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창원 지역 시민단체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4대강 보 해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후 청장 면담을 요구하자, 유역청 관계자들이 이들을 막아섰다. 시민단체 인사들은 낙동강에서 떠온 녹조를 정문에 쏟아부으며 "문재인 정부 만 3년 동안 낙동강 녹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환경부 장관, 낙동강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철재
"녹조, 올해도 마셔야 하나?"
지난 9일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등장한 문구입니다. 이날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낙동강 하류 칠서 지점에 조류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습니다. 마창진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인사들은 4대강 보 해체를 요구하며 낙동강유역환경청장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들이 막아서자 녹조를 정문에 쏟아부으며 거칠게 항의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익숙했던 장면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연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날 "문재인 정부 만 3년 동안 낙동강 녹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환경부 장관,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4대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청산되기는커녕 환경부 곳곳에 승진해 환경정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2020년에도 4대강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취재하면서 최초의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만들었던 <오마이뉴스>와 4대강 독립군이 마창진 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이번 기획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문을 열어 '산 강'으로 귀환하는 금강의 교훈을 낙동강으로 확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낙동강에서는 녹조 경보가 깜빡입니다. 6월 29일 낙동강 상수원 칠서 지점이 유해 남조류 세포 수 5만 9228셀(cell)로 조류경보 제1단계에서 2단계에 진입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관심 단계에서 '대발생' 전 단계인 경계 단계로 올라서면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려왔는데 이번에는 그게 없었습니다. 마창진 환경운동연합이 직접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6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가서 수문 개방을 요구했습니다.
환경부는 다음날 '전국 6월 녹조 발생 현황 분석'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무인기(드론), 환경 지킴이를 활용하여 오염원을 점검하고 수질 오염원 감시 강화 등의 대응 방안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버튼만 누르면 녹조를 해결할 수 있는 수문 개방 조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왜 환경부는 국민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렇게 남의 다리만 긁고 있는 것일까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도 낙동강 수문 개방은 금칙어로 남아있는 것일까요?
'녹색 바이러스' 치료제는 수문 개방
녹조는 강의 빛깔만 바꾸는 게 아닙니다. '독조'입니다. 청산가리 100배에 달하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간에 치명적입니다. 낙동강은 영남인 1300만 명의 식수원인데 2018년에는 녹조가 창궐해서 부산 지역 정수장의 침전과 여과, 활성탄 정수 기능이 마비돼 수돗물 블랙아웃 선언 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녹조는 영남인들의 수돗물만 위협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의 식탁 위에도 올해 녹조 물로 농사를 지은 채소가 오를 수 있습니다. 아이들 체내에도 쌓이겠지요. 먹는 물은 그나마 고도 정수 처리를 하지만 채소류 등 농작물을 키우는 농업용수는 녹조를 거르지도 않고 마구 퍼 씁니다. 녹조라떼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만 볼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처럼 올 여름철에도 낙동강을 점령할 '녹색 바이러스'는 코로나19처럼 무증상으로 사람들에게 전파될 겁니다.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를 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도 4대강사업을 밀어붙였던 4대강 부역자들과 보수 언론들은 4대강 보 때문에 녹조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래 세 장의 사진만으로도 그들의 거짓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