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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구 국장이 청와대에서 6년 근무한 이유

 

- 한상률 전 청장이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좌천인사를 해서 안 국장이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것 같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는데.

"남편은 국세청 내부에서 능력도 인정받았고, 출신도 골수 TK(대구·경북)다. 남편도 대구에서 계속 일해 왔고 주변 사람들도 기업체를 운영하기도 하는 등 모두 같이 성장해 왔다. 그 사람들이 지금 정권을 잡아 포진해 있는 것이다. 때문에 기반이 없었던 한 전 청장이 남편을 잠재적 경쟁자라고 봤다고 하자. 그것이 그 사람 생각이라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좌천 시켰을 수도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한상률씨가 청장을 하는 동안 남편이 그 사람 자리를 넘본다는 게 말이 되나? 만약 남편이 국세청장이 되더라도 그가 퇴임하고 나서 한참 후에 벌어질 일 아닌가. 그래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남편에 대한 사퇴 압박이 한상률 전 청장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안원구가 지난 정부 사람이라는 것도 그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다. 따지고 보면 남편이 현 정권 실세들과 가까운데 한 전 청장이 원하는 대로 일들이 진행돼 왔다는 것은 적어도 (정권과 가까운) 한 사람이 한상률 전 청장을 도왔다는 것 아닌가."

 

- 안원구 국장은 청와대에서 6년 가까이 근무했다. 파견직 공무원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능력이 있어서라는 평가도 있지만, 공작정치에 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악의적인 평가도 있다.

"남편이 청와대에 그렇게 오래 있고 싶어서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남편은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동진정책' 일환으로 김중권 비서실장이 당시 대구국세청장에게 영남권 인재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해서 청와대에 가게 됐다. 김중권 실장과는 잘 모르던 사이었다. 이게 와전돼 김중권 실장이 남편을 직접 발탁한 것으로 됐다. 청와대 파견 공무원으로서 남편이 하는 일은 국세청과 청와대 사이에서 연락병 역할도 하고 대통령의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도 했다. 청와대 파견직은 힘들다. 아침 7시면 출근해야 하고 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비서도 없다. 고생은 하지만 청와대에 있다 보면 시야도 넓어지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볼 수 있어 '기회'라고 생각을 하긴 한다.

 

그런데 남편은 청와대에 있으면서 승진을 했다. 보통 승진을 하면 국세청으로 복귀하는 게 맞는데 사정이 있었다. 당시 이용섭 국세청장 시절이었는데 그때 50만원 이상 접대비 실명제를 실시하려고 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반대했다. 조사해 보니 부정적인 여론이 많고 실행한다고 해도 접대비가 음성화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용섭 청장 처지에서는 국세청을 대변해야 할 파견직 공무원이 반기를 든 것이라 미운털이 박혔다. 그래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청와대에서 못 나온 것이다."

 

"한상률 청장이 사퇴한 이유에도 왜 사퇴 압박은 계속됐나?"

 

- 1960년생인 남편의 승진이 빠른 편인데.

"사실 그렇지도 않다. 항상 승진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남편의 인사발령은 지그재그식이었다. 청와대에 있다가 이주성 국세청장이 취임한 후 총무과장으로 발령받아 복귀했다. 다소 좌천성이었는데 나중에 인정을 받아 6개월 후 국장급 국제조세관리관으로 내정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주저앉아 6개월 더 총무과장을 했다. 이후 고생했다고 서울청 조사1국장으로 갔다. 당시에도 파격적 인사니 뭐니 말이 많았다. 당시 남편은 대구청에 있다가 바로 청와대 파견근무를 했기 때문에 국세청 내부에 남편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시샘이 많았던 것 같다.

