우리의 피를 빠는 모기는 오직 산란기에 들어선 암컷이다
우리의 피를 빠는 모기는 오직 산란기에 들어선 암컷이다 ⓒ envato elements
 
모기가 성충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물이 꼭 필요하다. 깡통에 담긴 적은 양의 물에서도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가 자랄 수 있다. 수영장, 웅덩이, 개울, 도랑, 폐 타이어나 화분 받침대의 고인 물에서도 유충이 자라난다. 대한민국의 아파트 보급률이 60퍼센트를 훌쩍 넘어서고 대형 건물이 도심을 장악하고 있는 지금에는 지하실과 정화 시설에서 1년 내내 모기가 생존한다.

우리의 피를 빠는 모기는 오직 산란기에 들어선 암컷이다. 수컷은 꽃과 과일의 즙을 먹고 살므로 흡혈을 하지 않는다. 암놈이 피를 빠는 이유는 알의 생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다. 배가 터질 정도로 피를 마신 모기는 물을 찾아 수면 위에 100~200개의 알을 낳는다. 이틀이 지나 부화한 애벌레는 물에 떠다니는 조류(algae)와 박테리아, 기타 미생물을 걸러 먹으며 자라난다.

애벌레는 싱크로나이즈를 하듯이 물 속에 거꾸로 서서 수면 위로 살짝 꽁무니를 내어 숨을 쉰다. 배 끝에는 자기 몸의 1/4 정도 되는 호흡관(Siphon)이 있다. 위험을 느끼면 꼬물거리며 더 깊이 잠수하므로 영어권에서는 씰룩이(wigglers)라는 고유명사로 부른다. 씰룩거리며 신경질적으로 몸을 흔든다는 뜻이다.
   
싱크로나이즈를 하고 있는 장구벌레. 꽁무니로 숨을 쉰다. 가운데 쉼표처럼 생긴 장구벌레가 번데기다.
싱크로나이즈를 하고 있는 장구벌레.꽁무니로 숨을 쉰다. 가운데 쉼표처럼 생긴 장구벌레가 번데기다. ⓒ wiki commons
 
애벌레의 모양과 습성으로 인하여 북한에서는 '곤두벌레'라고 칭하고 남한에서는 장구벌레라고 말한다. 각각 거꾸로 서서 곤두박질 치듯이 움직인다는 뜻과, 몸을 움추렸다가 튕기면서 헤엄치는 형상이 장구를 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졌다.

장구벌레는 수중에서 4번의 허물을 벗고 약 2주일 후에 번데기가 된다. 다른 곤충과는 달리 번데기 시절에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물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다. 번데기는 쉼표(comma) 아이콘 처럼 생겼으며 이틀이 지나면 허물을 벋고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빗방울 속의 장구벌레. 모기의 피해를 줄이려면 고인물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빗방울 속의 장구벌레.모기의 피해를 줄이려면 고인물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 이상헌
 
서구권에서는 오랫동안 모기의 피해를 입어왔기에 번데기까지도 고유한 이름을 갖고 있다. 바로 텀블러(tumbler)다. 보통 사람들은 물병을 생각하겠지만 유충이 배를 까뒤집어 수중제비를 도는 모습을 보고 명명했다.

사람들 중에 모기에 더 잘 물리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모기가 이끌리는 것은 우리가 호흡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체온이다. 대사활동이 왕성하여 땀과 CO2를 많이 배출하고 더위를 심하게 타는 사람일수록 더 많이 모기에 물린다. 살 찐 사람과 임산부, 아이들이 모기의 표적이 되는 까닭이다.

잘 씻지 않는 사람도 손쉬운 먹잇감이다. 발냄새와 같이 고약한 향취, 화장품에서 나는 강한 향기는 모기를 끌어들인다. 상체보다는 하체, 그 중에서도 종아리 아래에 피해가 집중되는 이유다. 또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쉽도록 밝은 옷보다는 어두운 색에 더 이끌린다.

모기장 두루고 죽부인 끼고

모기의 번식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은 서식지를 없애는 것이다. 주변에 고인물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지만, 뒷단속을 잘 하더라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옥내에 틈입한 모기는 어떻게 할까?

시중에 모기 관련 제품이 많이 나와 있다. 기피제를 비롯하여 전기 모기채, 식충 식물, 모기향, 스마트폰 앱 등이다. 기피제는 효험이 있기는 하지만 지속 시간이 한 두 시간 정도라서 사용이 제한적이다. 식충 식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초음파를 발산하여 모기를 쫓는다는 앱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모기향은 환기를 잘 시켜야 하고 모기약은 살충 성분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모기장을 치는 것이다. 피카소는 1906년에 '모기장이 있는 침대(Lit avec filet pour moustiques)'라는 작품을 남겼다. 1974년의 영화 <빠삐용>을 보면 죄수에게도 모기장을 지급한다. 노동력 상실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모기가 침입할 수 있는 창문과 현관문 등에는 방충망을 치고 실내에 다시 모기장을 두르면 완벽하게 모기를 막을 수 있다. 제일 단순한 방법이 가장 효과가 좋다. 게다가 모기장은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텐트를 치고 여행 나온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모기장에 들어 갈 때에도 영악한 모기가 침투하므로 입구에는 선풍기를 틀어 놓으면 모기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 혹시 모르니 모기장 안에 전기 모기채를 들고 죽부인을 다리 사이에 끼고 누우면 열대야에도 숙면을 취할 수 있으리.

덧붙이는 글 | 윈저 맥케이의 저서와 순록의 흡혈에 관한 내용은 아래 논문을 인용했습니다.
Canemaker, John (2005). Winsor McCay: His Life and Art. Abrams Books. p. 165. ISBN 978-0-8109-5941-5.
Fang J (July 2010). "Ecology: A world without mosquitoes". Nature. 466 (7305): 432–4. doi:10.1038/466432a.
장구벌레와 번데기가 나온 두 번째 사진은 James Gathany가 위키피디아에 공개한 오픈 소스입니다.


#모기#열대야#장구벌레#곤두벌레#MOSQU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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