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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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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만 가도 전 주인에게 물은 잘 나오는지 새는 데는 없는지 물어보는 법인데,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부가 왜 이런 외교안보 정책을 수행했는지 단 한 번도 질문한 적이 없다. 노무현 정부 것을 무조건 뒤집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한미동맹 복원 같은 구호만 내세우니 외교안보에서 4전 4패 할 수밖에 없었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16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에서 외교안보 전략 수립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그는 "현 정부의 '실용외교'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외교에 불과하다"며 "미국의 요구는 항상 우리의 이행 능력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약속과 이행능력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 결국 미국의 기대를 배신해 한미 관계가 거꾸로 더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금강산 피살사건과 관련, 그는 "참여정부 때라면 통일부·국정원·국방부 등 3개 채널로 동시에 청와대에 보고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현 정부는 시스템도,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인물도 비전도 없다"고 비판했다. 외교안보의 시스템·인물·비전이 없는 3무(無) 정권이라는 것이다.

박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인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는 북한을 식량과 비료로 길들이려고 했는데 네오콘들이 참여정부에 요구했던 것과 똑같다"며 "국제정치에서는 국력의 차이는 있어도 갑을 관계는 없다"고 꼬집었다.

박 전 비서관은 "현 정부의 대외 정책은 과도하게 이념적이고 정치적이며 냉전 시대의 틀 그대로다, 앞으로 처방도 발견할 수 없고 전망도 없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이사를 가도 전 주인한테 물어보는 법인데"

"현 정부의 '실용외교'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외교에 불과하다. 문제는 미국의 요구는 항상 우리의 이행 능력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약속과 이행능력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
 "현 정부의 '실용외교'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외교에 불과하다. 문제는 미국의 요구는 항상 우리의 이행 능력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약속과 이행능력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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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로부터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조회 당했는데…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내가 수행한 행동에 비공개는 있어도 불투명은 없었다. 검찰이 새 정부 뜻에 맞추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 청와대 근무 그만둔 뒤 어떻게 지냈나?
"연세대학교 정외과에서 국제협상론 가르쳤다.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초청해서 8월에 10개월 일정으로 미국에 간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처럼 가치관이 다른 두 정부가 어떻게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는지 논문을 쓸 것이다.

-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 복원'을 내세운다.
"과거 정권에서 한미동맹이 손상됐고 그래서 한미동맹을 복원한다는 주장은 정치적·이념적 접근에 불과하다.

현 정부의 '실용외교'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외교에 불과하다. 문제는 미국의 요구는 항상 우리의 이행 능력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약속과 이행능력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 결국 미국의 기대를 배신하게 돼 한미 관계가 거꾸로 더 악화된다. "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적 어려움, 우리의 외교전략과 능력, 공동의 이익 등을 재분석해서 우리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 한미간의 협력관계는 철저하게 이익공유 비용분담형이다. 비용은 납세자의 세금이다. 이 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 슬로건으로 한미동맹복원론을 내걸면 반드시 실패한다."

- 이명박 외교안보 정책이 한미관계를 필두로 '사면초가' 상황이다. 
"미국은 자기 생각을 갖고 자율적으로 활발하게 협력하는 능동적인 동맹을 원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아직도 의존형 동맹정책을 쓰고 있다. 능동적 동맹 정책은 상호존중과 호혜가 있어야 한다. 능동적이기 때문에 더 친할 수 있다. 언제까지 사촌형이 동생 돌봐주듯 할 수는 없다.

심지어 미국 국방부 실무자들조차 이명박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군기지 이전문제, 글로벌 호크 도입문제, 국방계획 2020도 뒤로 미뤘다. 거기다가 육군 중심으로 재편성하고 있다."

"금강산 피격, 참여정부 같았으면 세 군데서 보고가 올라왔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것을 뒤집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만 한다. 그러니 앞으로 처방도 발견할 수 없고 전망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것을 뒤집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만 한다. 그러니 앞으로 처방도 발견할 수 없고 전망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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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전선에 대한 비판이 많다. 
"지도자와 안보정책 결정자가 가치와 전략은 없고 무조건 노무현 정부 때 것을 뒤집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들은 지난 정부가 왜 이런 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는지 단 한번도 질문한 적이 없다. 신구 정부의 비서관들 사이에 업무 인수인계가 전혀 안됐다. 그쪽에서 요청이 전혀 없었다. 남북관계가 아주 나빠지고 북한에서 강한 발언이 나올 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비공개로 대화해도 된다고 해도 전혀 답이 없었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 비서관이나 김우상 주 호주대사는 노무현 정부 때 NSC 자문위원으로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전략도 없고, 과거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리뷰(review)도 없으면서, 구호만 내세우니 4전 4패할 수밖에 없다."

