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3월부터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2년째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서울형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기자 말>

우리 학교는 5월 1일까지 봄 학기를 마치고 지금 5일 동안 짧은 봄방학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방학 첫날 학교에 가서 등교한 아이들을 돌보고 못다 한 업무 하고, 이튿날부터는 집에서 텃밭에 토마토, 고추, 호박 모종을 심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시원한 봄 바람을 맞으면서 달콤한 여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봄방학 동안 그동안에 '오나 가나' '자나 깨나' 했던 학교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그동안 날마다 급한 학교 일 때문에 미뤄두었던 제 책 집필을 마칠 생각입니다. 그리고 봄방학기간 동안 '학교, 우리 학교'라는 주제로 진행한 6학년 미술 프로젝트 수업을 되돌아보고 여름학기 동안 진행할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에 대한 수업 준비를 할 생각입니다. 

우리 학교는 사계절 학기를 운영합니다

'봄방학' 하니 낯설게 느껴지실 분들이 많을 텐데요, 서울형혁신학교인 우리 학교가 일반학교와 다른 점이 많지만, 그 중에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일반학교들이 1년 학사일정을 1학기와 2학기 두 학기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우리 학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학기로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사계절 학기를 운영하면서 봄과 가을에 짧은 방학을 두었습니다. 봄과 가을에 하는 짧은 방학에 대해 아이들과 학부모들과 교사들 모두 만족도가 높습니다.
▲ 사계절 학기 운영 모습 사계절 학기를 운영하면서 봄과 가을에 짧은 방학을 두었습니다. 봄과 가을에 하는 짧은 방학에 대해 아이들과 학부모들과 교사들 모두 만족도가 높습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일반학교들이 3월부터 7월 중순까지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을 하고, 8월 하순부터 12월 하순까지 2학기를 마치고 겨울방학을 하고, 다시 2월 학년 말에 학년 말 방학에 들어가는데, 우리 학교는 별도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중간에 봄방학과 가을방학을 일주일 안팎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년 1년을 지나고 보니 아이들과 학부모와 교사들의 만족도가 생각보다 꽤 높아서 올해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사계절 학기를 운영하는 이유

우리 학교가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학기로 운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재 한 개 학기 기간이 너무 길어서 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너무 긴 학기 때문에 아이들도 교사들도 지쳐서 학기 말이 되면 오직 방학만을 기다리게 되고 수업 분위기도 흐트러지게 됩니다. 그래서 중간에 잠깐이라도 쉬는 기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이든 학습이든 쉬지 않고 계속 하는 것보다 중간중간 쉬어주는 것이 효율성과 능률이 높다는 연구내용처럼, 학교도 중간에 한번쯤 쉬는 시간을 두어서 숨을 고르는 기간이 아주 필요합니다. 잠깐이라도 쉬게 되면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저절로 가질 수 있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다시 가야 할 앞날을 미리 점검하고 준비하게 됩니다. 또 정신 없이 달려오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이 되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사계절로 나누어서 학사운영을 함으로써 자연은 물론 계절과도 무관하게 살아가는 도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교육과정 내용도 네 마디의 계절 학기에 어울리게 운영하고 있고, 가정에서는 다른 학교에는 없는 봄과 가을의 짧은 방학 동안 도시를 벗어나서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학교들은 학교에 가는 평일에 한적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봄방학과 가을방학을 할 때 가장 큰 단점은 맞벌이 가정같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아이들 문제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계절 학기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봄과 가을방학 때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등교 희망 신청을 따로 받아서 지도교사를 배정해서 교육활동 시간을 운영합니다. 학교 도서실은 연중 개방하고, 평일에 운영되고 있는 돌봄교실도 평상시처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전교생 중 하루 80명 가까이 등교희망 신청을 했는데, 올해는 40명 남짓으로 줄었습니다. 등교 희망 신청아동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봄방학이 정착이 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봄방학 첫날인 5월 2일 등교신청한 어린이들이 출근한 본교 교사의 도움을 받아서 운동장에서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운동장 저쪽 끝에서는 방과후 축구부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 봄방학기간 동안 등교신청한 아이들이 노는 모습 봄방학 첫날인 5월 2일 등교신청한 어린이들이 출근한 본교 교사의 도움을 받아서 운동장에서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운동장 저쪽 끝에서는 방과후 축구부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봄방학을 맞이하여 학부모님들께 부탁하고 싶은 몇 가지

봄방학을 두고 생각해봐야 할 점은, 봄방학을 잘 보내는 방법이 반드시 가족과 함께 먼 여행을 가거나 돈을 주고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학교를 떠나 집에서 여유를 가지고 집안일을 하고 책도 읽고 편히 쉬는 것이 봄방학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입니다. 정신 없이 지난 2개월 동안 한 공부를 잠시 내려놓고 심심하게 보내면서 다시 여름학기를 맞이하는 것이 봄방학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작년에 봄과 가을 방학과 이번 봄방학을 맞이하면서 업무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담당자로서 학부모들한테 꼭 부탁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부모 중 한 분, 또는 어른이 집에 계실 때는 되도록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것은 올해 처음으로 운영하고 있는 주5일제 수업으로 토요일 '나홀로 아동' 등교희망 신청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일인데, 집에 부모나 어른이 계시는데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분이 많습니다.

봄방학이나 토요휴일은 아이들에게 등교하는 날을 줄여서 아이들이 학습노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학교에 나와서 교사의 지도를 받아 '놀이'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학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학교자율휴업일같은 임시 휴일에는 이웃에 어른이 안 계시는 집 아이가 있으면 우리 아이와 함께 돌보거나, 서로 기간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품앗이 육아'도 부모님께 권해봅니다.

또 하나, 작년 봄과 가을방학에도 그랬지만, 이번 봄방학에도 미리 등교신청을 받아서 반편성을 하고 지도교사를 배정했는데, 신청을 해 놓고 사전에 아무 연락 없이 결석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첫날에 결석한 아이 집에 연락을 해보면, 대부분 부모가 전화를 받으면서 '미안하다. 일이 있어 못 보냈다'거나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 보내겠다, 취소해 달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학년은 신청해놓고 연락없이 오지 않는 아이가 70%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청을 받을 때와 반편성 안내문을 보내면서 '신청할 때는 결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생각해서 신청하고, 결석할 때는 미리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런 분들 때문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교사들까지 더 많이 학교에 나와야 하고, 또 첫 날 첫 시간은 안 온 아이 하나하나 전화로 확인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다 허비하게 됩니다. 이런 일은 우리 학교만이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학부모들이 이런 점은 꼭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어지는 글에서, 사계절 학기를 실제 운영하는 모습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사계절학기운영, #봄방학, #여가활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