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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시위가 창조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주제로 9일 <오마이뉴스>와 희망제작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엄기호 성신여대 문화컨텐츠학부 강사,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 하승창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2008년 촛불시위가 창조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주제로 9일 <오마이뉴스>와 희망제작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엄기호 성신여대 문화컨텐츠학부 강사,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 하승창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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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시위가 창조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주제로 9일 <오마이뉴스>와 희망제작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 하승창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2008년 촛불시위가 창조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주제로 9일 <오마이뉴스>와 희망제작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 하승창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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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감동이었죠, 그러나 광우병 대책위 활동을 하는 저로서는 (누리꾼들이) 무섭기도 해요. 저만 보면 '대책회의다'하고 몰려와서 항의하곤 하죠. 이제는 '쫄아서' 대책회의 티를 잘 안 내려해요.(웃음)"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희망제작소 2층 세미나실에서 '2008년 촛불시위가 창조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란 주제로 토론에 나선 안진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은 "가장 무서운 것이 '다음 아고라' 누리꾼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8년 오뉴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 시위를 '시민네티즌의 대항쟁'이라 명명했다가 금방 생각이 바뀌었는지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쉽게 규정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이 만든 예측불허의 '난장'을 한 마디로 명명하기는 곤란하다는 것.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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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회운동진영과 지식인들은 지난달 2일부터 시작된 '촛불'의 움직임에 감탄과 경의를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상 분석에 대해 '행복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안 팀장은 "한 마디로 전대미문의 현상"이라며 "우리 시민사회단체는 굉장히 무능했고, 낙후됐고, 관성에 젖어 있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엄기호 성신여대 문화컨텐츠학부 강사도 "'어게인 87'년을 말하는 것은 몇몇 시민단체들의 후진 시각"이라며 "오와 열을 맞추고 사각형 모양으로 행진하는 87년식의 시위 문화는 완전히 종식을 보고 있다, 사실 87년 이후의 광장은 광장이 아니라 연병장"이었다고 말했다.

엄 강사는 이어 "연병장 체제가 해체되고 지금껏 체험하지 못한 광장이 나타나다 보니 사회운동 진영 전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생중계를 통해 토론회를 지켜보던 누리꾼이 "내일 집회는 정확히 몇 시에 하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안진걸 팀장은 "공식적인 행사 시작은 7시"라고 말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집회시작도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희 쪽 말고 다른 곳에서 먼저 시작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좋아 보입니다. 집회 장소와 시간을 통일적으로 할 필요는 딱히 없잖아요."

이처럼 기존 사회운동진영을 물 먹이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하는 '촛불',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감히 '촛불'을 해부해 보겠다고 나선 토론회 현장을 재구성해 봤다. 

[촛불의 모습] 디카·폰카 든 '디지털 전사'들

"21년 전 팽팽한 긴장 앞에 굳은 결의로 '동지'들 어깨를 거머쥐었던 경험과는 다르다. 해학과 풍자가 어우러진 놀이에 가족과 친구들의 손을 잡고 화염병 대신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든 채 자신들의 행위를 스스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전사들이 등장했다."

6월 항쟁 세대인 하승창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본 '촛불'의 모습이다. 또한 "87년 6월은 국민운동본부가 존재해 통일된 구호와 시위방법 등을 정하고, 정보를 유통시키면서 시위를 조직하는 단선적 방법이었으나 2008년의 6월에는 통일된 지도부는 없다"며 "광우병대책회의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운동지도부가 아니라는 것은 이명박 정부 빼고는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 위원장은 "수많은 중심을 하나의 공간으로 모이게 한 것은 인터넷과 새로운 디지털 문명"이라며 "21년 전에는 운동조직에서 말하고 전달하는 것을 신뢰함으로써 그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스스로 정보를 찾고, 제공하고, 판단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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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는 크게 4가지로 '촛불'의 모습을 분류했다.

① 일반적 참가자- 촛불을 들고 나와 가두시위 등에 참여.
② 기록자- 디카와 캠코더로 열심히 촬영. 시위가 격렬해져서 경찰과 대치할 때는 앞으로 나와서 역채증. "때릴 때 조심해라 인터넷에 퍼진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음. 생생한 '날자료'가 그대로 중계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시민저널리스트의 역할을 함.
③ 분석자- 기록자가 가져온 자료를 판독. 군화로 여성을 밟은 전경을 네티즌 수사에 의해 8명으로 좁혀낸 경우가 대표적 사례. 집회시 챙길 물품, 대처방법 등을 글로 올리기도 함.
④ 전파자-  참석후기를 올리고, 각 사이트에 퍼 나르고, 새 소식을 올리는 등 일종의 의제설정역할을 함.