- 그 정도로 서로 대화가 안 됐나?
"이사만 가도 전 주인에게 물은 잘 나오는지 새는 데는 없는지 물어보는 법인데, 정말 이해할 수 없다."

- 청와대가 뉴라이트 성향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는 말도 있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은 과도하게 이념적이고 정치적이다. 냉전시대의 사고틀 그대로다. 노무현 정부 것을 뒤집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만 한다. 그러니 앞으로 처방도 발견할 수 없고 전망도 없을 것이다."

- 콘트롤타워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부활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전 정권에서는 NSC를 통해서 각 부처의 일방적인 의사 전달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고 걸러낼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시스템이 없다.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개인적인 통제력을 가질 수 있는 인물도 없다. 여기에 비전도 없다."

-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때 대처를 보고 비난이 많다.
"참여정부 때라면 청와대 보고 채널은 3개였다. 첫째 현대아산-통일부-정책조정비서관-안보수석-(청와대)안보실장-대통령, 둘째 국정원-국가정보비서관-안보수석-안보실장-대통령, 셋째 합참-국방부-NSC위기관리센터-안보수석-안보실장 라인이다.

북핵 문제의 경우 국정원·외교부·전략비서관 등 3곳 이상에서 종합이 된 뒤 안보실장 방에서 수석과 비서관들이 협의하고 바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그리고 부서 사이에 크로스 체크도 됐다. 지금은 걸러지는 창구가 없다. 외교안보수석과 대통령과의 관계가 아직은 밀접하지 못한 것 같다."

- 조중동은 과거 정권 때 만날 청와대 안에서 싸움만 한다고 공격했는데…
"신정권과 안보정책관료들은 초반에는 토론과 싸움, 논쟁이 많은 게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이종석 NSC 차장의 권위를 누가 처음부터 인정하겠나? 방법은 하나다. 토론이다. 이를 통해 100%는 아니더라도 60~70%는 권위가 세워진다.

- 국정원이 제 구실 못한다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비판했다.
"다 소용없는 말이다. 국정원이 청와대에 비서관급 조정관을 두지 않고서 예민하게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움직이기를 바라는 것은 난센스다. 그런 시스템이 없으면 국정원은 페이퍼 전달 조직으로 전락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정원과 통일부를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풀어갔다. 대북 관계 일은 국정원 3차장실로 따로 떼어줬다. 그런데 3차장실 직원들의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둥, 지난 10년간 엉뚱한 짓 했다는 둥 내부에서 정치적 검열을 하는데 무슨 일을 하겠나?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가서 정보 수집하고 싶을까? 근처에 가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국제정치에 국력 차이는 있어도 갑을 관계는 없다"

"현재 상황은 도전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상황은 도전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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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와 중국과의 관계도 심각하다.
"한국이 미국과 전략동맹을 한다고 하니 중국이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라고 한국에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한국이 중국과 관계를 격상시키겠다고 하니까, 중국은 '가치와 비전과 전략을 같이 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미국의 전략과 가치는 중국의 그것과는 다르다. 지난 5월 한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미국과 자신 중에서 선택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고도의 정치적 계기였다. 중국은 이 정도 해놓고 올 한해 지켜보면서 내년에 한국이 미국의 새 정부와 어떻게 동맹을 조정하는지, 그 맥락에서 중국을 어떻게 대하는지 볼 것이다. 현재 상황은 도전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 그럼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중국은 글로벌 파워이고 싶으나 '리저널(지역) 파워'라고 했다. 중국은 리저널 파워 이상으로, 이 지역에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중심행위자라고 인정해줘야 한다. 미국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만큼이나 중국도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역으로 우리가 중국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중국의 동북아 입지가 상당히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다."

-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의 문제점은?
"현 정부는 북한을 식량과 비료로 길들이려고 했다. 이는 네오콘이 참여정부에 항상 요구했던 것이지만 우리는 거부했다.

북한은 분명히 '실패한 국가'에 가깝다. 실패한 국가가 연착륙하지 않으면 우리의 안보와 평화와 미래에 부정적인 악영향을 준다. 자주국방,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협력을 통한 북한의 점진적 변화, 평화공존 틀 속에서 공동 번영으로 나가야 한다. 현재 끊긴 남북 대화 복원을 위해서는 당연히 6·15와 10·4 선언 계승 의지를 대통령 입으로 분명히 밝혀야 한다."

- 이명박 정부는 남북 관계를 '갑을 관계'로 본다는 지적이 있다.
"국제정치는 무정부 상태에서 국익의 선명한 경쟁과 투쟁이다. 국력의 차이는 있어도 갑을 관계는 없다."


태그:#박선원, #이명박, #외교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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