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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3년째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서울형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기자말>

아름다운 학교 가꾸기?

학교를 아름답게 가꾸려고 하는 것은 모든 학교가 다 같습니다. 대부분 학교를 아름답게 가꿀 때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잔디밭을 가꾸고, 데크를 만들고, 조경석을 사다 조경을 하면서, 꽃집에서 계절마다 피고지는 꽃과 나무를 사다 심어놓습니다. 그리고는 잔디와 사다 심은 꽃을 제외하고 다른 뿐들은 말끔히 뽑아냅니다. 사다 심어 놓은 꽃도 꽃이 지고나면 바로 뽑아 버리고 다른 꽃을 사다 심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을 하는 것을 학교를 아름답게 가꾼다고 합니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대부분 행정실 기능직 기사님들 몫입니다.

아이들은 개망초꽃을 '계란꽃'이라고 부르며 좋아합니다. 개망초는 빈 땅이면 어디나 스스로 싹을 틔워 자라서 꽃을 피우는데, 꽃 피기 전에 잎과 줄기를 데쳐서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맛있는 나물이기도 합니다. 아이들 생일 날 이 꽃을 모아서 꽃다발도 만들고, 였어서 화관이나 목걸이를 만들어 줍니다.
▲ 우리 학교 연못가에 저절로 나서 꽃피운 개망초꽃들 아이들은 개망초꽃을 '계란꽃'이라고 부르며 좋아합니다. 개망초는 빈 땅이면 어디나 스스로 싹을 틔워 자라서 꽃을 피우는데, 꽃 피기 전에 잎과 줄기를 데쳐서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맛있는 나물이기도 합니다. 아이들 생일 날 이 꽃을 모아서 꽃다발도 만들고, 였어서 화관이나 목걸이를 만들어 줍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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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무더위에 풀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랄 때는 기사님들이 학교 안팎 잡초제거를 하느라 땀흘리며 고생이 많습니다. 하다하다 자라는 풀을 이기지 못하면 제초제를 뿌리는 일도 그동안 학교에서 많이 봤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에 풀이 난 것을 보고 사람들이 학교 관리를 안한다고 뭐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돈과 노력은 많이 들여서, 풀 하나없이 알록달록한 꽃으로 학교를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단지 보기 좋을 뿐 아이들을 위한 실제로 교육적 효과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름다운 것을 풀이 없이 잔디가 파랗고, 사다 심은 꽃이 알록달록한 것으로 아름다움을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 요즘 환경생태교육을 강조하는데, 사다심는 꽃을 계절마다 바꾸어서 심는 것은 환경생태교육에 반대되는 일입니다. 학교에 꽃은 피고지는데, 이 꽃들이 주로 외래종이 많고 정작 초등교육과정에 나오는 식물과 생태교육에 필요한 자료가 없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교육과정 속에서 필요한 식물과 곤충을 특별히 외부에서 들여와서 하는 일이 많습니다.

풀을 뽑지 않았더니 토끼풀, 민들레, 고들빼기, 씀바귀, 냉이, 개망초, 털쑥부쟁이, 취, 뽀리뱅이, 질경이, 지칭개, 별꽃, 점나도나물, 봄맞이꽃, 냉이, 주름잎, 꽃마리, 제비꽃, 개구리자리....들이 서로 어울려서 계절마다 피고 지고 열매를 맺고 다시 싹이 터서 자라납니다.
▲ 여러가지 풀들이 어울려 자라는 모습 풀을 뽑지 않았더니 토끼풀, 민들레, 고들빼기, 씀바귀, 냉이, 개망초, 털쑥부쟁이, 취, 뽀리뱅이, 질경이, 지칭개, 별꽃, 점나도나물, 봄맞이꽃, 냉이, 주름잎, 꽃마리, 제비꽃, 개구리자리....들이 서로 어울려서 계절마다 피고 지고 열매를 맺고 다시 싹이 터서 자라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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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풀은 다 소중한 교육자료입니다

우리 학교는 특별히 돈을 들여서 알록달록한 꽃을 사다 심지 않고, '잡초 제거'도 힘들여 하지 않습니다. 풀을 있는 그대로 둡니다. 왜냐구요? 모든 풀은 아이들의 소중한 교육자료이기 때문입니다. 3년째 풀을 뽑지 않았더니 일부러 돈을 들여 사다 심지 않아도 학교에 온갖 풀과 나무 새싹이 돋아나고 온갖 꽃이 피고 집니다. 풀이 그대로 자라나니, 공부시간이 아니어도 아이들이 등하교시간에 늘 오고가며 싹이 돋고 잎이 나고 꽃이 핀 다음, 열매가 맺고 익어서 떨어지고 줄기가 말라가는 모습을 있는 모습 그대로 늘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별도로 식물 교육을 하지 않아도 등하교 시간에 노는시간에 늘 살펴보면서 식물의 변화를 살펴보고 공부합니다.

