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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그대로 쓴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한겨레>는 15일치 신문 1면 제호 아래에 성한용 편집국장 명의의 사과문을 싣고 "정치·사회적 쟁점을 솔직하게 다뤄보자는 것이 기획 목적인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이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됐다"며 사과했다. <한겨레>가 편집국장 명의로 1면에 사과문을 낸 것은 창간 이후 처음이다.

 

노무현재단측도 "용기 있고 성의 있게 취해진 <한겨레>의 사과를 정중하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신문은 지난 11일치 신문 33면 '한홍구-서해성의 직설'이라는 대담기사에서 '놈현(노무현의 속어)', '관 장사' 등 소설가 서해성씨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낸 것은 물론, 기사의 제목으로까지 뽑아 독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많은 독자에게 불쾌감 전달... 저희의 불찰입니다"

 

성한용 편집국장은 "'직설' 기사 부적절한 표현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5월 창간 22돌 지면개편에서 <한겨레>는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난을 신설했다"며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적 쟁점, 특히 민주·진보 세력의 당면 과제를 에둘러 얘기하지 않고 정면에서 솔직하게 다뤄보자는 것이 이 기획의 목적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첫 번째 '<한겨레> 너는 누구냐'를 시작으로, 광주항쟁 시민군 이야기, 진보와 보수의 안보관 문제에 이어 네 번째로 천정배 의원을 초청해 민주당 문제를 놓고 토론했다"며 "지난 11일치 33면에 보도된 이 토론의 전반적인 취지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인사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뛰어넘는 비전과 힘을 보여줘야 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토론 내용을 전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이 기사와 제목에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됐습니다. 당사자는 '핍박받던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표현을 신문에서 정리하고 편집할 때는 좀 더 신중하게 처리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 표현을 그대로 제목으로 실었고, 이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불쾌감을 전달해 왔습니다. 저희의 불찰입니다."

 

성 국장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노 전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과 독자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편집국을 대표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직설'은 역사학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서해성씨의 솔직한 대화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대담기사다. 그러다보니 말 그대로 직설적인 표현들이 서슴없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논란이 된 '놈현', '관 장사' 발언은 서해성씨가 패널로 참석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개혁 문제를 얘기하던 중 나왔다. 

 

"선거 기간 중 국참당 포함한 친노 인사들이 써 붙인 '노무현처럼 일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보면서 쓴웃음이 나왔어요. 이명박이 가진 폭압성을 폭로하는 데는 '놈현'이 유효하겠지만, 이제 관 장사는 그만둬야 해요. 국참당 실패는 관 장사밖에 안 했기 때문이에요. 그걸 뛰어넘는 비전과 힘을 보여주지 못한 거예요."

 

서씨의 발언도 문제였지만, <한겨레>는 이 대담기사에 "DJ 유훈통치와 '놈현' 관 장사를 넘어라"는 제목을 달아 서씨의 발언을 크게 부각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기사를 본 누리꾼들은 "너무나 기분 나쁘고 열 받아서 한겨레 오늘부로 끊는다. 놈현? 관 장사? 도대체 이 무슨 저질스런 표현이고 인격모독인가"('ameba91')라며 <한겨레>를 비판했다.

 

6.2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어둠속 등불이던 그 신문이 이제는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소비자로서 가슴 아픈 작별을 했다"라며 절독을 선언하기도 했다.

 

양정철 노무현재단 사무처장도 12일 <한겨레>에 "'직설'의 부박한 표현을 보며"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 항의의 뜻을 표했다. 그는 "돌아가신 분, 특히 서거한 전직 대통령을 향해 함부로 사용한 그런 표현이 아무런 여과 없이 제목으로까지 뽑힌 것에 대해선 대단히 유감스럽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사가 나가고 많은 독자들이 항의를 한 데에는 문제의 표현뿐 아니라 '관 장사'라는 자극적 표현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재단 "이처럼 솔직한 사과 드문 경우... 정중히 수용"

 

그러나 15일 <한겨레>가 지면을 통해 공식 사과하자, 노무현재단측도 즉각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홈페이지 공지글에서 "<한겨레>는 재단의 항의를 받아들여 문제기사의 제목을 수정하고, 다음 날 신문에 재단 사무처장 명의의 비판 글과 사과 글을 함께 게재했다"며 "이 같은 <한겨레>의 태도가 미흡하다는 시민들의 비판도 있었지만, 재단은 나머지 후속조처에 대해선 <한겨레>의 양식과 책임에 맡기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이어 "그런데 <한겨레> 내부에서 일련의 대응과 대처에 성의가 부족했고 미흡했다는 내부 자성이 많았던 걸로 안다"며 "그 결과 편집국과 회사 전체의 중지를 모아, 15일자 1면 제호 아래 다시 사과문을 게재하기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재단은 특히 "언론계 관행으로 봤을 때 자사 보도에 대해 이처럼 솔직한 사과는 경우가 드문 일이고, 또 <한겨레>입장에서도 편집국장 명의의 1면 사과는 창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며 "과정상 여러 가지 유감스런 대목에도 불구하고, 재단은 용기 있고 성의 있게 취해진 <한겨레>의 사과를 정중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태그:#한겨레, #놈현, #관장사, #유시민, #노무현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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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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