 

남편이 나중에 자기는 주변사람들에 대해 시샘을 하지 않으니까 몰랐는데 '내가 너무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고 자책을 한 적이 있긴 했다. 그러다가 전군표 청장이 취임한 후 지방청 국장 자리에 발령이 났다. 이 인사도 조금 밀려나는 인사였는데 남편은 인사권자의 결정이니 싫으면 그만둬야지 반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 인사원칙상 남편을 지방청으로 발령내는 것이 불가능해서 그대로 서울청 조사1국장을 하게 됐다.

 

이후 국제조세관리관으로 발령받아 당시만 해도 일이 없었던 분야를 활성화해 평가를 높게 받았다. 이후 대구지방청장으로 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한상률 청장이 취임했는데, 한상률 청장 처지에서는 원래 전군표 청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고 새 정권에서 청장을 하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전 청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3개월짜리 청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전 청장 처지에서는 충분히 억울한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국세청 안에서는 한 전 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을 외부에 흘린 사람이 안원구 국장이라고 의심했다고 하는데. 

"그런 의심,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사실 조사를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이 아닌데 심증만을 가지고 한 공무원의 옷을 벗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군표 전 청장의 부인이 '학동마을' 그림을 팔아달라고 해서 위탁매매 확인서를 쓰면서 출처를 물어서 알게 된 것이다. 그 그림 이야기를 언론에 한 것은 전 전 청장의 부인이다. 나는 나중에 <조선일보> 기자가 그림을 보여 달라고 해서 보여준 것뿐이다."

 

- 전군표 전 청장 부인이 이곳에 '학동마을' 등 그림 5점을 맡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학동마을 1점이 전부다. 5점이 아니다."

 

- 안원구 국장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사퇴를 압박하는 국세청 간부의 발언 가운데 '청와대 윗선의 뜻'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 청와대로부터 직접 사퇴 요구를 받은 적이 있나?

"그쪽에서 청와대의 뜻이라고 하면 '아 대통령의 뜻이구나'라고 하면서 당장 그만둘 사람이 있겠나? 우리도 청와대 쪽에 확인을 해봤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를 관장하는 쪽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한쪽에서는 청와대 뜻이라고 하고 청와대에서는 아니라고 하면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했거나 그 과정에 '청와대'라고 착각할 만한 사람이 있었거나 아니겠는가.

 

특히 남편에 대한 사퇴 압박을 한상률 전 청장 한 사람이 시작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 전 청장이 그만두고 난 후 국세청에 대해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사퇴 압박은 계속됐다. 남편이 나가야 하는 이유만 바꿨다. 처음에는 '전 정권 사람이기 때문에'라고 했다가 '그림을 강매했다'는 누명을 씌웠고, 다시 그림 로비를 폭로해 조직에 누를 끼쳤다라고 했다가 대구청장 시절에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뒷조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유만 달라졌지 똑같은 기조와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것이다."

 

"남편은 이현동 현 차장을 한번도 경쟁상대로 생각한 적 없어"

 

- 안 국장이 왜 한상률 전 청장의 유임을 위해 로비를 했다고 생각하나.

"남편과 한 전 청장은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다. 단지 한 전 청장이 국세청장 자격으로 부하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남편은 부하직원으로서 청장의 명을 따른 것이다. 남편은 부탁한 사람이 한 전 청장이 아니었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한 전 청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세청장을 위해서 한 것이다. 한 전 청장이 국세청장이 될 만한 능력이 있고 그의 유임이 국세청 조직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를 도왔다."

 

- 그런데 두 사람의 사이는 왜 틀어졌나?

"지난 1년 넘게 남편과 마주 앉으면 '도대체 왜 그럴까'라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오죽했으면 남편에게 '당신 모르게 한 전 청장과 조상대에서 원한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했겠나. 이유가 없다. 남편도 납득을 못하고 있다. 청장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상황도 아니고…. 남편은 자기가 나가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면 사표를 쓰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국세청에서 분명하게 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안원구라는 사람은 자기가 납득할 수 있어야 사표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 안 국장이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보낸 탄원서를 보면 한 전 청장이 사퇴한 이후 진행된 사퇴 압박 과정은 이현동 현 국세청 차장 작품 아니냐는 의심을 할 만한데. 

