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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바라다 보이는 율도
▲ 율도 마을 바다에서 바라다 보이는 율도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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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바다위에서 바라본 율도. 마을이라 해봐야 겨우 10가구 안팎이어서 인적도 없고 고즈넉하기 이를데 없다. 특별히 많이 나는 수산물도 없어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곳이다. 특히 편지도 맘대로 부칠 수 없다. 그저 한달에 10번 배에서 전해주는 편지를 받아다가 이장이 나눠줄 뿐이다. 편지는 받기만 할 뿐 부치지 못하는 곳. 아직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현상이다.

급변하는 세상. 그러나 시계를 거꾸로 돌리듯 사라져가는 곳을 찾아가는 배가 있다. 낙도보조선 '신해 7호'다. 이 배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32개의 조그마한 섬들을 찾아 돌면서 섬사람들의 발이 돼준다. 목포에서 출발해 낙도를 찾아가는 신해 7호는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뱃길을 이어준다. 낙도 사람들을 뭍으로, 뭍 사람들을 섬으로 데려다주는 고마운 배다.

목포에서부터 해남, 신안, 진도군 바다를 누비며 32개 섬을 왕래한다. 섬사람들에게는 시내버스와 같은 존재다. 신안군 장상면 율도 역시 이 배를 이용해야 갈 수 있다. 이 배가 다니는 섬의 특징은 이름은 알려지지 않은 섬들이다. 처음 듣는 이름들이지만 섬 이름이 그렇게 정이 가고 멋있는 이름들이 많았는지를 이 배를 타고서야 알았다.

선착장과 여객선 대합실
▲ 율도 마을 선착장 선착장과 여객선 대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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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도는 마진2구에 속한다.
▲ 마을 표지판 율도는 마진2구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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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 '율도(栗島)'. 우리나라엔 율도 이름을 가진 섬이 전남에만 3곳이 있다. 목포시 율도와 신안군 지도읍 율도, 장산면 율도가 그것이다. 장산면 율도는 진도 울돌목 끝이 보일 만큼 진도와 가깝다. 장산 본도 축강항에서 12㎞ 떨어져 있다.

높지 않은 지형에 남북으로 길게 생겼다. 목포와 거리는 33.4㎞다. 1700년경 김해김씨 김석실이 해남 문내에서 장산도로 오던 중 이 섬에 잠시 정박했다가 후일 정착했다 한다. 그 후, 1850년 밀양박씨가 해남 문내면 학동에서, 1860년경 해남 문내면 경주김씨 김경민이 이곳에 처가가 있어 이주했다. 한때 30여 가구 121명이 살았으나 현재는 12가구로 줄었다. 실제 거주 가구수는 5가구에 불과하다.

물이 빠진 갯벌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몇 채 안되는 마을풍경과 함께 쓸쓸함을 더 해주고 있다. 


마을 풍경과 함께 쓸쓸함을 더해 준다.
▲ 물이 빠진 마을 선착장 물이 빠진 갯벌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몇 채 안되는 마을풍경과 함께 쓸쓸함을 더 해주고 있다. 마을 풍경과 함께 쓸쓸함을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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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길 오른쪽 끝 갈림길에 마을표지석이 있다. '마진2구'. 율도지만 행정명칭은 마진2구다. 선착장 해안은 잔잔한 자갈밭이며 섬 전체가 갯바위로 조성돼 있고 낚시꾼 발길이 잦다. 오르막길로 올라가면 학교로 이어진다. 폐교된 지 오래돼 운동장은 잡초로 가득하다. 장산동초등학교 율도분교장. 분교 건물은 폐교 후 개인에게 매각됐다. 마을 이장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상운(78) 이장은 군대를 제외하면 평생 여기서 살아왔다.

"육지로 나가 살았으면 집 한칸이라도 마련해 살 텐데 이제야 전기가 들어온다. 70평생 이 조그만 섬에서 뭘보고 살았는지 참 세월이 허망하다."

이곳에 뿌리를 박고 사는 집은 5가구다. 1톤 미만 배가 3대 있으며 미역채취·낚시용으로 운항된다.

