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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생활한다면?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삶을 앞장서서 실천하며 '에너지 독립운동'을 실행하는 사람이 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에너지독립 파시브 하우스 1,2호기, 서울 부암동에도 1기가 더 있다고 한다. 태양광패널과 나무판자로 외벽 단열을 한 것이 특이하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에너지독립 파시브 하우스 1,2호기, 서울 부암동에도 1기가 더 있다고 한다. 태양광패널과 나무판자로 외벽 단열을 한 것이 특이하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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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으로부터 독립 꿈꾸는 집

이원영 수원대 교수 중심으로 만들어진 '탈핵 에너지 교수모임'을 비롯해 원불교 이선종 교무, 초록교육연대의 이기영 상임대표, 태양의 학교 김은형 대표, 서울대, 연세대학교 학생 등 25명은 지난 9일 경기도 양평을 찾았다.

한국전력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에너지 독립'을 실천하는 최우석 박사(환경교육)의 '에너지 독립 하우스'를 찾기 위해서였다.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한지, 또 탈핵 운동의 대안으로서 가능한 일인지 확인한 후 필요하다면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최 박사의 에너지 독립하우스는 양평의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최 박사 부부가 생활하는 집이 에너지독립하우스 1호이고, 옆집은 최 박사의 여동생 집으로 에너지 독립하우스 2호다.

축전지와 인버터 등이 이곳에 보관되어 파시브하우스 두 동 건물의 태양광전기를 콘트롤하고 있다. 창고 뒤는 태양광온실로 이용할 것이라고 한다.
 축전지와 인버터 등이 이곳에 보관되어 파시브하우스 두 동 건물의 태양광전기를 콘트롤하고 있다. 창고 뒤는 태양광온실로 이용할 것이라고 한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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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박사는 에너지 독립하우스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전기를 생산해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가정이나 기업은 생산된 전기를 한전의 전력 송전계 통망에 연결해서 생산된 전기를 보내거나 부족한 전기는 받아서 생활한다"면서 "에너지 독립하우스는 한전 계통망의 연결 자체를 거부하고, 독립적으로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생산되는 전기를 쓴다"고 전했다.

최 박사의 에너지 독립하우스에선 조명과 난방, 취사 등 가정에서 필요한 일체의 전기를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최 박사는 "물론 태양광 판넬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우리 가정에서 사용하고 남을 수도 있지만 한전에 팔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생산해서 이용한다"며 "우리나라는 비교적 일조 시간이 길고 맑은 날이 많아서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장마철이나, 한겨울 눈이 올 때도 5일 이상 지속적으로 흐린 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생산된 전기를 축전지에 저장해 밤이나 흐린 날에도 사용할 수 있어 큰 문제 없이 에너지 독립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난방 문제도 함께 설명했다.

파시브하우스의 건물 구조와 시설 등에 대하여 안내를 하고 있는 최우석 박사
 파시브하우스의 건물 구조와 시설 등에 대하여 안내를 하고 있는 최우석 박사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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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 문제도 파시브 하우스를 지어서 생활하기 때문에 지난해 겨울에도 영하 5도 정도 되는 저녁에는 부탄가스 난로를 이용해 약간의 난방을 하면 실내 온도가 22도 정도 유지된다.

때문에 특별히 따로 난방하지 않고도 한겨울을 날 수 있었다. 집안에서 사용하는 냉장고, 컴퓨터, 전열기 등 모든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전기는 태양광으로 생산되는 전기를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한전 계통망에 연결하지 않고 에너지 독립을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최 박사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곳 파시브하우스에서는 변기에 물을 내리지 않고 대소변을 분리하여 거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곳 파시브하우스에서는 변기에 물을 내리지 않고 대소변을 분리하여 거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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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에너지의 한전 종속이 문제다.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는 전기 소비자들이 전기를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나 화석연료를 이용해 생산되는 전력 회사의 전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런 전기를 이용하지 않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자연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되는 전기를 이용하겠다고 마음 먹은 소비자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

사용 요금도 담당 회사에 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국전력이 전기 생산과 공급을 독점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문제다. 소비자들이 전기를 골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전에 대항해서 전기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소변 분리해서 거름으로 활용

그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턱없이 싸게 하는 등 전기 요금을 왜곡하면서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는 행태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무엇보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쓸 수 있을 때 탈핵의 길은 당겨질 수 있다"라며 "그런 차원에서 한전으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이루기 위해 나선 것이다"라고 밝혔다.

건물의 바닥 면적은 20평(66제곱미터)이지만 절반가량은 목재를 사용해 2층으로 지었기 때문에 연면적 30평 규모로 생활 공간이 꽤 넓었다. 전기 뿐 아니라 하수도도 독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화장실의 변기도 수세식이 아닌 대소변을 분리할 수 있는 변기를 사용해 대소변을 따로 모아 발효시킨 뒤 거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환기 장치가 잘 되어 있어서 냄새는 모두 배출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 이하를 유지하기 때문에 쾌적한 공기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최 박사는 파시브하우스와 일반 주택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파시브하우스는 단열이 핵심이다. 단열을 위해 건물을 둘러싸서 밀폐하는 것이다. 열이 세거나 전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삼중 유리를 쓰고, 건물의 벽과 지붕 밑에는 우래탄보드를 사용했다. 

건물의 바닥은 얼지 않은 지층으로 내려서 기초공사하고, 시멘트를 덮어 바닥도 단열했다. 냉난방을 할 때 성능이 좋은 열회수 환기 장치를 사용해 표층 지열을 이용하고, 여름철에는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열차단 블라인드를 설치한다."

환기장치와 열회수 장치의 내부를 열어 보여주었다. 육각형의 열회수 장치는 실내공기와 실외공기가 만나서 실내외의 열을 교환시켜주는 장치이다.
 환기장치와 열회수 장치의 내부를 열어 보여주었다. 육각형의 열회수 장치는 실내공기와 실외공기가 만나서 실내외의 열을 교환시켜주는 장치이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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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브하우스를 짓는데 든 비용에 관해서는 "일부 기자재는 국내에 없거나, 있더라도 성능이 떨어져서 일부는 독일 등 외국에서 생산된 기자재를 사용했다"며 "건축 단가가 좀 비싼 편이다, 일반 전원 주택의 경우 평당 300만 원~ 4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파시브1호는 500만 원, 2호는 600만 원 가량 들어 총 건축비가 1억 6500만 원 정도 들었다"고 밝혔다.

최우석 박사는 직류전기를 교류로, 교류전기를 직류로 전환하는 인버터가 설치된 축전지 창고와 환기 장치, 앞으로 지을 예정이라는 태양열 온실, 소변을 숙성시키고 있는 현장 등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최 박사는 방송통신대학교의 이필렬 교수와 함께 '에너지독립연구소'를 차리고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대학에 출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로 에너지독립하우스건축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파시브하우스 디자이너와 기술자, PHPP 강좌 등을 열어 파시브하우스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으며, 파시브하우스 시공, 기존 건축물의 파시브 하우스 리모델링 상담 등을 하며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자세한 내용은 에너지독립연구소 홈페이지(http://passiv.co.kr/info/)를 방문하면 확인할 수 있다.



태그:#에너지 독립, #양평, #최우석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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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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