"우선 이현동 차장은 남편이 갈 수 있었던 인수위에 대신 들어갔다. 그런데 이현동 차장은 TK이기는 했지만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업무적으로도 인정을 못 받았다. 그때까지 서울청 국장으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니까 TK정권에서는 TK가 무조건 잘나가고, 호남정권에서는 무조건 호남이 잘나간다는 상식은 잘못된 것이다. 적어도 능력이 똑같을 때 같은 지역 출신을 선호하는 것이지, 능력과 관계없이 무조건 지역을 따지지는 않을 것이다."

 

- 이현동 차장은 직위상 2인자이지만 백용호 현 청장이 외부인사라는 점에서 이 차장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니까 국세청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국세청 고위간부를) 아무나 할 수 없다. 준비된 사람이 해야 한다. 어느 기관이나 마찬가지다. 언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똑똑한 기자를 뽑아도 갑자가 차장 자리에 갖다 놓으면 그 일을 잘할 수 있겠는가.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경력을 쌓아야 한다. 근데 남편은 빨리 갔다고 하지만 그런 과정을 다 거쳤다. 하지만 이현동 차장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난리가 나는 것이다."

 

- 안 국장이 평소 이현동 차장을 어떻게 언급했나?

"남편은 이현동 차장을 한번도 경쟁자로 생각했던 적이 없다. 누구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상률 전 청장이 안 국장에게 3억을 요구하면서 차장 자리를 이야기했다면 결국 이런 얘기를 이현동 차장도 들었을 테고 이 차장으로서는 견제 욕구가 발동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전 청장은 안원구가 차기 차장이라고 소문낸 장본인이다. 그래서 선배들에게 남편이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그건 한 전 청장의 작품이다. 국세청 내부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한 전 청장이 태생적인 한계, 즉 기반이 취약하니까 그것 때문에 TK가 필요하긴 한데 능력 있는 TK는 언제든지 치고 올라올 수 있어 부담스럽고 해서 변방의 TK들을 규합해서 실세가 될 수 있는 이들은 쳐내고, 자기들끼리 싸움, 'TK목장의 결투'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TK목장의 결투'란 말은 한 전 청장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조정이 가능한 TK배'를 타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안원구는 조정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조정이 가능한 사람은 이현동 차장을 비롯한 TK들이다. 지금 서울청 조사1~4국장이 모두 TK인 것 알고 있나."

 

"한상률 전 청장, 억울하면 귀국해서 말하라"

 

 

- 3억 요구설은 국세청 차장 직위를 약속하면서 한 것인가.

"한 전 청장이 확실하게 '내가 차장을 시켜줄 테니까 3억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니다. '정권 실세에게 줄 10억인 필요한데 내가 7억을 마련할 테니 안 국장이 3억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내가 당신을 차장으로 기용해서 같이 가려고 한다'고 했다. 그런데 기자들이 다 기사를 그렇게 쓰더라."

 

- 한상률 전 청장이 10억 원을 전달하려고 한 '그 실세'가 누군지 안 국장도 알고 있나.

"그렇지 않겠느냐."

 

-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법사위에서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이상득 의원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런 상황 등을 종합해 '그 실세'가 이상득 의원일 것이라는 추측을 민주당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글쎄요. 남편이 할 이야기지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니다. 필요하다면 남편이 앞으로 법정에서 아는 것들을 다 공개할 것이다."

 

- 3억을 주고 차장자리가 보장된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근본적으로 그런 '상식'이 틀렸다. 국세청 차장 자리가 뭐 대단한 자리라고 3억을 쓰나. 청장도 길게 해봐야 1년이다."

 

- 한 전 청장은 미국에서 "신임하지도 않은 부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얼간이가 어디 있겠느냐"며 의혹을 부인했다.

"억울하면 한국에 나와서 이야기하면 된다."

