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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들 앞에 선 '나꼼수'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2011년 11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 초청 외신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뒤 취재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외신기자들 앞에 선 '나꼼수'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2011년 11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 초청 외신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뒤 취재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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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나는꼼수다 비키니'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여성 지지자가 비키니 차림으로 구속된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했는데, 여기에 <나꼼수> 멤버 김용민PD와 주진우 기자가 성희롱이라고 생각할 만한 언사를 하면서부터다.

보수신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때가 기회라는 듯 <나꼼수>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연일 비판중이며, 지금까지 나꼼수에 우호적이었던 <경향신문>, 공지영 소설가 등도 그들의 성의식을 지적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들이 이제 주류임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지니라는 것이다.

논란 속에서 공개된 <나꼼수> 봉주 4회. 역시나 그들은 비키니 사건에 대해 시시비비 말이 없었다. 대신 이전처럼 과하다고 생각되는 수위의 성적 발언들은 자제하는 듯했다. 혹자들은 <나꼼수>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는 거냐고 흥분하지만, 지금까지의 언행으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의 침묵은 분명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나꼼수>의 자기 정체성... 그들은 원래 '해적'이었다

과연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실 '나꼼수 비키니' 사건의 해결책은 나와 있다. <경향신문>과 공지영, 진중권 등이 지적하듯이 '쿨'하게 사과하는 것이다.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위 진보진영의 일원으로서 <나꼼수>의 이번 언행은 분명 도를 지나친, 성희롱적 발언이다. 그것은 결국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마초이즘의 발현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이들, 특히 '정답'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답과 다른 사견을 이야기하려면 우선 자신이 마초가 아닌지 끊임없이 자아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이 이 사회의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나 역시도 그러하다.

그러나 이렇게 정답만을 이야기하려니 뭔가 찜찜하다. 그 정답을 만들어내는 전제에 쉽게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나꼼수>가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보진영의 일원이었던가?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자진 출두한 가운데, 201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이 정 전 의원을 응원하며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들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판넬에 격려의 글을 남기고 있다.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자진 출두한 가운데, 201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이 정 전 의원을 응원하며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들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판넬에 격려의 글을 남기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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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꼼수>에 대한 비판을 보자. <경향신문>은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 '큰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를 언급하며 <나꼼수>가 주류임을, 그리고 그들이 큰힘을 가졌음을 전제로 삼았다. 물론 맞는 말이다. <나꼼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세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경향신문>에서 언급한 스파이더맨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할 점은 <나꼼수>가 규정하고 있는 스스로의 정체성이다. 결국 <나꼼수>의 권력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청취자의 충성도와 비례할 텐데, 그들은 청취자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가 한낱 '소설'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골방에서 시시덕거리는 일시적인 해적방송임을 밝히면서 그 맹목적인 충성을 거부해 왔다. 스스로 MB시대니까 탄생할 수 있었던 한정적인 존재라고 규정지음으로써 자신들에게 몰리는 권력을 주의하고 있다. 처음부터 듣기 싫으면 듣지 말라고 아주 당당하게 외치지 않았던가.

게다가 <나꼼수>는 청취자들을 자신과 동등한 개체로 인정함으로써 권력의 대상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청취자를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방송을 들어주는,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시민 개개인으로 전제한다. <나꼼수>와 청취자의 관계는 대등하며, 단지 청취자가 몰랐던 부분을 <나꼼수>가 밝힐 뿐, 그것을 받아들이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청취자의 몫인 것이다.

따라서 <나꼼수>를 이미 또 하나의 권력이라고 상정한 채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기존 언론들이 언급하지 않는, 또 다른 추론을 이야기하는 해적방송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등한 위치에서 그들의 추론을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청취자이지, 그들은 항상 그 자리에서 똑같이 떠들어 왔다.

<나꼼수>의 B급 감성

만약 해적방송으로서의 <나꼼수>를 인정한다면 그들에게 공중파 수준의 도덕성과 성의식을 요구하는 것은 더더욱 무리이다. 해적방송의 특성상 <나꼼수>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일 수밖에 없으며, <나꼼수>는 이 공식에 충실해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의 아내는 <나꼼수>의 팬이지만 <나꼼수>를 듣지 않는다. 그들의 질펀한 욕과 음담패설이 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나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걸러 듣는다.

사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나꼼수> 멤버들의 발언은 아슬아슬했다. 남성 성기와 관련된 음담패설에 가까운 농담은 점점 진해졌으며, 그들의 거침없는 막말은 시간이 갈수록 거칠어졌다. 그들은 원래 마초임을 공공연히 드러냈으며, 그 사실에 대해서 부정한 적도 없다. <나꼼수>를 관리하는 <딴지일보> 역시 그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랬던 <나꼼수>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불온한 성의식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올바른 성의식'의 정의는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우리는 지금까지 <나꼼수>가 그런 방송인지 모르고 청취해 왔던가? 솔직히 말하자. 그들이 매우 마초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인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경청할 가치가 높았기 때문에 들어오고 연대한 것 아니었나.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201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배웅을 받으며 자진출두하고 있다.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201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배웅을 받으며 자진출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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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계속 자기 모습 지키라

따라서 현재 <나꼼수>에 요구하는 추상같은 사과 요청은 조금 불편하다. 물론 그들의 언행이 옳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해적방송으로 사람들을 대신하여 욕하고 시시껄렁 농담하던 그들에게 현재 너무 엄격한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번도 스스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진보임을 자처한 적이 없다. 다만 그들이 비판하고 있는 가카와 그 무리들이 너무 부패했고 무능력하다고 이야기 했을 뿐이다.

<나꼼수>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진중권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일을 <나꼼수>가 한층 더 멋있는 모습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만들라"고 조언했지만 이는 전제가 틀린 이야기이다. <나꼼수>는 진중권이 이야기한 식으로 더 멋있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대의 영웅이 아니다. 또한 영웅이 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비틀어진 이 시대,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표현마저도 주저하고 있는 우리들을 대신하여 떠드는 해적일 뿐이다.

물론 <나꼼수>가 좀 더 많은 지지자들을 안고 가기 위해 현실과 타협할지도, 그래서 사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청취자 모두를 안고 가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자기검열한다면 그것은 절대 못 봐주겠다. 그건 더 이상 <나꼼수>가 <나꼼수>답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하던 대로 떠들어라. 취사선택은 청취자의 몫일 뿐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쫄지 마, 씨바."


태그:#나꼼수,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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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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