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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회 교육위원회가 아예 아이들 밥그릇까지 빼앗았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교육청 교육위원회 심의에서 절반으로 깎인 초등학교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시민들 반발에도 불구하고 모조리 잘라냈다.

 

이번에 전액 삭감된 무상급식 예산은 김상곤 교육감이 "우리 아이들이 걱정 없이 밥 좀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예산이다. 도서벽지·농어촌지역 초등학교, 도시지역 가운데 전교생 300명 이하 초등학교(400개)에 무료로 급식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됐다.

 

김 교육감은 이 사업을 하기 위해 예산 171억원을 세웠지만 이미 지난달 23일 경기도 교육청 교육위원들은 이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했다. 

 

사실상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도한 이번 삭감의 주된 이유는 한마디로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300명 이하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 가운데 저소득층 비율이 10.2%에 불과한 상황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급식을 지원해 준다면 300명 이상 규모 학교 학생들 중 지원을 못 받는 같은 소득 수준 학생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의회 교육위원회 전체 13명 위원들 중 11명이 한나라당 도의원들이다.

 

교육위는 대신 최저 생계비 120% 이하 가구에만 지원됐던 급식비를 130% 이하 가구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저소득층 자녀 중식 지원비를 120억 증액하기로 했다.

 

눈칫밥 먹는 아이들 수만 불려 놓을 것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형평성 문제'는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인다. 또 대안으로 제시한 저소득층 자녀들에 대한 중식 지원비 증액안이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써서 들여다보면 이 제도는 우리 교육 현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눈칫밥 먹는 아이들 수만 불려 놓는 방안이다.

 

한창 예민한 나이에 집이 가난해서 점심을 공짜로 먹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차라리 점심을 굶고 말겠다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예전처럼 생활보호 대상자 명단을 전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울러 급식비를 지원받는 아이들 명단도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생 자신도 모르게 할 방법은 없다. 또 그 부모까지 모르게 할 방법은 더더욱 없다. 돈이 없어서 급식비를 지원받는 그 부모 마음은 어떨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자괴감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급식비는 대부분 통장에서 자동 이체된다. 언젠가 주로 쓰는 통장이 바뀌어서 내 뜻과는 관계없이 급식비를 내지 못한 적이 있다. 아이 손에 아주 작은 종이쪽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깨알 같은 글씨로 급식비가 인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 줬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애 얼굴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그 쪽지를 받아 오면서 조숙하고 감수성 풍부한 딸아이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해 보니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미안한 것은 선생님에게도 마찬가지. 급식비를 걷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전화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고민 고민 끝에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글씨로 급식비가 인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렸을 것이다. 그 쪽지에는 선생님이 고민한 흔적이, 미안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어른들은 점심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면서

 

김상곤 교육감 무상급식 안은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한 것이다. 그대로만 진행하면 혜택을 받는 지역 아이들 중에는 더 이상 눈칫밥 먹는 아이들이 없을 것이다.

 

전교생에게 무료로 급식을 나누어 주니 급식비 못 내서 얼굴 빨개질 일도 없고 돈이 없어 급식비 지원받는다는 생각에 괴로워 할 일도 없다. 또 선생님들도 급식비 걷는 일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형평성' 문제 들먹인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김 교육감 무상급식 예산을 대폭 증액하여 경기도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무상 급식하면 된다.

 

지금도 예산이 부족한데 무슨 돈으로 그럴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그건 당신들이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 고민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 주는 것이다.

 

고민해도 모르겠으면 배워라. 현재 한국에도 무상급식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다. 경상남도 남해시는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이고  경상남도 하동시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다. 또 전라남도 교육청은 초등학교 109개교, 중학교 56개교를 무상급식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다. 때문에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벌금까지 낸다. 그렇다면 당연히 밥은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른들은 직장에서 점심에 무엇을 먹어야 할까 고민한다. 고급 음식점에 가보면 맛있는 것을 찾아 몰려든 사람들도 가득하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에겐 눈칫밥을 먹이려 한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아이들 밥그릇 빼앗아 버린 경기도 교육청 교육위원과 경기도 의회 교육 상임위 의원들에게 제안한다. 경기도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에 급식비를 지원하라!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에도 보냈습니다.


태그:#무상급식, #경기도의회, #김상곤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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