 

- 삼화왕관 사장 자리를 거절한 이유는 뭔가?  

"남편이 자리 때문에 2년을 버틴 것이 아니다. 공무원은 어떤 직위든 거쳐 가는 자리일 뿐이라는 게 남편 생각이었다. 청장이 되면 좋은 이유는 자기가 품었던 청사진을 실현할 수 있어서 좋은 것이지 청장 자리 자체가 좋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남편은 1~2년 정도 임기의 청장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모든 것을 '올인'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또 국세청을 그만두더라도 세무사 개업해서 국세청에 붙어서 먹고살 생각도 없었다. 우리 부부가 다른 일 계획하고 있는 게 있다. 그래서 남편은 별로 타협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국세청 전체를 벌집 쑤셔놓듯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온당하지 않은 일을 할 필요도 없었다."

 

"검찰에 제출한 것 이외의 자료는 제3의 장소에 보관돼 있다"

 

- 안 국장이 체포되기 전에 어떤 대비를 했나?

"철저하게 하진 못했지만 대비하긴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

 

- 남편이 일목요연하게 비망록을 작성했다고 했는데 그런 식의 작업들이 구속에 대비한 작업이었나?

"구속 대비보다는 전방위적인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이 지속돼서 혼자 누명을 쓰고 사라지게 될 일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녹취나 기록을 시작한 것이다. 남편이 구속되고 나서 첫 면회를 갔더니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죽어야 산다'고 하더라. '내가 공무원으로서 죽어야 국세청이 살고 나라도 살고 무엇보다 내가 살 수 있다'고 했다."

 

- 그 비망록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나?

"그건 이야기할 수 없다. 제가 보관하고 있지도 않다. 저도 갑자기 납치되거나 체포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제3의 장소에 있다. 남편이 자기의 무죄를 입증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런 일들이 생기게 된 배경을 밝히겠다고 했다. (비망록 등은) 그런 진실을 밝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 한 전 청장 등 국세청 고위간부나 여권 실세들과 관련된 것인가?

"다양하겠죠."

 

- 비망록 외에 다른 근거들을 작성하거나 정리한 것은 없나? 

"남편이 재판받기 전에는 말할 수 없다. 확인해 줄 수 없다."

 

- 홍 대표가 직접 녹취록을 민주당에 넘겼나? 

"넘겼다는 표현은 너무 자극적이다. 그쪽에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이 한번 만나자고 한 것이다. 당 차원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쪽에서 한번 만나자는 연락도 안 왔다. 검찰에 자료를 많이 넘겼기 때문에 그 자료를 보면 검찰이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행하고 도청하고…."

 

- 검찰에는 모든 자료가 제출돼 있는 것인가?

"상당 부분 들어가 있다. 전부는 아니다. 나머지는 제3의 장소에 보관돼 있다."

 

- 안 국장이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 이상득 의원 아들과 가까운 건 사실인가?

"이상득 의원 아들과는 꽤 오랜 친분이 있다. 박영준 차장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하지만 박 차장과 남편의 친한 친구들이 상당히 겹친다. 그래서 서로 알게 되고 모임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남편이 일부러 인맥을 형성한 것은 아니고 간단히 말하면 같은 동네 사니까 알게 된 사이다."

 

"도곡동 땅 전표가 '원본'대로 존재한다고 말한 적 없다"

 

- 안 국장과 홍 대표 모두 도곡동 땅 전표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많은 언론 보도들이 나왔다. 민주당에서 브리핑한 내용도 있다. 내가 직접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남편의 무죄를 밝히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도곡동 땅 전표가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이 없다. 다만 그것을 잘못 언급하게 되면 남편이 의도했던 게 희석되고 만다. 단 남편이 한 이야기는 다 사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없는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도곡동 땅 전표를 보고받았고 보안을 지시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향후 법정에서 충분히 그 전표가 제시될 수 있다는 건가? 실재하는 건가?

