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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33개교가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한 가운데 대구, 경북, 광주, 대전 등 전국적으로 신청이 진행 중이다. 자율형사립고는 서울 등 광역시는 등록금 대비 재단 전입금이 5% 이상이고, 경북 등 도단위 지역에서는 3% 이상을 최소 기준으로 해서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사학들은 이 3~5%의 법인 부담금이 너무 많다고 하면서 낮추어 달라고 한다. 막대한 재정 부담 때문에 자율형사립고 신청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실제로 67개교가 희망한다던 서울에서 33개 학교만이 신청했고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5%, 또는 3%가 과도한 부담이라는 사학의 볼멘 소리는 엄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5%로는 학교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교과부의 탁상공론에서 나온 숫자라는 비판을 사게 생겼다. 이를 구체적인 수치로 한번 증명해 보려 한다.

등록금 대비 전입금 5%가 사학에 과도한 부담이라고? 과도한 엄살!

학급당 33명 정도의 10개 학급을 가진 학교로 자율형사립고 최소 자격을 계산해 보자. 등록금을 현재 일반고의 3배로 계산하면 1년에 1인당 450~500만 원 정도 된다. 이를 전교생 1년 등록금으로 환산하면 한 학교당 대략 45억~50억 정도의 등록금 수입이 생긴다.

이 등록금 수입의 5%면 최대 2억 5천만 원 정도이고, 3%이면 1억 5천만 원 정도이다. 이렇게 계산해 본 결과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하기 위해서 1년에 사학재단이 부담해야 하는 전입금이 고작 1억 5천~2억 5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이 정도 규모의 사립고는 정부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의 이름으로 1년에 25억~30억 정도의 혈세를 지원받아왔다. 정부로부터 30억 내외(20억~50억)의 지원을 받으면서 늘 지원이 인색하다고 하던 사학들이 그 1/20~1/30밖에 안 되는 전입금이 과도하다고 우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 이내로 제한되어 있는 외고나 자립형사립고(자립형사립고는 등록금 대비 재단전입금 비율이 25%로 자율형사립고의 5배이다)가 재정적으로 큰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등록금 상한선도 없는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한 사학들의 엄살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재단전입금 5%를 낮추어 달라는 것은 불법 부실 사학들의 자기고백?

조금 더 계산을 해보자. 현재 사립학교법과 사학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현행법에 의하면 사학법인은 모든 다른 직장처럼 소속 교직원의 연금 부담액 중 일부를 부담하여야 한다. 사학법인의 최소한의 재정적 의무로 규정되어 있는 이것을 법정 재단전입금이라고 한다.

현재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이 법정 재단전입금을 사학법인이 부담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국민의 혈세로 지원해주고 있다. 그런데 자율형사립고가 되면 이를 정부가 지원해 주지 않아 사학이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 법정 재단 전입금은 소속 교원의 숫자와 그들의 호봉 등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30반 규모의 학교라면 법정 재단전입금 소요 총액이 1억 5천 만원 정도 된다. 바꾸어 말하자면, 현행법으로 규정된 연금 등 법정 재단전입금만 제대로 부담하는 사학이라면 자율형사립고 신청 자격인 3~5% 기준을 충족시키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5%, 심지어 3% 재단 전입금이 부담스러워 이를 낮추어 달라고 하는 사학들은 스스로 "우리 사학은 지금까지 현행법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의 재단전입금도 부담하지 않고 혈세로 운영해온 부실사학이었습니다"라고 자기고백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이 비율을 낮추어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5% 전입금이 탁상공론인 다른 이유 : 5%로는 학생들에게 10원도 못 써

어떻게 해서, 무슨 근거로 5% 기준이 정해졌을까? 이 돈이면 학생들을 위하여 어디에, 얼마나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일반고가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되면 소속 교원의 명예퇴직이 불가능한 것과 함께 임금 외에 교원성과급이 정부에서 지원되지 않는다. 따라서 교원 성과급도 연금과 마찬가지로 사학법인에서 별도재원으로 교사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일반 학교에서는 교원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자율형사립고에서 이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사들과 국민들에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교원성과급이 현재 기준으로 30학급 규모 학교라면 대략 1억 5천만 원 정도 된다.

