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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또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에서 골재채취업체를 운영하던 H(72)씨가 지난 9일 오후 5시경 자신의 사무실에서 농약을 마셔 병원으로 옮겼지만 11일 새벽 결국 숨을 거뒀다. 당시 H씨 주변에는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함께 발견됐다.

 

대구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H씨는 유서에 "정부가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사업을 추진해 원망스럽다"며 "사업을 더이상 할 수 없어 힘들다"고 적었다. H씨는 또 "이렇게 무자비하게 보상금 한 푼 없이 기업을 내쫓는 식으로 버리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반성하기 바란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경찰은 H씨가 지난 20년간 대구 달성군 옥포면에서 골재채취업을 해왔는데 4대강 사업으로 더 이상 골재 채취를 할 수 없게되자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준설작업에 방해된다며 골재채취 허가 안 해"

 

H씨가 운영하는 D산업은 이달 말이면 정부에서 허가를 받은 골재채취량을 다 채워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4대강 공사에 소규모 골재채취공사가 방해될 수 있어 추가적인 골재채취 허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씨가 운영하던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현장노동자는 "이달 말이면 달성군 옥포면에서 공사가 끝나는데 정부에서는 사실 '3월까지 끝내라'고 했었다"며 "준설할 수 있는 허가받은 양이 있어 공사를 계속했지만 또 정부는 '5월 말에 공사를 끝내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대기업이 대형준설선을 띄워 놓고 작업을 하는데 영세한 업체의 작은 준설선이 방해가 되니까 공사를 빨리 마치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D산업은 현장에 장비를 운영하는 직원이 5명,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임원이 5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기업이다. 대구를 비롯해 경북 일대의 4대강 공사현장에서 골재채취업을 해오던 기업들은 대부분 D산업과 같이 영세한 업체들로 최근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월 초 현재 대구, 경북 지역 골재채취업체 34개 가운데 1개 기업이 폐업을 신청했고 4개 기업이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골재채취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은 6개에 불과하다.

 

휴업에 들어간 골재채취업체 P개발의 한 관계자는 "전면 휴업에 들어간 상태여서 직원들 임금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H사장이 단적으로 자살을 택했지만 현지 골재업계가 경영난으로 비슷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골재업계 사장들과 부산국토관리청 등이 만나서 협상하고 있지만 전혀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31일에는 경북 군위 지보사에서 수행하던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했다. 


태그:#4대강, #자살, #문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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