이어 민 교수는 "조직적인 지도부도 없고, 기획된 프로그램도 없는 촛불시위지만 그 안에서 무수한 서사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수많은 이용자들이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이것이 모여 거대한 집단지성을 형성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웹'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없는 자유발언, 재기 발랄한 피켓, 여기에 촛불소녀, 예비군 오빠, 유모차 부대 등이 차례로 주인공으로 등장해 계속해서 새로운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엄숙함이 무겁게 짓누르던 80년대식 시위문화와 다르게 감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유쾌, 상쾌, 통쾌한 누리꾼 정서가 새로운 시위문화를 창출해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촛불의 의미] "헌법 1조를 진짜로 믿는 사람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이명박 정부 탄생 전후로 많은 사람들이 자포자기를 한 상태였다"며 "세상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야 하느냐는 체념 속에 386세대는 물론이고 대학생들까지 어둠의 터널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는데 10대 촛불 세대가 등장하여 '이건 아니다,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 대표는 "이 세대가 중심이 되어 대학생, 386, 그리고 일반 국민한테까지 우리 사회가 대충대충 가서는 안 된다, 점검한 상태로 가야 한다는 채찍질을 한 것"이라며 "지금껏 진보·개혁진영은 완전히 방전된 상태였는데 촛불세대를 통해 충전의 계기를 맞게 된 것"이라고 평했다. 

엄기호 강사는 "진짜로 믿는 사람들의 민주주의"라는 말을 썼다. 그는 "여기 나와 있는 사람들이나 나나 항상 헌법 제1조를 외치지만 사실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믿지 않고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 길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라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진리를 그대로 믿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하승창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하승창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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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창 위원장은 "87년 이후 지난 20년간 형성되어 온 대의제와 이를 유지해 온 권력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라며 "강기갑 의원을 제외하고는 어떤 정치인도 집회의 연단에 설 수 없는 현실은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가 6월 항쟁의 승리를 정치권이 정리하도록 넘겨주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고 분석했다.

안진걸 팀장은 "사회갈등 상황이 폭발할 때 대의기구가 하는 역할이 예전부터 미진했고, 18대 국회 들어서는 한나라당 독주체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국민들로서는 전혀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의제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 야당이 없는 상황에서 거리정치로 타개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여성학)는 "지금 국면은 많은 정치인과 교수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며 "실용적 도구주의에 입각하여 국민을 소비자로 호명하고, 좋은 고기와 옷 등 물질적인 가치로만 일관하는 신자유주의 정권에 대해 규범적 가치와 새로운 공동체 의식을 갈구하는 시민이 등장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후] "우린 모른다, 대통령 태도에 달린 것"

하승창 위원장은 향후 계획과 관련 "대책회의가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에는 계획을 가지고 어떻게 마감할지에 대한 논의를 운동조직에서 했으나 지금은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될 것 같다"며 "결국에는 이 대통령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엄기호 강사도 "퇴진구호를 계속 하느냐 마느냐 이런 질문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며 "결국 이 시위가 진행되어온 것은 우발성이고 역동성이니만큼 이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엄 강사는 이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촛불'과 안 어울리게 기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며 "우리가 할 일은 그냥 내일(10일) 올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일 처음으로 등장한 '쇠파이프'에 대한 논의도 벌어졌다. 

엄기호 성신여대 문화컨텐츠학부 강사
 엄기호 성신여대 문화컨텐츠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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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에서 대화명 '우공'을 쓰는 한 누리꾼은 "광화문 대치 현장에서 촛불 소녀가 울고 있었다, 어른들이 왜 이렇게 폭력 대치를 하냐고 되묻고 있었다"며 "촛불 소녀의 숭고한 뜻을 지켜줘야 한다, 지금 일부 과격한 어른들이 끼면 부정적이고 정치적 면만 부각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안진걸 팀장은 "40여일동안 국민대책회의와 시민 대다수가 철저히 비폭력 평화집회를 추구했다"며 "다만 정부의 태도가 너무 답답하고 친북주사파 배후 운운하는 등 절망을 가중시키는 상황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극렬한 대치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안 팀장은 또 "많은 국민들이 이런 정도 충돌도 피했으면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정말 대단한' 시민 네티즌들이 자정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철저히 비폭력 집회를 이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배 교수는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목소리를 높여도 안 되는 상황에서 마음이 급해 지다 보니 돌출적인 행동과 앞서가는 구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며 "시민들도 전경에 가로막혀 있지만 역으로 보면 청와대도 시민들에 의해 길목을 포위당해 '민심이 고립된 섬'에 갇혀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촛불시위, #토론회, #국민대책회의, #미국산 쇠고기, #추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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