즉, 자율형사립고가 되면 사학법인에게 연금부담금 등 법정재단전입금과 교원성과급만으로도 1년에 최소 3억 이상의 부담이 발생한다. 이 규모는 자율형사립고의 최소 신청 기준인 등록금 대비 3~5%인 1억 5천~2억 5천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다.

다시 말해서, 3%는 연금부담금 등 법정 재단전입금과 교원성과급 소요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5%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이다. 사학재단이 그렇게 부담스럽다고 엄살을 부리는 5%로는 교직원의 연금과 성과급도 못 낸다는 의미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학생들을 위하여 쓸 돈은 10원도 없고 오로지 학생의 등록금에만 의존하여 학교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자율형사립고 지정 최소 기준인 5%는 초등학교 수준의 산수(算數)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교과부가 탁상공론으로 지어낸 허수(虛數)이다.

겉과 속이 다른 자율형사립고 지원 : 정부의 예산절감 효과는 부풀려진 풍선

교과부와 청와대는 자율형사립고를 추진하면서 두 가지 명분을 내세운다. 하나는 학교 다양화를 통한 사교육비 감소이고, 다른 하나는 자율형사립고에 지원되던 예산을 다른 학교에 골고루 나누어 줌으로써 일반 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다양화에 의한 사교육비 감소는 이미 존재하는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대비 중학생 사교육비 급증에서 알 수 있듯 가능성이 없는 일방적 주장 또는 그들만의 희망사항이 될 가능성이 많다.

두 번째 주장은 언뜻 들으면 타당성이 있는 것 같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자율형사립고 100개를 만듦으로써 그 동안 이들 사학에 지원되던 혈세 2000~2500억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이를 다른 학교들에 골고루 나누어주면 일반 학교의 교육환경도 개선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교과부는 자율형사립고의 입학생 중 20%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 중에서 선발하고 이들의 등록금을 사학이 아니라 교육청과 지자체가 부담하겠다고 한다. 언뜻 보면 타당한 설명 같고 가능한 얘기 같지만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 자율형사립고에 지원되는 돈을 아껴서 다른 일반학교에 투자한다고 해 놓고선 자율형사립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하는 것은 청와대와 교과부가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꼴이다.

자율형사립고 2만 명 지원 1000억이면 일반고 학생 6만 명 무상교육 가능

학년당 10개반씩 전체 30학급의 학교를 기준으로 할 때 사회적 배려 대상자 20%는 200명 정도이다. 이들 200명에게 일반고의 3배인 1인당 1년 500만 원의 자율형사립고 등록금을 지원하면 학교당 10억에 이른다. 이는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된 사학이 부담할 5%의 4배에 이르는 것이다. 이를 전체 100개 자율형사립고로 환산하면 학생 2만명에 총액 1000억에 이른다. 정부는 자율형사립고는 지원하지 않는 것처럼 선전하면서 1000억을 지원하는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청와대와 교과부가 주장하는 자율형사립고 100개 설립에 의한 2000억 이상의 예산절감 효과는 2배로 부풀려진 것으로 실제로는 1000억 정도에 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전국의 2000개 정도인 고등학교로 나누면 한 학교당 5천만 원 정도의 예산이 돌아간다. 이것을 일반학교 예산지원 증가로 인한 공교육의 질 개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침소봉대의 전형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청과 지자체가 이 1000억이라는 자율형사립고 지원 예산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 1000억이라는 금액을 학생수로 계산해보면 자율형사립고 2만 명 지원액으로 일반고 학생 6만 명을 무상으로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교과부는 일반학교 학생 3명을 지원할 수 있는 혈세를 자율형사립고 학생 1명에게 몰아서 지원하고 이를 예산 절감이라고 주장하는 모순을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런 사실들이 교과부와 청와대가 만든 이 자율형사립고 재단전입금 5% 기준이 얼마나 탁상공론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며, 또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터넷언론 민중의소리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자율형사립고, #5% 부담금, #재단전입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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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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