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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일가의 반성을 촉구하는 대담프로그램 <이건희는 삼성이 아니다>가 21일 오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왼쪽두번째)의 사회로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 장영희 시사IN 경제전문기자,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건희 일가의 반성을 촉구하는 대담프로그램 <이건희는 삼성이 아니다>가 21일 오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왼쪽두번째)의 사회로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 장영희 시사IN 경제전문기자,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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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일간의 삼성특검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특검의 수사 결과로 국민은 허탈해 했다. 결국 이건희 회장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주느라 국민세금 28억원을 썼냐는 성토도 쏟아졌다.

이같은 국민의 비판에 삼성은 22일 '그룹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씨의 일선 퇴진, 그리고 전략기획실 해체다.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러나 비판 세력은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참여연대는 삼성의 경영쇄신안 발표 전 날인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회의실에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사회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장영희 <시사인> 기자가 대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삼성특검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춘 좌담이었다. 그러나 좌담 다음날인 22일 삼성 경영쇄신안이 발표돼, 그 내용은 담지 못했다.

이들은 평소 겪은 삼성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인상비평부터 경영권 승계의 불법성, 비자금 조성과 관리, 삼성그룹 이건희 신화와 지배이데올로기 등에 대해 심도깊은 얘기를 나눴다.

심상정 "대한민국 먹여 살리는 삼성, 그 정도 티끌은 눈감아줘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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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이건희 회장의 첫번째 특검출석 때 한 기자가 '삼성은 범죄집단'이라고 말했다가 야단을 맞았다. 범죄집단이라고 생각한 적 없고, 그렇게 쓴 기자들이 문제라고 말했는데, 최근 10년간 삼성에서 가장 싫어하는 김상조 교수님 의견은?"

김상조 "재벌 중에도 삼성그룹과 다른 재벌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략기획실 임원을 만나보면 느낌이 확 다르다.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냐고 묻는다. '한국경제가 이 정도 성장한 것에는 삼성의 기여도 있지 않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우리 사회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무의적으로 드러내는 게 아닌가 싶다. 2005년 삼성공화국 논란 당시에도 그룹 임원이 '단 1% 반대세력'이라는 표현을 썼다. 예수조차 12명의 제자 가운데 1명이 배신해 반대세력이 8%를 넘었는데, 어떻게 삼성에 대한 반대세력이 1%라고 단언할 수 있는지 놀랍다."

장영희 "삼성이 죄를 지은 게 아니다. 이건희 회장 본인과 전략기획실 일부 인사들이 불법행위를 했다는 게 정답이다! 삼성이라는 기업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지 않는 거다. 기업인과 오너 일가의 문제를 혼동하는 데서 오는 문제나 착오도 많다."

심상정 "대한민국 영향력 1위, 신뢰도 1위, 대학생 선호도 1위의 삼성. 삼성의 성공이 곧 국민성공이라는 착시현상이 있다. 누구나 삼성은 초일류기업이라고 칭송하고 누구나 삼성의 일원이 되고싶어 한다. 정부 관료들은 삼성의 경영기업을 벤치마킹하느라 줄선다.

그게 현실이다. 삼성그룹과 이건희 일가는 속으로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할 거다. 불법정치자금살포, 세금 안내기, 노조탄압, 중소기업 착취, 이게 다 불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삼성의 그 정도 티끌은 마땅히 눈감아줘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거다."

김상조 "이재용 재산 1조700억원, 주주의 돈을 훔친 거다"

김어준 "편법증여, 불법승계도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아들이 아버지 재산 물려받는 게 뭐 어때? 당연한 거 아냐? 이런 시각도 있다."

김상조 "편법상속이 아니다. 상속은 아버지의 재산을 아들이 물려받는 거다. 여기서 세금을 안 내면 불법인 건대, 결국 배임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서 특수관계인이 부당한 이득을 가져갔다는 게 성립돼야 한다. 이 면에서 보자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재산 1조7000억원은 주주의 돈을 훔친 게 된다. 편법상속이 아니라 불법배임으로 정정해 달라."

심상정 "수십년간 관료들이 삼성에 준 특혜규모를 밝혀야 한다. 2006년 40조원 가량의 환율방어가 있었는데 이 때 최대 수혜자가 삼성이었다. 정부는 삼성의 이익을 위해 법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건희 일가의 노력만으로 삼성이 성공했다? 전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특혜 받고, 최고로 지원받아 뜬 기업이 이제 와서 '내 자식에게 물려주는데 무슨 말이 많으냐'? 이건 번지수가 잘못된 지적이다."

