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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지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지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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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로 내정했다. 이와 함께 법무장관에는 이귀남 전 법무차관, 국방장관에는 김태영 합참의장, 지식경제부 장관에는 최경환 의원, 노동부 장관에는 임태희 의원, 여성부 장관에는 백희영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신설하는 특임장관에는 주호영 의원을 내정했다.

이번 개각은 '쇠고기 촛불시위' 여파로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 장관 등이 물러난 지난해 8월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퇴진한 올해 1월에 이어 세 번째 개각이고, 국무총리 교체는 한승수 현 총리에 이어 두 번째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3시 이같은 내용의 개각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다. 1946년 충남 공주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그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78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금융학회 회장, 서울대 총장, 한국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당시 '범여권'의 대선후보로 출마를 고민했으나, "소중하게 여겨온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세력화를 추진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대선불출마 선언을 했다.

'심대평 카드' 실패한 MB, 끝내 '충청 총리'... '중도실용' 노선 강조 의미도

이 대통령은 민선 세 번 등 충남지사를 네 번이나 역임한 '심대평 총리카드'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의 마찰로 무산되자, 역시 충청 출신인 정 전 총장을 선택했다. 충남·북, 대전을 통틀어 한나라당의 충청권 지역구 의원이 송광호 의원 한 명뿐인 상황에서 정 전 총장의 총리 기용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 전 총장이 '중도-리버럴'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드라이브를 강조하는 효과도 고려했다. 청와대는 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간 경제비평가로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한 건설적 대안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경험이 대통령을 보좌하여 행정각부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집하고 중도실용과 친서민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총리 기용에는 한나라당 대선후보주자들을 다양화하려는 의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각을 앞두고 청와대에서는 차기 대권주자군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했다. 실제로 그로서는 총리직을 통해 그간 약점이었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대선후보로의 도약을 꾀하려 할 수도 있다.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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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 맹비판했던 정운찬 돌연 총리행... "혼란스럽다" 반응

정 전 총장이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고,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총리행에 대해 뜻밖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는 올해 1월, 이명박 정부가 대표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녹색뉴딜'에 대해 "토목건설과 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의 과거 패러다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경제운영 행태에 대해서도 "성장률 몇 퍼센트를 달성하겠다고 하다가 다음날 경제위기가 온다고 하는 식의 일관성 없는 행태는 시장의 불신을 사고,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국내에서 진행 중인 각종 규제완화, 특히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식 시장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정책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정책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이라고 강조하는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잠수돼 있던 대운하가 나올까 걱정"(2008년 12월)이라고 했었고, "국가 경영은 사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업 경영이 아니다"(2008년 3월)라고 이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다.

경제철학 자체에 있어서도 이 대통령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의 거시경제학 책 서문에 스스로를 '케인지안'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당연한 것으로 본다. 반면, 현 정부는 최대한 시장에 맡기는 신자유주의 쪽이다. 민영화, 감세, 규제철폐 등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다.

그는 2007년 대선출마를 고민하던 상황에서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욕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주변 인사들 사이에서도 그의 총리행에 대해 "혼란스럽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 전 총장과 절친한 김종인 전 의원은 총리 내정 발표 직전에, "정 전 총장이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과 맞서려 했었는데 총리를 맡는 것이 어색하다"는 질문에 "청와대 요청을 받고 결심한 것으로 안다"면서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대 총장시절 3불 정책(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 폐지를 요구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충돌하는 등 이명박 정부와 일치하는 점이 많다. 정부의 대학교육 간섭배제, 하향식 평준화 지양과 수월성 교육 보완 등에서도 생각이 같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정 전 총장의 총리 기용은 민주당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데다, 그는 민주당 쪽에서 내년 서울시장 선거와 차기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인물이었다.

2007년 4월 30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출마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정 전 총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입을 굳게 다물고 경호를 받으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자료 사진).
 2007년 4월 30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출마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정 전 총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입을 굳게 다물고 경호를 받으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자료 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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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3인 입각... TK 민정수석, 호남 법무 안배... 김태영, '대북선제타격' 논란

장관 개각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 의원 3인의 입각이 눈에 띈다. 임태희 노동장관 내정자와 주호영 특임장관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각각 비서실장과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한나라당내 친이계의 핵심들이다. 주 내정자에 대해 청와대는 "당정청간의 충실한 가교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친박계인 최경환 의원은 일찌감치 지경부 장관에 내정되었다.

호남 출신인 이귀남 전 법무차관을 법무장관에 내정한 것은, 대구 출신인 신임 권재진 청와대 수석과의 지역안배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한 현 법무장관 유임설도 있었으나, 그는 권 수석의 경북고 선배라는 점이 부담이었다.

이 내정자(59세)는 사시 22회(사법연수원 22기)로, 21회인 김준규 검찰총장(55세)의 사시와 연수원 후배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강금실, 천정배 법무장관이 검찰총장보다 기수가 낮았었다.

지난해 '북 선제타격'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태영 합참의장을 국방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 유지 신호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해 3월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빨리 확인해서 적이 사용 전에 타격하는 것이고, 우리 쪽에 사용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남한의 선제타격에 앞서) 우리식의 선제타격이 일단 개시되면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백희영 여성부 장관 내정자는 여성운동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석·박사 학위도 식품영양학으로 받았고 사회활동도 가정학회와 여성학회 중심이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꼭 여성운동가가 여성부 장관이 돼야 하느냐"면서 "한식세계화와 가정의 가치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태그:#정운찬, #개각, #주호영, #김태영, #임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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