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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월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통과된 베트남의 <역사> 국정교과서 관련 권고 보고서.
ⓒ 윤근혁	관련사진보기

유엔(국제연합) 인권이사회가 올해 3월, 베트남 정부에 '국정교과서 폐지'를 공식 권고한 보고서를 채택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교과서를 부활하기로 한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채택한 '베트남 보고서' 살펴보니…

16일, 올해 3월 열린 제28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모든 인권의 보호와 문화적 권리 분야 보고서-베트남'을 입수해 살펴봤다. 해당 보고서는 "베트남은 현재 하나의 역사교과서(국정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역사교육에서 출판사들이 만든 다양한 교재들을 허용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이 보고서는 파리다 샤히드 유엔 문화권 특별보고관이 작성했다.

A4용지 23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역사교과서는 비교할 수 있고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면서 "이는 다양한 출판사들이 낸 교과서를 포함한 다양한 교재의 사용을 통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베트남의 경우) 현재 한 학년마다 하나의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결론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베트남 정부가) 즉각 이행해야 하는 단계는 인가받은 폭넓은 출판사들이 출판한 다양한 교과서를 허용해야 하고 교사가 그 교과서들 중에 선택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하나의 국정교과서 제도를 여러 출판사가 만들도록 하는 검정교과서 제도로 바꾸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현재 국정교과서 상태인 베트남의 상황을 고려해서 다음과 같이 '대안적인 역사교재' 사용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베트남) 정부는 교사들에게 추가적인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제공할 것을 권장해야 한다. 교사들에게 보충교재, 특히 장관의 사전승인 없이 확실한 역사적 자료들을 소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같은 유엔의 권고가 채택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베트남 정부는 "국회가 다양한 교과서를 개발하기로 결의문을 냈다"는 서신을 특별조사관에게 보내기도 했다.

북한, 방글라데시 등과 함께 국정교과서를 채택해온 베트남은 '한국교육 배우기' 차원에서 검정교과서 전환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검정제를 국정 제로 돌려세운 상태다.

유엔 인권이사회 "즉각 다양한 출판사의 교과서 허용하라"

이에 대해 유엔 등을 상대로 '시민 인권 국제활동'을 펼쳐온 황필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감)는 "이 유엔 권고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재판소와 국가인권위의 판단 준거가 되어왔다"면서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국정교과서로 회귀한 것은 국제사회의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2013년 유엔은 제68차 총회에서 "하나의 역사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정치적으로 이용될 위험이 크다"는 내용을 담은 역사교육에 대한 권고를 채택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UN 역사지침 위반' 아베나 박근혜나 오십보백보)

한편, 이날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유엔 문화권 특별보고관에게 긴급청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청원이 받아들여지면 유엔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에 서신을 보내고, 이를 바탕으로 유엔 인권이사회 등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참여연대는 유엔에 보낸 청원 서한에서 "한국 정부의 국정교과서 발표에 대해 우리의 심각한 우려를 전하기 위해 서한을 보낸다"면서 "한국 정부가 낼 국정 역사교과서는 군사독재를 미화하고 획일적인 역사로 국민을 '세뇌'하는 데 쓰일 것이라는 점을 심각하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