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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의 머릿속에서 추상적으로만 존재했던 안철수 발 창당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가 있었음을 감안해야 하지만 정당 지지율은 10% 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결과도 관측된다.

안철수 신당에서 '국민의당'이 된 그들은 중도층과 새누리 지지층으로의 확장성을 전면에 내걸면서 제3당을 넘어 제1야당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바람(風)에 의한 제3당 지지세가 나타났지만, 이번만큼은 긴장의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당의 제3정당 도전, 가능할까?

안철수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신당 '국민의당'(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김한길 의원,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김영환 의원 등과 함께 손을 맞잡아 들고 인사하고 있다.
▲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대회 안철수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신당 '국민의당'(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김한길 의원,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김영환 의원 등과 함께 손을 맞잡아 들고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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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당사에서 제3당 실험은 결과적으로 '실패'의 역사였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광복 이후 창당된 자유당과 한국민주당계 정당이 현재의 여당과 야당으로 이어진 점이 이를 보여준다.

물론 의미 있는 시도와 역사적 성공사례 역시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1988년 13대 총선에서의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야 3당 체제였다. 그러나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3당 합당을 함으로써 다당제의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었다.

이후 자유민주연합, 통일국민당 등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한 정당들 역시 존재하였지만 자유민주연합은 DJP 공조를 제외하면 철저한 지역정당이었고, 통일국민당은 정주영과 현대신화에 의존한 개인정당에 가까웠다.

그나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정당은 민중당에서 시작한 진보정당계 정당들이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13.1%라는 정당 지지를 얻고 10석의 국회의석을 차지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의 선거연대로 정당 지지율 10.1%와 지역 의석 7개를 획득함에 따라 총 13개의 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 국민의당은 과거의 제3당들과 어떤 점이 같으며, 어떤 점이 다를까. 학술적으로 이론화된 점은 아니지만 창당의 3대 근간으로 대권주자, 명분, 지역기반이 거론된다. 위 3가지 요인에 일정수준 이상 부합하는 제3정당들의 사례와 국민의당을 비교하고자 한다.

ⓒ 강성준

이를 위해 한국정당사에 존재했던 제3정당들을 추려보아야 한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31석을 얻은 '통일국민당', 1996년 15대 총선에서 50석을 얻은 '자유민주연합', 2008년 18대 총선에서 각각 14석과 3석을 획득한 '친박연대'와 '창조한국당'을 그 사례로 들고자 한다.

① 통일국민당 (1992년 14대 총선, 31석)

14대 대선 정주영 후보 선거벽보
▲ 14대 대선 정주영 후보 선거벽보 14대 대선 정주영 후보 선거벽보
ⓒ 선거정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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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총선에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의 경우 3당 합당 이후 극단적으로 왜곡되어 있던 정당 구도와, 3당 합당 이후 지지 정당이 없던 사람들에게 정주영이라는 강력한 경제상징 자본을 통해서 31석을 획득했다.

통일국민당은 정주영이라는 확고한 대권주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탈당한 국회의원들과 세를 규합했다는 점과 뚜렷한 정치적 어젠다를 던지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명분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지역기반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고향이라고 볼 수 있는 강원도에서의 지지세가 강했으나 확고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② 자유민주당 (1996년 15대 총선. 50석)

15대 총선에서는 JP가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이 87년 민주화 이후 제3정당으로서 최대의 성과를 냈다. DJP 공조 아래 50석이라는 수확을 거뒀다. 이를 기반으로 17대 총선까지 명맥을 유지한 정당이 되었다.

자유민주연합은 신한국당 내부의 계파 다툼에서 패배한 공화계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창당한 정당이다. YS에 의한 축출이 워낙 과격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지자들에게는 일정 부분 정치적 명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권주자로는 JP라는 정치적 거물이 존재했다. 지역기반은 제3정당들 중 가장 굳건한 충청이 있었다.

③ 친박연대 (2008년 18대 총선,14석)

18대 총선에서 14석이라는 의석을 차지한 친박연대는 정당에 대한 기본적 시각으로 보았을 때는 아주 이질적인 정당이었다. 창당은 했지만 당시 한나라당과의 통합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었다.

