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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다 때려잡아야 한다,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로 노조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정권이 바뀐 것도 모르냐. 억울하면 정권을 잡아라."
"원장의 입장이 연구원의 입장이다."

박기성 원장
 박기성 원장
ⓒ 한국노동연구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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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경영자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사용자 측 인사가 아니라 국가 노동정책을 개발하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수장, 박기성 원장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발언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원장은 최근 잇따라 "헌법에서 노동3권을 없애는 게 소신이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오마이뉴스>가 24일 복수의 노동연구원 관계자들로부터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한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박기성 원장이 지난 1월 원내 회의석상에서 여러 차례 '노조를 때려잡아야 한다'고 발언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이 자리에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를 언급하며 "이를 통해 노조를 무력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박 원장은 2월 원내 회의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규직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정리해고 완화와 퇴직금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지난 2월부터 "정규직 없어져야 한다" 주장

박 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은 노동 현안에만 국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 운영에 관해서도 거침이 없었다고 한다.

연구자들이 "노사정 모두로부터 공정한 연구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박 원장은 "정권이 바뀐 것도 모르냐, 억울하면 정권을 잡아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즈음에 이 같은 발언을 들었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도 "박 원장이 그동안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고 들은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박 원장은 '연구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주장하는 연구자들에 대해 "원장 입장이 곧 연구원의 입장이다, 조직에 민주주의가 어디 있느냐?"고 맞받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2월에는 연구자들이 "경영진이 노동조합 지부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해지한 것이 연구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고 반발하자 박 원장은 "올해는 연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연구원에서 하는 연구보다 연구원 내부의 노사관계를 '바로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직후부터 노동연구원의 연구 방향을 놓고 연구자들과 계속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원장이 되자마자 '임기 중 경영목표'를 설정하면서 '수요자 중심의 정책서비스 제공'을 추가하고 그 하위 항목으로 '정부와의 상시적 협력체제 강화'를 넣었다. 대신 기존 목표로 명시됐던 '신뢰와 협력의 조직문화', '창의적 학습조직 구축' 등의 항목이 빠졌다.

연구자들이 특정 시민단체 토론회에 참여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전까지 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자들은 사전 혹은 사후 보고를 한 뒤 자율적 판단에 따라 토론회에 참석했으며, 이는 연구원에서도 대외활동점수로 인정받는 연구활동이었다.

특히 비정규입법에 대해서는 연구원이 정부 방침과 다른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인터뷰·기고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도 제재했고, 원장 개인의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연구원 입장으로 청와대에 보고해 물의를 빚었다.

중립성 요구하는 연구자들에게 "정권 바뀐 것 모르냐"

박기성 원장의 반노동 발언은 이미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 노동연구원의 산별교섭 참가를 요구하자 박 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별 노조가 원칙이고 산별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내 학자적 양심"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17일에는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게 소신"이라고 답했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지난해 8월 노사관계연구본부 연구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던 중 "모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노동계와 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박 원장은 공식석상에서도 자신의 우파적 '소신'을 밝혀왔다.

지난해 10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최한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폐지'를 주장하는 토론문을 냈다가 함께 토론회에 나왔던 한국노총 측의 반발로 발표가 무산되는 수모도 겪었다. 그 뒤 지난 1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KBS 심야토론에서도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은 폐지되어야 하고, 최소한 연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갈등 끝에 공공연구원노조는 지난 14일 파업을 시작했다. 평가위원회·인사위원회·고용안정위원회 등에 노조 참여를 보장하는 단체협약을 노동연구원이 해지하기로 하자, 연구위원들은 "연구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며 이에 반발해 노조를 만들었다.

황덕순 연구위원 노조위원장은 "아직 박기성 원장의 '소신' 발언이나 압력이 연구결과에 직접 영향을 끼친 적은 없지만 토론회 참석 등 대외활동은 위축된 게 사실"이라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국가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의 장이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면서 연구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장은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2007년 대선 당시 '뉴라이트지식인 100인 시국선언'에 참여해 이회창 후보의 대선출마를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노동연구원장 취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박 원장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24일 오후부터 그에게 수차례 전화로 연락을 취했으나 박 원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계속 박 원장과 접촉을 시도해 당시 문제발언들의 사실 여부와 전체 취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태그:#박기성, #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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