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월 OO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실시한 초등학교 3학년 진단평가일에 학교장의 수차례 지도에도 불구하고, 반 학생들이 진단평가를 받지 못하도록 한 사실이 있는 바, 이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및 동법 제57조 규정에 의거 "성실의무" 및 "복종의 의무"를 위반한 행위로서 동법 제78조(징계사유)의 규정에 의거 "경징계(견책)" 의결함

 

언뜻 보면 지난 2008년 10월 일제고사에 반대하였다는 이유로 파면 해임된 서울의 7명과 경기도 4명의 교사들 징계에 관한 내용인데 중징계(파면 해임)를 '경징계(견책)'로 잘못 쓴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징계 의결은 2002년 서울교육청 산하 북부와 성북교육청이 현재와 똑같은 사안인 일제고사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서울 초등의 구모 교사와 이모 교사에게 내린 징계 결정이다.

 

 

2002년에는 일제고사 거부에 가장 낮은 징계 내려

 

지난 3일 민주노동당 소속 권영길 위원은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이들에 대한 파면·해임 처분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일제고사라는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 서울교육청은 2002년에는 징계 중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을 내렸고, 2008년에는 가장 높은 징계인 파면 해임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당시는 기관 명칭이 교원징계재심위원회였음) 역시 이 두 교사에 대한 징계에 대한 소청 심사에서 징계가 견책이면 적절하다고 하면서 최종적으로 견책을 확정한 사실을 동시에 공개한 것이다.

 

2002년 서울교육청에서 일제고사 거부 교사에 대해서 견책 징계를 내리고 2003년 교원소청심사위에서 이를 확정하였다는 사실은 이번 파면·해임이 부당하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국민 여론도 압도적으로 부당하다고 하고 있고 교사들의 의견은 더욱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 선례는 이번 파면·해임 사태 해결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로써 일제고사 반대 교사들에 대한 7명 무더기 파면·해임은 서울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의 명백한 탄압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2002년 스스로 내린 결정도 기억 못하고 모르쇠로 일관한 서울교육청은 또 한번 국민 앞에 망신을 당한 것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이고, 우리 대한민국 헌법 11조 역시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번 파면·해임 징계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위헌적 징계라는 사실 역시 분명해졌다.

 

그런데 2002년에는 최하 징계의 대상이었던 행동이 어느 날 갑자기 파면 해임이라는 사형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이는 명백하게 징계 양형에 있어서도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불법 징계임을 서울교육청이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 한다더니

 

2002년과 2008년에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그렇다. 서울교육청의 대표가 유인종 교육감에서 공정택 교육감으로 바뀐 것뿐이다. 법이 바뀐 것도 아니고, 징계 양형이 바뀐 것도 아니고, 판례가 바뀐 것도 아니다. 오직 교육감만이 바뀐 것이다.

 

판사가 바뀌었다고 재판 결과가 달라진다면 그 재판은 공정한 것이 아니듯,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징계가 마음대로 결정되어 버린다면 그것 역시 제대로된 법치가 아니다.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것도, 자신의 과거를 명분 없이 부정하는 것도 교육자의 도리가 아니다. 오로지 엿장수의 마음일 뿐이다.

 

곧 아이들의 평생에 한 번밖에 없는 초등학교 졸업이다. 우리 아이들의 앨범에 서로 다른 2명의 교사 사진이 한꺼번에 담임이라고 실리고 있다. 아마 졸업식장에도 2명의 담임이 나란히 들어설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이가 축하해 주어야 할 졸업식 날에도 교문에서 또 경찰이 아이들과 교사를 갈라 놓는 코미디가 연출될 것이다. 이 현실을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야 한다.

 

담임 선생님이 2명인 이상한 졸업 앨범과 졸업식장! 

 

공정택 서울교육감은 최소한 지난 2002년의 선례를 존중하라. 서울교육감은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하는 철면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감이 그래서 이들 파면·해임 교사의 징계를 스스로 철회하라. 그리고 지금 징계를 진행 중인 일주학원 세화여중 교사에 대한 징계도 중단해야 한다.

 

공정택 교육감이 마지막으로 주어진 이 명분마저 거부한다면 교사들이 소청이나 재판을 통하여 학교로 복귀했을 때 공정택 서울교육감이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은 자리를 내놓고 감옥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교원의 신분을 특별히 보장하기 위한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에 의하여 만들어진 특별기구이다. 억울하게 학교에서 쫓겨난 이 교사들을 구제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고, 자신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서울교육감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이 기회와 명분을 버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당장 파면 해임을 취소하고 교사들이 아이들의 마지막 졸업식을 축복해 줄 수 있도록 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내라.


태그:#일제고사, #파면해임, #공정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