섬에서 만난 어느 노부부
▲ 율도 주민 섬에서 만난 어느 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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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댁에서 보면 목포-제주행 대형 여객선이 보인다. 45년 전 필자도 고향에 여객선이 입항하면 구경가기를 좋아했다. 무작정 타고 목포라는 도시로 떠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15세 때 여객선을 타고 부모 몰래 목포로 나가 열차타고 서울로 갔다. 수십 년 동안 객지생활을 했다. 김 이장은 날마다 저 배를 보고 애를 태우면서 70여 해를 살았을 텐데 그 마음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섬이 작아 물이 부족한 곳이다.
▲ 커다란 물통 섬이 작아 물이 부족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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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는 1984년 8월30일 준공된 우물이 있다. 그래서 물사정이 나쁘지는 않다. 이곳에는 '태양광발전소'가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35㎾다. 오지 중 오지인 율도에 명령항로를 운항하는 낙도보조선 신해7호·10호가 매일 한 차례씩 들르고 있어 다행이다. 불편한 점도 있다. 우체부가 오질 않는다. 대신 이장이 도급으로 한 달에 10번 배에서 받아 배달해준다.

편지를 받기만 하고 부치지 못하는 섬이 대한민국에 아직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은 텃밭 외 농경지가 없어 외지에서 식량을 조달해 생활한다. 섬이지만 고기잡이가 주업인 가구는 없다. 해안가 갯바위 자연산 톳과 미역 질이 좋다. 파래 등 자연산 해초가 많아 톳양식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산 아래에 아담하게 자라집고 있다.
▲ 폐교된 장산분교 산 아래에 아담하게 자라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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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도마을 당산제

율도마을 당제는 최근에도 매년 정월 초사흘 새벽 3~4시 열린다. 당집은 마을 뒷산 능선 아래편에 있다. 이 당집에는 영험이 있어 아이들이 당집 주위에 오줌을 누면 성기가 붓는다는 속신이 있다. 당집은 돌로 된 벽에 기와를 얹은 맞배지붕의 단칸집으로 이뤄져 있다. 실내에는 나무로 짠 제단이 있고 그 위에 제기가 놓여 있다. 천정 서까래에는 '당미'라 하여 한줌 가량의 쌀을 천으로 싸서 매달아 놨다. 한편 팽나무 소나무 등이 우거진 당집 주위 10m 아래 당샘이 있고 그 옆에 당제 때 제관들이 숙식하는 노지가 있다.

당제 제관은 2명으로 제를 주관하는 사람을 '당주', 그의 보좌역을 '당조수'라 한다. 주민들은 음력 동짓달에 열리는 마을회의에서 부정이 없는 사람들로 당주와 당조수를 선정한다. 당주와 당조수는 온갖 금기와 정성을 기울여야함은 물론 당제 1일 전인 정월 초이튿날부터, 한겨울에 당샘 근처 노지에 차일을 치고 제물을 마련하면서 숙식해야 한다.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옛부터 지켜온 관습인데 근래 들어선 당주·당조수로 선정되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늘었다. 과거 당주나 당조수 역할을 맡아 당제를 지냄으로써 어떤 효험을 얻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한다. 그러나 실제 별반 효험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역할들을 맡으려는 사람이 적어졌다고 한다. 당주·당조수 선정이 어려워지자 얼마 전부터 마을 주민 모두가 합동으로 당제를 지낸다 한다. 당제를 마치고 마을로 오면서 뒷산 곳곳에 제물을 던져주면서 헌식을 한다. 새벽에 집으로 돌아와 주민들은 음식과 술을 나눠 먹으며 당제를 마친다.

● 지리적 개요
율도는 신안군 장산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0.43㎢, 해안선 길이 5㎞, 목포와의 거리 39㎞다. 인구는 34명(2001년 기준)이거주하고 있다.

●특산물
미역, 돌김, 조개, 굴 등이다.

● 가는 길
신해 7ㆍ10호가 목포 → 율도간 하루 1회 운항
목포서 오전 8시30분 출항, 1시에 율도 도착.
목포 오후 2시반에 출항.

덧붙이는 글 | 전남일보



태그:#율도 , #당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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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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