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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충연 용산4구역철거민대책위원장의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왼쪽부터 어머니 전재숙씨, 형 이성연씨, 부인 정영신씨.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충연 용산4구역철거민대책위원장의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왼쪽부터 어머니 전재숙씨, 형 이성연씨, 부인 정영신씨.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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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공무치사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용산참사 철거민들 9명에게 징역 5년에서 8년의 형이 구형됐다.

2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용산참사 재판에서 검찰은 이충연 용산4구역철거민대책위원장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각각 5년·6년·7년·8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반면 이날 변호인단은 "화재 원인을 알 수 없고, 경찰 진압이 적법하지 않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 직후 김형태 변호사는 "경찰 지휘부 책임은 다 빼고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일반 사건처럼 8년씩이나 구형하는 것은 과하다"면서 "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오후 2시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검사] "'법 지키면 손해' 인식 퍼지면 사회질서 유지 못해"

검사 측은 이날 재판에서 이충연 위원장에 대해 "농성을 총괄기획한 책임이 중하고 재판 거부를 주도하는 등 태도가 불량하다"면서 "그러나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인 것을 감안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의견진술에서 검사 측은 용산 농성자들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장기 농성을 했고 이는 용역업체 직원과 경찰을 향한 폭력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면서 "검사 역시 법정 드나들면서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의 화염병 투척을 비판하면서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남대문 화재 사건은 물론 동의대 사건을 예로 들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전철연 회원들의 과거 전과를 거론하면서, 그동안 양형이 재범 위험성보다 온정주의에 치우쳐 행해졌다고 강조했다.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면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사 측은 "피고인들을 단호하게 처벌하지 않는다면 각양각색의 단체들이 화염병을 들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는 또한 피고인들의 편파 수사 주장에 대해서 "모든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인간적 배려까지 하면서 수사했다"고 반박했다. 왜곡된 보도로 인해 경찰들이 부상보다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변호사] "망루내 화염병 투척 아무도 보지 못했다"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용산 철거민 변호인단의 김형태 변호사가 검찰 구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용산 철거민 변호인단의 김형태 변호사가 검찰 구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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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은 최후변론을 통해 "참사를 일으킨 화재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서는 물론 재판 심문에서도 "망루 내에서 화염병 투척을 목격했다"거나 "화염병으로 인해 발화됐다"는 경찰 특공대원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형태 변호사는 인혁당 사건 재심 사례를 거론하면서 "20년 뒤 검찰이 공개하지 않은 300쪽 수사기록이 나오면 이 사건도 다른 결과가 나오리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사의 근본 원인을 "재개발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은 자본"을 꼽았다. 결국 돈이 사람을 잡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경찰 진압에 대해서도 "조합과 세입자간 민사분쟁에 국가 권력이 개입한 것"이라면서 "서부 활극에 나오는 목장주를 비호하는 나쁜 보안관"으로 비유했다.

김 변호사는 "화염병을 보지 못했다", "화재가 어떻게 발생한지 모른다"는 경찰 특공대원들의 진술을 강조했다. 망루 안이 워낙 좁기 때문에 화염병이 투척됐다면 이를 못 봤을 리 없고, 동료를 잃은 대원들이 굳이 거짓진술을 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녹스가 기화되어 생긴 유증기가 망루내 발전기나 경찰의 동력절단기로 인해 발화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피고인들] "이 나라에선 정직하게 살 수 없다"

"아이고, 내 새끼"

이날 재판의 마지막 순서는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었다. 대부분 피고인들은 진술 도중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방청객들도 함께 오열하면서 법정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이충연 위원장은 "저희가 바라는 세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면서 "역사에 남을 정의로운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다른 피고인들 역시 "법과 제도가 바뀌어서 다시는 우리같은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물의를 일으킨 점을 반성한다, 우리만 너무 몰아세우지 말아달라"고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한 피고인은 "자식들에게 '가난해도 정직하게 살라'고 했는데 앞으로는 할 말이 없다, 이 나라에서는 정직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한 피고인은 "법이 아무리 잘못 됐어도 우리가 자제할 부분도 있고, 공권력도 협상과 배려로 인내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직후 용산범국민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서는 이를 덮기 위해 적반하장 식으로 센 구형을 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경찰에 살인진압에 대한 죄를, 검찰에 무고에 대한 죄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충연씨의 가족들은 내내 눈물을 흘리며 침통한 표정이었다. 특히 어머니 전재숙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고, 내 새끼"라고 울부짖느라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충연씨의 형 성연씨는 "저희 가족들은 참사 이후 회식 한번 하지 못했다, 특히 불쌍한 제수씨(정연신씨)는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새색시인데 그 (신혼의) 꿈이 8년 더 미뤄지게 됐다"면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아들은 구속되고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게 다 우리가 철거민이 됐기 때문"이라면서 "부디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태그:#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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