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늘(15일) 아침 뉴스를 보는데, 속보로 '성남 판교 공사장 붕괴' 뉴스가 자막으로 떴습니다. 처음에는 판교 아파트 공사장이 붕괴했나 하고 걱정했는데, 이어 나온 뉴스를 보니 모기업의 연구소 건축현장이 붕괴한 것이었습니다. 봄이라 땅도 녹은데다가 비가 와서 지면이 물러져 터파기 공사 중 무너져 내려 노동자 3명이 숨지고, 8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아침을 챙겨 먹고 바로 사고 현장으로 가봤습니다. 이미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나와 사진을 찍고 현장 분위기를 스케치하느라 난리입니다.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안전에 대한 문제점은 없었는지에 대해 꼼꼼히 기자들이 따지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사고현장에선 한바탕 취재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일반인이 사진 찍기란 정말 힘들었습니다. 방송사 카메라들은 크레인까지 동원해 현장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 붉은 원 안) 사고현장을 '철의 장막'처럼 차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사현장은 경찰과 공사관계자 등이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 크레인으로 촬영하는 취재진 공사현장은 경찰과 공사관계자 등이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 한현자

관련사진보기


붕괴현장은, 비가 와서 그런지 누가 봐도 쉽게 무너져 내릴 듯했습니다. 공사현장의 책임자는 입춘도 지나고 얼었던 지반이 녹아내릴 것에 대비해 안전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했는데, 이런 대책은 세워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장을 보니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컨테이너들이 나뒹굴고 있고, 공사장 바닥엔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습니다. 지반이 침하되는 것이 당연한데, 공사일정에 맞춰 빨리빨리 공사만 진행하고 안전문제는 뒷전에 두진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붕괴현장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것은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이 또 아까운 목숨을 잃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휴일임에도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가 비명에 숨져간 그들은 분명히 우리 이웃입니다.

매번 사고가 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깝게 목숨을 잃은 사고 앞에 오열하는 유족들을 보노라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오늘도 유족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참사 앞에 눈물로 하소연하지만, 이 하소연을 귀담아들어주는 사람들은 현장에 아무도 없습니다.

붕괴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콘테이너와 공사장비 등이 처참하게 나뒹굴고 있다.
▲ 판교 붕괴현장 붕괴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콘테이너와 공사장비 등이 처참하게 나뒹굴고 있다.
ⓒ 한현자

관련사진보기


사고현장에선 경찰뿐만 아니라 현장 관계자(SK건설)들이 이중, 삼중으로 방호벽을 쳐넣고 촬영을 제지하고 있습니다. 공사장에서 전경들이 사방팔방 지키고 있는데, 틈새로 공사장 안을 볼 수 있는 곳을 다 막고 있습니다. 현장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경들이 이중, 삼중으로 현장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 있어 언론사의 사고 현장 접근도 쉽지 않다.
▲ 판교 붕괴현장 전경들이 이중, 삼중으로 현장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 있어 언론사의 사고 현장 접근도 쉽지 않다.
ⓒ 한현자

관련사진보기


매번 그렇지만 이번 사고를 두고도 시공사인 SK건설과 상수도관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측이 서로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책임이 없다고 난리입니다.

SK케미칼 연구소 시공을 맡은 SK건설은 "지하 상수도관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상수도관 공사를 맡았던 삼성물산 측은 "누수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으레 나오는 책임 떠넘기기가 또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 현장 울타리에 붙어 있는 안전문구대로만 지켰어도 참사는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켜지는 안전수칙 재해 없는 밝은 일터"

공사장에 붙은 이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켰다면 사고는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 판교 붕괴현장 공사장에 붙은 이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켰다면 사고는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 한현자

관련사진보기


붕괴현장 취재를 위해 가보니 여자는 저 혼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언론사 취재진이 제게 몰려와 혹시 사고로 죽은 유가족이냐며, 제게 몰려들었습니다. 저도 취재하러온 기자라고 하니 실망하는 듯 했습니다. 현장에는 사고로 죽은 유가족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판교 붕괴사고 현장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 CEO와 공사감독관 등이 붕괴된 현장에서 일했다면 아마도 2중, 3중의 안전대책을 세워두고 철저한 대비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사현장엔 힘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고 후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힘없고 돈 없는 일용직 노동자 등이 일하다 아까운 목숨을 잃은 공사현장은 무척 을씨년스러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Daum) 블로그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태그:#판교붕괴, #안전불감증, #사고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