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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 산하
예수님이 누군지 잘 알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이스라엘에서 태어나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친구이자 스승으로 살았던 분이지. 기독교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며, 세상 사람들이 지은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고 믿는 종교야. 죽은 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서 지금은 하느님과 함께 있다고도 하지.

예수님이 태어나던 당시에는 이스라엘이 로마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때였어.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이 로마 군인들을 몰아 낼 힘센 새로운 왕을 보내줄 거라고 믿었어. 하지만 예수님은 마구간에서 힘 없는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지. 그리고 어른이 될 때까지 예수님 자신도 목수로 살았어.

당시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던 목수 출신의 젊은이가 스스로를 하느님의 아들이라며 세상에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하니 처음에는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 예수님은 3년 동안 열두 명의 제자들과 함께 병든 사람들을 고치고,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

점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과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게 되자 로마 군인들과 이스라엘의 제사장(예배를 맡았던 사람들로 다른 사람들보단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살았다)들은 예수님을 시기했고 끝내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만들었지.

2000년이 더 지난 오늘날 예수님을 믿고 따른다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어. 우리 나라 사람 네 명 중 한 명이 기독교인이고, 거리 곳곳에 교회가 없는 곳이 없지. 예수님이 가르쳐 준 교훈을 배우고 따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졌으니 우리 사는 이 세상이 서로 사랑하고, 나누고, 아끼는 그런 세상이어야 마땅하겠지.

하지만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보면 억울하고, 슬프고, 화가 나는 소식들이 너무 많아. 왜 그럴까? 예수님의 가르침이 잘못된 것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대답을 하기 전에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동화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있네요>를 먼저 읽어 보자.

땅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던 하느님이 아들 예수님과 함께 이 땅에 내려 오기로 마음을 먹었어. 애초 목적지는 이스라엘이었는데 거센 바람에 휘말려 우리 나라 시골의 어느 수박밭에 떨어지고 말았지. 이 땅에 내려오면서 어떤 기적이나 능력을 쓰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하느님과 예수님의 세상살이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게 없었어.

하느님과 예수님은 서울 변두리 천막촌 마을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을 했어. 예수님은 먹고 살기 위해 공사장 인부나 청소부 일도 하고, 과일 노점을 하기도 해. 하느님은 예수님이 취직을 했다고 해서 교회에 감사 헌금을 내기도 하지.

하지만 세상살이는 생각보다 더 힘들고 슬픈 일이 많았어. 새로 건물을 짓겠다며 들이닥친 철거반들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모두 부셔 버렸고, 하느님과 예수님도 몽둥이에 맞아 상처를 입었어. 예수님은 노점을 하다가 단속반에 걸려 경찰서에 잡혀 가기도 했어. 돈이 없어 비닐 천막과 반지하 셋방을 옮겨 다니며 살아야 하기도 했지.

어느 날 셋방살이하는 가난한 쌍둥이 삼형제가 방 안에서 불장난을 하다가 질식해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하느님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난 더 이상 못 견디겠다. 가슴이 터지는 것 같구나. 그만 하늘 나라로 돌아가자꾸나"라며 이 세상을 포기하려고도 해. 예수님도 사람들이 "자기의 행복만을 위해 십자가를 이용하고 있어요"라며 한탄을 하지.

이쯤에서 아까 했던 질문에 대해 답을 하자. 수없이 많은 교회와 그보다 더 많은 기독교인들이 살고 있으면서도 세상은 왜 이렇게 슬프고 화가 나는 소식들로 가득할까? 그건 예수님이 축복을 베푸는 신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온다고 사람들이 기대하기 때문이야. 예수님이 내 가엾은 이웃의 모습으로 이미 곁에 와 있는 걸 모른 채.

이 책(성경도 마찬가지야)은 우리 주위의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이웃들을 하느님처럼, 예수님처럼 여기며 서로 섬기고 도우며 살라는 이야기 하고 있어.

"하느님은 지금도 세상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우리 곁에서 가난하고 가장 힘들게 사실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질 때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사실 것입니다."
- 글쓴이의 말 가운데 일부


외롭게 사는 이웃의 노인을 하느님이라 여기고, 청소부 아저씨나 거리의 노점상 아줌마를 예수님이라 여기는 마음을 갖는다면 세상은 분명 달라질 거야. 그게 참 기독교인들의 모습이겠지.

덧붙이는 글 |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 20호에 실었습니다.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권정생 지음, 신혜원 그림, 산하(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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