김어준 "삼성이 흔들리며 대한민국 흔들린다는 논리가 있다. 삼성의 후계자를 검증하는데 굉장히 소홀하다. 단지 아들이면 되는 걸까?

심상정 "총수의 공백 때문에 회사가 망하고, 계열사가 망하고, 그럼 우리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논리가 지배하면서 불법으로 횡령한 총수에게 시민들이 면죄부를 주고 있다. 경영권 검증 시스템을 넘어 경영민주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김어준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데, 삼성을 흠집 내면 대한민국이 흠집 난다, 국가신인도 떨어진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삼성은 정말 우리들의 국민기업인가?"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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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지난해 11월 1일 홍콩에서 열린 지배구조 관련 국제심포지엄에 간 일이 있다. 세계에서 모인 펀드매니저와 학자들과 얘기했는데, 삼성스캔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반응은, 사건의 진실을 묻는 게 아니었다. 그 불법행위를 삼성그룹과 한국정부가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있냐고 물어봤다. 실제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이래서 나온다. 불법행위 때문에. 삼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정말 착각이다. 전 세계 경제인이 다 아는 걸 자꾸 덮으려고 하니까 더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는 거다."

심상정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첫 번째 이유는 투명성 문제다. 노사분규는 4번째 문제다. 한국의 불투명성을 무기로 후려쳐 단기 차익 남기고 '먹튀'하는 투기자본은 가만 있지만 실제로 건강한 자본은 투명성을 많이 요구한다는 것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장영희 "자본주의가 발달한 서구사회에서는 개인이든 그 누구든 범죄행위를 저지르면 불법 그 자체로 엄단한다. 경제가 걱정스러워서 삼성에 대해 온정주의적 결론을 내린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난센스다."

심상정 "미국의 엔론 분식회계 사건으로 회장이 28년형을 받고 감옥에서 죽었다. 사장은 아직도 징역살이 하고 있고, 회사는 망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미국경제를 걱정하는 미국시민은 없다. 감독과 사법기능 회복이 경제민주화의 80%는 해결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감독과 사법기능은 재벌에 대해 거의 무장해제 상태다. 재벌과 대기업의 불투명성을 키우고 국제경쟁력을 약화하는 암적 존재다.

잘 생각해보자. 삼성의 연간 단기순이익은 12조~15조원이다. 그러나 이런 부를 국민들이 공유하나. 한국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부의 비중은 높지만, 우리 국민이 그 부를 같이 공유하지 못한다. 삼성전자 직원 평균연봉이 7500만원이다. 비정규직 평균급여는 1300만원이다. 같은 노동자 안에도 엄청난 격차가 있다. 삼성은 혜택만 누리고 책임지지 않는 아주 불성실한 장남이다."

김상조 "이제 한국경제도 신생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한국의 대표기업은 대개 60년대 만들어진 기업들이다. 신생기업의 성장이 되지 않고 있다."

장영희 "삼성특검과 관련해 다른 대기업들을 취재해보면 대개 특검결과에 굉장히 실망하는 눈치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조차도 삼성에 대해서는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다. 정부가 특별대우 한다는 인상 말이다. 삼성은 대한민국 경제를 지키는 장남 노릇을 하기 때문에 이번 특검에서 더 엄격하게 처벌했어야 옳다."

심상정 "YS의 아들 김현철씨는 12억원 조세포탈 해서 3년 징역 살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횡령과 배임으로 징역살이를 했다. 이건희 회장의 횡령과 조세포탈 금액은 천문학적 액수다. 구속을 해도 열댓번 했어야 옳다. 같은 기득권층에도 진골·성골이 나뉘는 모양이다. 시장권력의 정점에 있는 삼성의 위세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김상조 "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데올로기가 무섭다"

김상조 "우리 국민이 상징조작과 이데올로기 지배를 통해 지배되고 있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나는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전자나 생명이 아니라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데올로기가 가장 무섭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왜곡된 인식이 어디서 연원했겠나.

'대기업 우선 성장론' '총수 역할론' 같은 논리가 만들어지면 전파는 조중동이 여과 없이 한다. 삼성그룹 지배이데올로기의 유통기관과 주인이 누구인지 점검해야 한다. 조중동 개혁도 필요하지만, 주인인 삼성경제연구소에 대한 비판과 감시도 필요하다."

김어준 "그렇다면 앞으로 <조선일보> 대신 삼성경제연구소를 타격?"

김상조 "그렇다. 참여정부에 대한 불만이 그거였다. 지배이데올로기를 유통하는 기관과는 싸우면서 정작 그 주인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말도 못했는지."