심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싹을 튀워 자라 꽃이 피었습니다. 이 메꽃 뿌리는 '메삯'이라부르는데, 길고 하얗고 통통한 것을 캐서 그냥 날로 먹거나  쪄서 먹습니다.
▲ 학교 담장에 저절로 핀 메꽃 심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싹을 튀워 자라 꽃이 피었습니다. 이 메꽃 뿌리는 '메삯'이라부르는데, 길고 하얗고 통통한 것을 캐서 그냥 날로 먹거나 쪄서 먹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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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학교에 풀을 그대로 자라게 놔두면 학교가 지저분하고, 남들이 뭐라 말한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 빼고 다른 풀들은 모두 없애야한다고 주장하는 교직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풀을 그대로 놔 두고보니 가장 먼저 풀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사람들은 바로 아이들보다 어른들이었습니다.

대부분 도시 사람들이 그렇듯이 우리 학교 교직원들도 대부분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풀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풀에 대해서 좋지 않게만 배워서 풀은 무조건 다른 식물한테 방해되는 것이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학교에 풀을 그대로 두는 것이 많이 불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풀을 놔 두고 계속 살펴보다보니 풀꽃이 그렇게 예쁜 줄 몰랐다고 합니다. 또 풀꽃도 꽃 필 때만 보고 바로 깨끗하게 잘라버려서 그 뒤 씨앗이 어떻게 열리는지 잘 몰랐는데, 이제야 꽃이 진 다음에 씨가 어떻게 맺혀서 떨어지는 지 처음 봤다고 하십니다.

풀 숲을 살펴보면 소나무 뿐만 아니라, 새로 싹이 돋아난 나무들이 많습니다. 우리 학교에 보면 심지 않았는데도 소나무 뿐만 아니라, 오동나무, 생강나무, 참나무, 가죽나무, 산수유, 산딸기, 측백나무, 뽕나무, 은사시나무, 버드나무, 싸리나무, 느티나무... 싹들이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풀이라고 다 뽑아버립니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큰 잎은 약초로 유명한 박주가리 덩굴잎입니다.
▲ 풀 숲에서 싹이 터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 세 그루 풀 숲을 살펴보면 소나무 뿐만 아니라, 새로 싹이 돋아난 나무들이 많습니다. 우리 학교에 보면 심지 않았는데도 소나무 뿐만 아니라, 오동나무, 생강나무, 참나무, 가죽나무, 산수유, 산딸기, 측백나무, 뽕나무, 은사시나무, 버드나무, 싸리나무, 느티나무... 싹들이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풀이라고 다 뽑아버립니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큰 잎은 약초로 유명한 박주가리 덩굴잎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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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생태 교육은 내 발밑에 난 풀 알기부터

가장 좋은 식물공부는 돈 들여서 굳이 먼 유명한 식물원에 가서 특이한 식물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 발밑 우리 주변에 있는 풀부터 알아가는 공부입니다. 풀을 뽑지 않으면 수많은 풀들이 돋아나고, 주변에 흔한 풀부터 공부하면 다른 풀들은 저절로 알게 됩니다. 공부시간에도 굳이 멀리 식물원까지 가지 않아도 다양하게 피고 지는 꽃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놀 때도 풀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풀과 놀면서 공부합니다. 풀을 뽑아보고 만져보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먹어 보기도 합니다. 학교 안에 있는 쑥을 뜯어서 쑥개떡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윤구병 교수나 황대권 선생이 한 얘기를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돋아난 풀 중 쓸데 없는 '잡초'는 없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이고 약초입니다. 특별히 키울 것도 없고, 특별히 무시할 것도 없습니다. 돌보지 않아도 모두 함께 어울려 자랍니다. 다만 약한 녀석은 좀 더 관심을 주고 돌봐주고, 지나치게 생명력이 강해서 다른 풀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고 괴롭히는 것과 아이들에게 독과 가시같은 위험을 주는 것들만 뽑아줍니다.

