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즘 언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갑을 관계' 문제다. 거대 기업 사장과 그 밑에 가맹주, 점주, 알바 노동자 등의 이야기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 점주들 권익찾기에 나선 이가 있다.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세븐일레븐이 2010년 바이더웨이 인수) 가맹점주협의회 A씨를 만나 편의점 점주들의 현실을 들어봤다. 세븐일레븐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사망한 편의점주 5명 가운데 세븐일레븐 편의점주는 2명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5월 현재 세븐일레븐 가맹점은 7270개다.

한 때는 편의점은 '돈 꽤나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게'라고 여겼다. 임대료와 알바비, 공과금 등을 감당하려면 적어도 집 한 채 살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되는 사람만 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A씨를 통해 확인한 내용은 필자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었다. 누구나 차릴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그만 둘 수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계약 당시에 정말 순식간에 사인을 했다"고 말했다. 두꺼운 법률 용어로 가득 찬 계약서 였지만, 상담 직원의 설명을 좀 듣고 롯데가 하는 사업이니까 별 문제 없겠다는 생각에 쉽게 서명을 했다는 것. 특히 2년 동안 본사에서 월 500만원의 수입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의심을 하지 않았다.

"장미빛 미래만 이야기 하니 이게 무슨 불공정한 계약이겠냐는 생각이 들어 쉽게 서명을 해버렸습니다.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도 안했던거죠. 나중에 문제가 생기고 나니 아차 싶더라구요. 2년 동안 월 500만원도 보장해준다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운영해보니 그 500만원이 순수익이 아니었단 말이죠. 월 500만 원 지원 받아도 운영비로 다 쓰고 나면 순이익이 100만원도 안 되더라고요."

A씨가 말한 500만원은 순수익이 아니라 편의점이 운영될 수 있게 유지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500만원에는 점포 임대료, 아르바이트 비용, 부가세, 소득세, 건물관리비(전기세), 수도세, 통신비, A/S 비용, 전산비, 각종 소모품 등 지출이 다 포함된 금액이다. 가맹점주들이 최저수익보장금을 믿고 가게를 쉽게 차리는 이유는 그것이 순수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에서 말하는 최저수익보장금은 정확하게 말해 유지 비용을 최대 2년간 500만원 미만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편의점 한 번 운영하면 그만 두기도 쉽지 않아"

A씨는 계약 당시에는 그 계약이 5년 동안의 노예 계약인지 몰랐다고 한다.  위약금에 대한 부분이 계약서에는 서술돼 있지만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 A씨는 본의 편의점은 그래도 목이 좋아 손해가 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점주협의회 회원 절반이 빚을 내가며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을 해지하면 몇 천만원의 돈을 날리는 거라서 쉽게 계약 해지도 못하고 있단다. 그 중에는 위약금을 물고 미래에 빚을 쌓을 수밖에 없는 편의점을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편의점 점주들은 위탁가맹과 완전가맹의 차이(아래 표 참고)에 따라서 이익금의 35%에서 70%까지 본사로 올려야 한다. 자신이 건물을 매입하거나 임대료를 납부하면 35%이익금을 보내야 하고, 본사가 건물 임대료를 부담하면 70%까지 이익금을 보내야 한다. 수익의 상당 비율을 본사에 보내다보니 실제로 알바 노동자들 최저임금 보장하는 것도 쉽지 않고 유지비 부담하기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편의점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편의점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관련사진보기


또 하나의 문제는 장사가 되지 않는 장소라도 24시간 운영 방침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도심 중심이나 아파트촌 근처 편의점이 아닌 이상 야간에 매출 많지 않다. 실제로 야간 편의점 알바 노동을 한 부산지역의 대학생 A씨는 오후22시~ 오전8시까지 하루 매출이 3만원 안팎이었다고 말했다. 하루에 반나절 매출 3만원 남기려고 알바 쓰고 전기세를 납부해야 하는 슬픈 현실인 셈이다. 그래서 야간에는 점주들이 직접 매장에서 일 하거나 가족들이 나서서 가게를 지킨다고 말했다. 더 심한 경우는 창고에 간이침대를 갖다두고 편의점 불을 켜두고 문을 잠그고 자는 경우도 있다고. 24시간 영업을 하며 알바를 쓰는 것보다 본사에 걸리지 않을 정도만 유지하면 더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2013년 4월 8일 "앞으로 편의점 가맹본부는 신규 출점 점포와 계약 시 기존 가맹점에서 250m 이내에 출점할 수 없다는 내용을 가맹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라는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의 맹점은 같은 브랜드가 아닌 경우에는 250m 내에도 출점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은 업체별로 차별성을 두기 어렵기 때문에 250m 편의점이 생기면 매출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서 판매 하는 물건이 차별성이 있습니까? 세븐일레븐, CU, GS25 등 다 똑같죠.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편의점이 250m 안에 들어서게 되면 매출이 뚝 떨어 질 수밖에 없죠.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이 별로 실효성이 없는거죠."

폐기 음식은 점주 처리... 담배 광고는 본사 이익

부산 알바연대가 편의점 알바 노동자를 만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알바 노동자들이 폐기된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편의점 점주의 입장에서는 폐기된 김밥, 도시락 등의 패스트푸드는 다 돈이다. 폐기된 패스트푸드(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등)에 대해 제품에 따라 원가에서 20~50% 비율로 비용을 환불해준다. 세븐일레븐의 경우는 2009년도 이후 본사에서 패스트푸드 폐기 제품 전체 금액의 15%를 보장해주고 있다. 

부담은 가맹점주들이 대부분 지고 이익은 본사에서 가져가는 문제도 있다.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담배 광고비 문제가 그렇다. 편의점 계산대 주위에 담배 광고가 유독 많다. 담배광고는 TV, 신문 광고가 원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원래 담배 광고계약은 가맹점주와 담배회사와 직접 체결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몇몇 편의점 점주들이 KT&G와 직접 광고 계약을 체결하면서 광고비 규모가 드러났다. 이 가맹점주가 맺은 계약서를 보면, 광고가 들어 있는 담배진열장을 카운터 뒤 중앙에 설치하는 조건으로 월 14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직접 계약이 아닌 경우 매월 본사에서 광고비 명목으로 30만원을 받는다. 직접 계약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금액 차이가 상당하다. 현재 편의점 점주들은 담배 광고비 원가 공개와 공정한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알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A씨에게 물었다. 그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좋은데 현재 경제 구조로는 그것만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영업자들이 불공정계약구조 개정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이 이야기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 자영업자 단체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과 가맹점주 보호법 등이 재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4일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전국 '을'살리기 비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영세한 이유는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 높은 임대료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 높은 수수료, 높은 자영업자 비율, 낮은 소비수준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획기적으로 인상되면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 자영업자 비율을 낮추고, 소비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 경향신문 6월 25일차 "자영업자 어렵게 하는 건 최저임금 부담보다 높은 임대료"

임시국회에서는 편의점, 프렌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자 예상 매출액 사전 제공 의무화, 24시간 영업 강요 금지, 가맹점사업자 단체 협의권 부여 등 내용을 담고 있는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올린 상태이다. 공정위는 법이 통과되면 경과기간 없이 즉시 시행하는 한편 가맹본사의 불공정 행위가 드러나면 엄격한 법집행을 진행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알바연대 기획팀장입니다.



태그:#편의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