김어준 "비자금 문제 좀 얘기해보자. '왜 삼성만 갖고 그래? 다 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이 있다."

장영희 시사IN 경제전문기자.
 장영희 시사IN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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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B장부에 기록하는 게 비자금 아니냐. 한국사회 많이 투명해졌지만 여전히 언론인과 정치인 등에 대한 기본관리비가 많이 든다고 들었다. 비자금 전혀 안 쓸 수 없다는 게 기업의 입장이다. 그러나 나는 살기 불편한 지경이 될 정도로 투명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상조 "삼성그룹이 우리사회 각계각층을 다 관리한다니까 1인당 평균 잡으면 1000만원 정도다. 1만명 관리한다면 1000억원이다. 삼성그룹이 한 해 조성하는 비자금은 1000억원이 넘는다. 흔히 한국사회에서 기업 경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관료와 국회의원들을 관리하기 위한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세발의 피다. 총수일가의 개인적 이익과 그룹 경영권 유지승계를 위한 비자금 마련이 더 크다. 사실 관리비용이라는 건 불법행위가 드러나도 처벌받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쓰는 돈이다."

심상정 "삼성그룹의 비자금은 대한민국 복지예산의 2/3 수준이다. 결국 삼성의 부가가치 절대액이 이건희 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지하자금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으로 종교·언론·검찰 등 각계각층의 권력분점에 이용한다. 삼성의 불법 비자금을 정당한 국민적 대가로 되돌리느냐, 마느냐가 관건이다."

장영희 "이재용 전무,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김어준 "이건희가 망하면 삼성이 망하고, 삼성 망하면 국민이 망한다는 삼단논법이 있다. 맞는 얘기냐."

김상조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상징조작이 있다. 그 핵심에 이건희 회장 신화가 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새로 착수한 사업 가운데 성공한 게 하나도 없다. 영상문화사업, 삼성플라자 같은 유통사업, 삼성자동차가 대표적으로 망한 것들이다. 그의 아들 이재용도 마찬가지다. e삼성 인터넷기업 다 실패했다. 실패했다고 능력 없는 경영자는 아니다. 다만, 어떻게 성공하고 실패했냐, 정확히 알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해결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이건희 회장이 어떤 문제에 관해 자기 생각을 드러낸 말을 들어본 일이 없다. 이재용씨도 만나본 일이 없다. 직접 쓴 글을 읽어보지도 못했다. 그들은 주변이 만들어놓은 신화 속에서 상징적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이건희 회장이 흔들리면 삼성이 흔들리고 대한민국이 흔들린다는 것은 삼성 전략기획실과 경제연구원이 만든 최대의 상징조작이다."

장영희 "이재용 전무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도 보여준 바 없다. 경영승계에 대해서는 기반이 닦여 있고, 또 변고가 없는 한 그에게 승계가 이뤄질 거다. 3세 승계가 이뤄지는 건대, 정말 이렇게 A에서 B로 넘어가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논의를 모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김상조 "3세 승계문제는 이미 끝났다고 할 수도 있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룹총수는 우리나라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직함이다. 물론 이재용씨가 명함을 총수로 파면 그만이지만. 결국 삼성에버랜드·삼성전자 등은 순환출자구조라는 불법 위에 서 있다는 게 이미 확인됐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불법행위 부당이득을 환수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삼성그룹은 잠깐 창피를 무릅쓰면 모든 문제를 깨끗이 정리할 수 있다. 문제는 사회적 정당성이다. 불법에 기초한 지분을 갖고 3세 총수? 밀실에서 황제수업을 통해 얻은 것만 갖고 총수가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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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삼성에 아들이 둘만 있어도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 있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 집착이 강하다고 들었다. 각종 탈법, 불법 장벽을 지나치게 높게 쌓아온 게 무리수를 두게 된 핵심이다. 특검과정에서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는 너무나 잘 정리됐다. 20조~30조원이 되는 이건희 회장의 불법 재산을 합법적으로 세탁해서 늘려줬다. e삼성으로 면죄부 주고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상당부분 해결해줬다."

장영희 "지난 십수년간 아주 고통스러웠을 문제들을 아주 깔끔히 정리해줬다. 특검이 싹 털어줬으니, 이건희 회장은 죽은 게 아니라 영원히 살게 됐다. 그러나,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이양은 쉽지 않을 거라 본다. 한국이 굉장히 허술해보여도 간단한 나라가 아니다. 이건희 가문을 규정하는 키워드가 '경청'이라고 들었다. 우리 사회가 뭘 요구하는지 스스로 듣기 바란다."


태그:#삼성특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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