보통 '뱀딸기'라고도 부르는데, 이른 봄에 양지쪽에 노란 꽃이 피는 '양지꽃' 열매로 먹을 수 있습니다. 풀 중에는 잎과 줄기, 싹 뿐만 아니라, 열매와 씨앗을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먹어보면서 식물에 대해서 제대로 배웁니다.
▲ 풀 숲에 맺은 양지꽃 열매 보통 '뱀딸기'라고도 부르는데, 이른 봄에 양지쪽에 노란 꽃이 피는 '양지꽃' 열매로 먹을 수 있습니다. 풀 중에는 잎과 줄기, 싹 뿐만 아니라, 열매와 씨앗을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먹어보면서 식물에 대해서 제대로 배웁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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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풀이 나면 지저분하다구요?

사람들은 일부러 사다심은 것 빼고 나머지는 '잡초'라고 부르면서 풀이 무성하면 지저분하다고 합니다. 학교 화단과 운동장에 잡초가 나면 그 학교 관리자는 게으르다고 단정합니다. 심지어 학교장한테 따지거나 민원까지 올리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화단과 운동장에 잡초 하나없이 깨끗한 학교는 관리자가 부지런하다고 칭찬합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보면 '풀 하나 없는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관리자와 기사님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풀과 전쟁을 치룹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돈들여서 꾸민 알록달록한 조경 모습이 아름답다고 배워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환경생태를 잘 모르거나 왜곡해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경방식으로 학교를 아름답게 가꾸면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잔디와 사다심은 꽃을 제외하고 다른 풀들은 아름다움을 해치는 원수로 여기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환경생태 교육을 강조하면서 풀을 원수로 여기는 이중행동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과학시간에 풀은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가르치고 배우면서 실제로는 사람들 한테 당장 직접적인 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풀을 있어서는 안될 나쁜 것으로 여기고 있는 이중 잣대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생태 교육은 돈을 들여서 일부러 유명한 식물원에 가서 식물 공부를 별도로 하는 것보다 지구를 지키는 풀, 학교 안에 저절로 나서 자라고 꽃피고 열매맺는 풀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풀과 함께 살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합니다.

풀을 뽑지 않으니 학교 꽃밭에 여러가지 약초들도 돋아납니다. 이 풀은 '우슬(쇠무릎)'으로 관절이 아픈 사람들이 늦가을에 잎줄기가 누렇게 마른다음 뿌리를 캐서 달여먹으면 낫는다는 약초입니다. 사실 모든 풀은 다 약초입니다.
▲ 우리 학교 꽃밭에 저절로 난 약초 '우슬(쇠무릎)' 풀을 뽑지 않으니 학교 꽃밭에 여러가지 약초들도 돋아납니다. 이 풀은 '우슬(쇠무릎)'으로 관절이 아픈 사람들이 늦가을에 잎줄기가 누렇게 마른다음 뿌리를 캐서 달여먹으면 낫는다는 약초입니다. 사실 모든 풀은 다 약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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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 난 풀은 뽑지 않아야 합니다

풀은 절대로 지저분한 것이 아닙니다. 풀이 나면 흙도 건강해지고, 온갖 곤충이 함께 살고 새도 날아옵니다. 풀이 잔뜩 나 있는 학교가 자연이 살아있는 생태적인 학교, 건강한 학교입니다. 저절로 난 풀은 교육적으로도 좋고 풀에서 참으로 놀라운 것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학교에 풀이 많아야 교육활동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풀이 많이 나 있는 학교가 매우 교육적인 학교입니다.

그러니 학교 안에 풀이 무성하다고 욕하거나 흉보지 마셨으면 합니다. 학교 관리하지 않는다고 따지지 마셨으면 합니다. 오히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학부모들이 학교 안에 돈들여 사다심은 알록달록한 꽃만 심어져 있고, 풀이 하나도 없는 학교 관리자에게 저절로 난 풀들을 절대로 뽑지 말라고 부탁해 주십시오.

그리고 동네 분들한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우리 학교가 온갖 풀을 그대로 놔 두고 있으니 학교 안에 온갖 약초가 다 자라고 있는데, 동네 분들이 와서 캐 가는 일이 많습니다. 제발 학교 안에 있는 모든 풀들은 교육자료이니 학교 안에 있는 것을 캐 가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로 인해 우리 학교에 나 있는 나물과 약초, 나무 새싹들이 다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모든 학교에도 모든 공원에도 풀을 그냥 놔두면 우리 학교처럼 나물과 약초가 자라게 되어 있습니다.
- 기자가 2011년 부터 연재해 온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 글을 바탕으로 해서 '멈출 수 없는 행복한 교육혁명,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살림터)' 책을 최근 발간했습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학교교육환경조성, #환경생태교육, #학교조경문제, #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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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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