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옥희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대표(왼쪽 두번 째) 등 울산시민 대표들이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월성1호기 당장 폐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방문해 1만26명의 시민 서명이 담긴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노옥희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대표(왼쪽 두번 째) 등 울산시민 대표들이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월성1호기 당장 폐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방문해 1만26명의 시민 서명이 담긴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관련사진보기


울산시 울주군을 비롯해 인근 부산 기장과 경주 월성 등 10여 기가 넘는 원전이 지역을 둘러싸고 있고, 앞으로도 신고리 5~6호기 원전이 건설되는 울산 시민들이 월성1호기 당장 폐쇄를 촉구하는 '울산 시민 만인 선언'을 했다.

시민 사회 등으로 구성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지난 1월 29일부터 3주간 지역 곳곳의 거리와 직장, 아파트 단지 등에서 서명 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1만 26명의 울산 시민이 서명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25일 오전 9시 45분 국회 정론관에서 '울산시민 만인 선언' 기자 회견을 열고, 월성 1호기 당장 폐쇄를 촉구하는 한편, 기자 회견 후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방문해 서명을 전달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울산 시민들은 현재 원전 사고와 노후 원전으로 불안한 하루를 살고 있다"며 "이번 만인 선언은 1차 선언에 불과한 것으로, 노후 원전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 폐쇄가 결정될 때까지 이 선언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 시민단체 "시민 불안, 현실의 절박함으로 나타나"

원전에 대한 울산 시민의 불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나자 불안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최근 원전 사고와 비리가 잇따르자 시민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번 1만인 선언은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온 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의 표현이다. (관련 기사 : "원전 7기... 울산 같은 곳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처럼 시민의 불안이 표출되자, 그동안 원전 문제에 주춤하던 울산시의회도 지난 13일 167회 임시회 2차 본 회의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수명 연장 중단 및 고리 원전 1호기 즉각 폐기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 결의안은 곧바로 지식경제부, 국회, 한국수력원자력에 전달된 바 있다.

노옥희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대표와 황혜주 아이쿱울산시민생협 이사장, 최수미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등 울산 지역 대표들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원식 의원과 함께 25일 가진 기자 회견에서 "월성 1호기에서 사고가 나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울산 시민들"이라며 "우리는 지금 모든 인류에게 단 하나의 보편적인 과제, 생명을 존중하고,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삶을 물러주는 것,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 선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울산 시민들은 지금 원전의 위협으로 불안과 공포가 일상이 된 삶을 살고 있다"며 "지난 연말 사이버 원전 테러 위협은 원전이 테러 대상이 될 수 있고, 영화 속 가상이 아니라 현실일 수 있음을 자각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동을 앞둔 신고리 3호기 배관에서 질소 가스가 새어나와 안전 관리를 담당하던 노동자 세 명의 죽음을 목격하고 신규 원전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며 "여기에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노후 원전 월성 1호기, 고리 1호기를 양 옆에 두고 사는 울산 시민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울산 시민의 불안은 다양한 상상으로 이어져 이미 현실의 절박함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든 상상의 사례는 엄마로서 아침에 학교로 간 아이를 저녁에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 회사 정문을 들어서면서 오늘 이곳이 나의 무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 평생 일궈온 내 집이 하루 아침에 폐허로 변할 수 있겠다는 상상, 119차가 지나가거나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혹시 원전 터진 거 아닌가'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이런 사례를 들며 "지금 울산시민들은 모이면 '저거 하나 터진다'는 말을 수시로 한다"고 우려했다.

울산 시민 대표 "당장 떠날 수 없는 게 현실, 뭔가 하지 않을 수 없어"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가진 울산 시민 대표들은 "울산에 사는 부모들은 자식들을 이런 지역에 살 수밖에 없게 한 자신이 후회스럽고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당장 떠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다면 여기 울산에 살고 있는 동안이라도 조금이나마 마음 붙이고 살기 위해서는 뭔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만인 선언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심사하고 있지만 몇몇 전문가가 몇 번의 회의를 통해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될 일뿐 아니라 표결로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월성 1호기는 지난 2년 동안 멈춰 있어도 전력 수급에 문제 없었고, 가동할수록 적자"라며 "안전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종주국 캐나다조차 포기한 원전을 왜 이리 고집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울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생각해 달라"며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한다면 불안에 떨며 일상을 살아가야 할 울산 시민의 고통을 느껴달라. 수명 끝난 월성1호기 폐쇄를 이번에 반드시 결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울산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울산환경운동연합, 울산시민연대, 새정치민주연합 울산시당,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 울산icoop생협, 어린이책시민연대 울산지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민주화노동추진위원회, 울산진보정치포럼, 정의당 울산시당, 평회캠프 울산지부, 노동당 울산시당, 울산YWCA, 울산인권운동연대, 울산녹색당,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울산건약, 울산건치, 좌파노동자회 울산위원회, 참교육학부모회 울산지부, 울산한살림, 울산장애인부모회가 함께 하고 있다.


#울산 원전도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