대권주자의 경우 박근혜라는 독보적 존재가 있었고, 이를 추종함을 천명했지만 정작 박근혜 당시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을 지켰다. 지역기반은 대구-경북이라는 박근혜 의원의 절대적 기반을 유지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소위 '친박계 학살' 이후 창당한 것이 친박연대이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라는 박근혜 의원은 창당 명분을 일정 부분 성립시켰다.

④ 창조한국당 (2008년 18대 총선, 3석)

17대 대선에서 깨끗하고 참신한 경제인 이미지를 내건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대표가 5.8% 득표를 얻었다. 대선 결과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MB의 승리였고, 모두가 이를 예측했다. 그리고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패배했다.

그 과정에서 문국현 당시 후보의 이미지나 존재감은 매우 독특했다. 결국 아무런 기반도 없는 기업인이 대선에서 5.8%의 득표를 얻었다. 문국현 대표는 이를 기반으로 18대 총선에서 이재오라는 정권 2인자를 상대로 12%p차 대승을 거둔다. 정당지지율은 3.8%로 비례 2석도 획득했다. 이들은 당시 자유선진당과 '선진과 창조의 모임'을 결성하여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

데이터로만 보았을 때, 결과적으로는 존재감마저도 나타내지 못한 창조한국당이 왜 주요 제3정당에 들어가는지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의 초강세 속에서 새 인물과 새로운 세력, '변화'에 대한 갈망이라는 시대정신이 18대 총선과 20대 총선 모두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살펴볼 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에서 국민의당의 안철수가 모티브로 삼아야 할 이미지가 문국현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참신하며 공정할 것만 같은 경제인. 안철수는 시대적 요구에 적합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신드롬을 기성 정치인에 대한 지지로 전환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안철수는 국민의당 창당을 통해서 한 번 더 기회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은 어디에 속할까?

ⓒ 강성준

위 분석을 기반으로 했을 때, 국민의당은 어떤 위치를 차지할까. 국민의당은 유력한 대권주자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철저한 양자구도로 벌어지는 대한민국 대선의 특성상 지지자 유실은 큰 위험요소다.

안철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과 정의당 지지자들에게 적대적 대상으로 여겨진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대권주자로서 안철수는 '△'에 가깝다. 지역기반 역시 △에 가깝다. 호남이라는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이곳은 노무현 바람의 진원지였다. 또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 감소 추세 등을 살펴볼 때 호남의 지지율은 탄력적이다. 지역기반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탈당 명분' 또한 일반 대중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당대표 경력과 혁신위원장과 인재영입위원장직 제의 거절 등 그가 새정치민주연합을 장악할 수 있었던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은 명분 X, 대권주자 △, 지역기반 △ 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제3정당들과 비교해봤을 때 국민의당은 과거 정주영의 통일국민당과 가장 결이 비슷하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안철수의 미래, 정주영일까 김대중일까"를 통해 언급했다.

유력 정치인들의 합류,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대권주자, 온전하지는 않지만 통계적 수치로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지역기반 모두 국민의당은 통일국민당의 모습과 일치한다. 긍정적인 요소만을 강조해서 본다고 할지라도, DJP 공조가 이루어진 15대 총선이 아닌 16대 총선에서의 자유민주연합정도로 볼 수 있다.

제3당 몰락 시나리오

위와 같은 분석들은 각론에서의 분석이다. 총론으로 보았을 때 제3정당의 몰락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었다. 모든 제3정당들이 같은 길을 걸었다. 그것은 '대권주자'의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JP의 자민련,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앞의 대권주자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순간 제3정당들은 몰락했다. 가장 최근에는 정동영의 국민모임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같이 정당으로서의 존립이 안정화된 정당들은 대표주자가 바뀌어도 정당이 유지가 된다. 그렇게 균형이 잡힌 세력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가 없는 국민의당은 존립이 가능할까? 필자는 이를 매우 부정적으로 분석한다. 안철수가 있었기에 창당할 수 있었던 것이 국민의당이라는 걸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일정 수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할 것이다. 특히나 호남에서는 그 의석수가 어느 정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안철수라는 국민의당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참신한 정치신인과 온전한 정당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그동안의 제3정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태그:#국민의당, #제3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비교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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