"실재하니까 봤겠죠. 없는 것을 어떻게 있다고 하나. 남편은 사실이 아닌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여러 가지를 비추어봤을 때 사실일 것이다."

 

- 그러니까 2007년 세무조사 때 본 건 사실이고, 현재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그것을 (남편이) 봤다고 했지 원본형태로 존재한다고 한 적 없다. 안 본 내가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하나. 그 당시 것 아니겠느냐고 했는데, (<경향신문>에서는) '원본형태'라고 했다. 전체적인 맥락은 틀리지 않지만 단어 하나 비틀어서 사실관계를 틀리게 한다. 그래서 기자들 접촉을 피하는 편이다."

 

-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1995년 매입 당시 작성한 원본형태로 존재한다'라고 하지 않았나? 

"원본 형태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 당시에 그 문서를 봤다고 한다고 했지 원본이 존재한다고 하지 않았다. 2007년에 작성된 문건이 아니라 거래 당시의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지 '원본'이 존재한다고 하지 않았다."

 

- 안 국장 말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는 MB의 아킬레스건을 본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부분이 괘씸죄에 걸렸다고 보나? 

"그게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이고, 그것을 당시 대구지방청 4명이 본 죄로 괘씸죄에 걸렸다고 하자. 그리고 이 사실은 국세청 감찰에서 확인을 하고 당시 허병익 청장 대행, 이현동 차장에 의해 청와대 민정 쪽에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정보는 윗선으로 보고가 되지 않았다. 10월 말까지 윗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남편이 도곡동 땅 문건을 봐서 알고 있다는 것과 안 국장을 조사한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 이상득·정두원 의원이나 이재오 전 의원 등 정권 실세에게 그렇게 확인된 정보가 보고되지 않았겠나? 

"나로선 알 수 없다. 확신이 있어도 입 밖으로 낼 수도 없다."

 

"국세청이 물갈이돼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

 

- 권력과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무모해 보이기도 하는데.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 버렸지만 권력과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정신 차려 보니까 싸움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나. 살려주세요한다고 해서 살려주겠나. 싸워서 이기는 수밖에 없다. 우리 맘대로 되는 싸움이 아니지만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 사퇴 압력과 관련, 이현동 차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나?

"서울청장이 본청 감찰부를 움직일 수는 없다. 청장이 일임한다고 해서 일임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직권남용 증거도 있다. 변호사에게 확인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지난 주에 한 것으로 안다. 접견금지처분 행정소송을 할 때 함께 하기로 했다."

 

- 이 정부 아래에서 전면전을 벌이는 안 국장이 끝까지 버틸까, 정권 측과 거래해서 적절하게 타협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안원구라는 사람은 절대 타협이 안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번 일도 생긴 것이다. 남편의 혐의가 그대로 유죄로 인정된다고 해도 설마 사형시키겠나. 사형시킨다면 겁이 나겠지만 길어야 3년이다."

 

- 이번 싸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있나? 

"올해 들어 갤러리 거래처로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살려달라'는 전화가 왔다. 국세청이 '그림을 강매당했다고 인정하라'고 협박한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6월에는 허병익 청장 대행이 차기 청장으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남편은 허병익 체제가 들어서면 희망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우선 거래처를 살리기 위해 사표를 내고 밖에서 싸우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당시 언론에 기고할 목적으로 국세청의 개혁 내용을 담은 사퇴의 변을 써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글을 쓴 시점에 외부인사인 백용호씨가 청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외부인사라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사표를 낼 계획을 접었다. 그런데 백용호 청장이 취임하고 이현동 차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과거보다 더 심해졌다. 자신의 적을 제거하기 위해 국세청이라는 공조직을 동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매국행위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세청이 완전히 해부되고, 이 일에 연루된 사람들이 모두 국세청을 떠나야 한다. 그렇게 물갈이가 돼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태그:#홍혜경, #안원구, #한상률, #이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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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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