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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일본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에서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현장 인근서 대피한 한 남성이 자신의 아이가 방사선 노출 여부 검사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내 아이 방사선 노출 안됐기를..."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에서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현장 인근서 대피한 한 남성이 자신의 아이가 방사선 노출 여부 검사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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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3호기도 폭발했습니다. 12일 같은 발전소 1호기가 폭발한 뒤 염려하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소식을 듣는 순간 저는 그냥 막연히 눈물이 났습니다. 3호기는 '죽음의 재' 세슘보다도 훨씬 위험하다는 플루토늄이 섞인 원료를 쓴다고 알려져, 우려하던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방사능에 피폭될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언론에서는 수소폭발이라고, 방사능은 유출되었지만 다행히 중성자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사능이 유출되었는데 무엇이 다행이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13일 증기배출을 보도하면서도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조치'라고만 합니다. 문제는 증기에 방사능물질이 섞여있다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언론에서 위험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 같아 더 불안합니다.

 
여진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은 높아져만 갑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력난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해 일본 동북지방의 다른 발전소들도 지진으로 발전을 멈췄습니다. 또 사고가 나면서 발전량은 현저히 떨어져버렸습니다. 발전량이 떨어지면서 지역에는 대규모 정전난이 발생했습니다. 동북지역의 전력을 담당하고 있는 도쿄전력과 도카이 전력에서는 주민들에게 대규모 정전을 예고하면서 전기를 아껴쓸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정전이 될 것을 예고하며, 전기를 아껴쓸 것을 당부하고 있다.
▲ 도쿄전력 홈페이지 첫화면 사람들에게 정전이 될 것을 예고하며, 전기를 아껴쓸 것을 당부하고 있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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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아껴야 함은 늘강조되는 덕목이지만,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까지 전기를 아끼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덕목때문만은 아닙니다. 핵발전소는 뜨거운 연료를 늘 냉각수로 식혀줘야 합니다. 이 핵연료를 식혀줄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핵발전소는 폭발하는 사고를 겪게됩니다.
 
그런데 이 냉각수를 공급할 펌프가 전기를 필요로 합니다. 냉각수 펌프가 아니더라도 핵발전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이곳저곳에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난리속에서도 전기를 절약해달라 외치는것이지요. 자기가 만들어낸 전기가 있어야만 자기를 치유할 수 있는 핵발전소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전기 없이는 핵발전소를 가동할 수도 멈출 수도 없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 자연스럽지 않은 물질
 
불안을 부추길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핵발전소는 어떤 건물이나 시설이 폭발하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사능이란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방사능을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방사능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마 본다고 하면 너무 센 방사능에 노출된 나머지 인체에 큰 영향을 입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방사능을 어떻게 상상하셨나요?
 
방사능이란, 어떤 물질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가진 나머지, 물질이 가지고 있는 안정적인 에너지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 버리는 에너지입니다.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에 있는 물질이 자연스런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벌이는 작용인 것이지요. 즉, 방사선을 내는 물질이란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물질'입니다.
 
원자로에서는 우라늄을 서로 충돌시켜서 자연스럽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 두는데, 이 반응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되면서 우라늄이 버리는 에너지가 계속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그 에너지가 바로 방사능인 것이고요.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들은 다른 물질이 버리는 그 에너지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감당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방사능에 피폭되면 생물체는 병에 걸리거나 그 자리에서 죽고 마는 것입니다. 꽤 위험한 기술인 것입니다.
 
물론 발전소에서는 이런 것을 모두 알고 있고 고려하여 발전소를 만듭니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방사능이 유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한 번의 사고만 나도 '전복'되는 차가 있습니다. 속도도 좋고, 주행중에 공해도 덜 일으킨다고 합니다. 정부 지원이 있고, 연비도 좋아서 경제적입니다. 딱 한 가지, 사고가 나면 전복이 됩니다. 이게 정말 괜찮은 차일까요?
 
대통령님, 이게 바로 무릎 꿇고 기도할 일이랍니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했습니다. 연료가 녹아내리는 엄청난 사고였습니다. 핵발전소 폭발 후 흑연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5월 9일에서야 진화됐습니다. 4월 28일, 우크라이나에서 멀리 떨어진 스웨덴에서 높은 방사능이 측정되었지만 소련은 사고 사실을 은폐하기에 바빴습니다. 
 
체르노빌사고로 인해 방사능에 가장 많이 피폭된 사람들은 발전소 운전요원과 소방대원, 군인 등 사고 직후에 복구를 위해 동원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원자로 주위 청소, 석관(콘크리트로 매장한 원자로) 구축, 정화, 도로건설, 그리고 오염된 빌딩과 숲 및 장비의 철거와 매장 등을 담당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는 그리고 그 후손들의 삶에는 사고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힘내라 일본, 힘내라 동북. 이라는 보도를 냈다.
 힘내라 일본, 힘내라 동북. 이라는 보도를 냈다.
ⓒ 영국 인디펜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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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갑상샘암은 유행병처럼 흔한 질병입니다. 방사능에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방사능 영향으로 어린이들은 뇌종양이나 정신병을 앓기도 합니다. 사고가 난 때부터 25년이 지난 지금도 체르노빌은 '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트위터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살아라!" 이 한마디 외침이 일본에 꼭 이뤄지기를 기도하는 멘션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포기하지 마라 일본'이라고 보도를 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는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는데, 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전세계가 한마음으로 일본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끔찍한 재앙에서 일본이 살아나기를, 더 이상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말입니다. 가슴 아파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모두가 기적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우리 대통령은 UAE에서 핵발전소 기공식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국민들이 핵발전소의 위험을 눈앞에서 목도하며 불안에 떨고 있는데 말입니다. 당장 돌아와서 국민들과 함께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느끼고, 일본을 애도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것이 바로 무릎꿇고 기도할 일 아닐까요?
 
▶◀ 핵발전소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며 피폭된 여러분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 오송이 기자는 에너지정의행동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체르노빌 관련 사진은 http://energyjustice.kr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태그:#일본 대지진, #체르노빌, #핵발전소, #UAE 원전, #후쿠시마 핵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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