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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꽃같은 생명을 잃은 참담함에 빠진 국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분노다. 언론은 세상을 보게 해주는 창이고, 특히 공영방송 KBS와 MBC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주요한 창구였다.

그러나 지금 공영방송은 사실상 국영방송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전락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두 방송사의 행태는 사실 '갈 데 까지 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찬사가 '땡박뉴스' 시절과 비슷한 수준이 된 지 오래며, 선거보도는 편파적이지 않은 날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공영방송사의 세월호 관련 보도는 더 이상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절대절명의 상황이다. KBS와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이번 참사에 그 어떤 언론보다 공정하고 신뢰받는 보도를 내놓았어야 함에도 여타 방송사들과 마찬가지로 오보와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루하루 애타는 국민들에게 과장된 구조계획을 연이어 내보내고 정부를 비호하는 보도가 많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전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다.

이에 28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8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KBS와 MBC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KBS에는 세월호 참사 상황에도 여전한 박근혜 띄우기보도 및 오보를 사과하지 않은 등 재난주관방방송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 대해 길환영 사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또, MBC에는 여당 편향 보도와 세월호 참사에 '보상금 운운'한 막장보도를 지적하며 "MBC가 이렇게 망가져버린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고 MBC의 경쟁력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던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그들을 일선업무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이에 대한 안광한 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30일 낮 12시까지 면담 요청에 대한 회신을 요구했으며, 이와 함께 5월 2일(금) 저녁 7시 여의도 KBS 본관 앞, 7일(수) MBC 정문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귀환, 재난 키우는 관제 방송 규탄 국민촛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래는 각 사에 보낸 면담요청 공문이다.

KBS 길환영 사장 면담 요청서

- 최근 KBS가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국민의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국정원의 문서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 날 모든 방송사들이 이를 톱으로 다룰 때, KBS는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68.5%가 넘는다는 내용을 가장 먼저 보도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련 보도는 외면했습니다.

- 심지어 전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만든 '세월호 참사' 상황에서도 여전히 박 대통령 띄우기성 보도를 했습니다. 사고 후 총체적 부실 대응으로 정부의 구조 활동에 대한 항의와 불만을 제기한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한 채 오로지 박대통령의 지시와 환호 및 박수만을 강조해 내보냈습니다.

더 기가 막힌 일은 세월호 침몰 후 반복된 오보와 확인되지 않은 정부 당국의 발표를 끊임없이 생산해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한 일입니다. 결정적으로 18일 오후 4시 30분 경 KBS 뉴스특보는 <구조당국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고 충격적인 보도를 냈습니다. 해경은 즉시 사실이 아님을 발표했고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국가재난주관방송사인 KBS의 이 같은 오보 행태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KBS는 아직까지 공식사과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 이에 우리 언론 8단체는 이러한 일련의 보도행태에 강력 항의하며, 다음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면담을 요청합니다.

- 다 음 -

1. 선거보도 미흡과 박근혜 정권 미화 홍보하기에 급급한 KBS 보도태도에 대한 사장은 입장은 무엇입니까
2. 국가재난주관방송사로서 제 몫을 하지 못한 채 부실한 세월호 관련 보도와 오보에 대한 사죄를 하지 않는 행태에 대한 사장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3. 공영방송 KBS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제도개선에 대한 사장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MBC 안광한 사장 면담 요청서

- MBC는 공적 소유구조를 가진 '국민의 방송' 공영방송입니다. 하지만 최근 MBC의 보도는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하기 보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정책에 대한 극도의 편향된 보도로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특히 국정원 관권부정선거, 간첩조작사건 등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보도가 누락되고 정부관계자 및 여당 의원들의 비위와 검찰조사 등은 축소되는 등 정권에 대한 비판기능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여 언론으로서의 제 역할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송법 등에 대해서는 MBC 사측의 이해를 앞세워 부정적인 인상만을 주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보도에서도 선거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고 '새누리당 논평'을 옮겨놓은 듯한 여당 편향적 보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 MBC는 '공정성'만 무너진 것이 아닙니다. 세월호 사건을 다루면서 MBC는 세월호 참사 첫날, '사망 보상금' 관련 보도를 내놨습니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엄청난 재난으로 슬픔에 잠겨 있는 국민정서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비상식적인 보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 MBC가 이렇게 망가져버린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고 MBC의 경쟁력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던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그들을 일선업무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더구나 부당해고라는 법적 판단이 나왔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공영방송 MBC는 물론이거니와 국민의 이익에도 반하는 일입니다. 이에 우리 언론 8단체는 이러한 일련의 보도행태에 강력 항의하며, 다음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면담을 요청합니다.

- 다 음 -

1. 부실함을 넘은 편파보도에 대한 사장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2. 세월호 관련 오보 및 막장보도 행태에 대한 사장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3. 부당 해고와 징계 철회에 대한 사장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덧붙이는 글 | 김경아 기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민언련, #세월호, #면담,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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