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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논쟁과 관련,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국가보안법 보도비평'을 연재합니다. 연재는 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소속 대책위원이 맡습니다. 열아홉번째 비평은 오동석(민주주의법학연구회) 아주대 법학과 교수가 작성했습니다...편집자 주


국가보안법폐지론에 반대하던 '조중동'의 공세도 ‘국가보안법 가상현실 퀴즈’대공습 이후 잦아들어 지금까지 잠잠하다. 여기에는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 대발견’이 한몫 거들었다. 다만 11월 3일자 조선일보의 짤막한 '뉴스브리핑'(A8면)은 <한나라 ‘정부참칭’ 삭제 등 국보법 개정안 논의>를 소개하고 있다.

“불고지(10조) 조항만 삭제하는 1안, 정부 참칭 조항과 불고지를 함께 삭제하는 2안, 정부 참칭과 불고지를 삭제하고 7조(찬양고무)와 8조(회합통신)도 일부 수정하는 3안”의 선택지가 그것인데, ‘改正(개정)’을 ‘참칭’해도 한참은 했다. ‘참칭’ 조항을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항하는 정부조직’으로 풀어서 규정하는 안”까지 냈다 한다.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미움은 받아도 조롱은 안 받을텐데.

3일자 신문 중 눈길을 끈 것은 중앙일보 1면 머릿기사이다. <한나라, 전향적 남북관계 기본법안 제출, ‘북한 정부’ 명시해 실체 인정> 제목 아래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의 「남북관계기본법안」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자기들도 생각하지 못했던 과감한 내용을 반겼으며 북한 규정에 관한 부분을 여당이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국가보안법 폐지 절대 반대를 외치는 당내 보수파 의원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북한에 대해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한나라당안 감싸기

'조중동' 때문에 내게 생긴 무조건 반사 반응, ‘과연 그럴까?’ 첫째, 열린우리당안에 남북한 규정이 없는 것에 비해 한나라당안은 ‘통일 이전의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통일 이전의 대한민국’은 ‘통일 이후의 대한민국’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 필요하다면 그냥 ‘대한민국’으로 표기하면 된다. 이것이 단지 표현상의 차이가 아님은 바로 드러난다.

즉 둘째, 북한의 성격에 대하여 열린우리당안은 “외국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안은 ‘헌법 3조에 따른 대한민국의 일부’로 규정하였다. 실제 통일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평화통일은 당사자의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한다. 한나라당안은 이로부터 벗어나 있다.

셋째, 한나라당안은 “국가는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해” 그리고 “북한 경제자립과 개방을 위해 노력”함을 규정하고 있다. 북한주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이것을 포괄적으로 ‘인권개선’ 혹은 ‘경제개방’ 문제로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3일자 3면 <북한은 동반자이자 주적>에 소개된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의 논평은 적절하다.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실용적 성격의 법인데, 정쟁적 성격의 요소들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자본의 자유'를 언론자유로 참칭한 '조중동'

한편 '조중동'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주 관심사였던 이날 어김없이 그들만의 ‘공동전선전술’을 또 하나 전개했다. 이른바 ‘신문법안’에 대한 비판이다. 조선일보는 A8면에서 <여 추진 신문법안 위헌요소 13곳, 헌법소송땐 시행 전면보류 가능성> 제목 아래 ‘언론법 전문가 박용상 변호사 주간조선 기고’를 소개했다.

중앙일보는 4면 <편집위원회, 독자권익위원회, 광고량 제한 : 우리당 “의무화” 한나라당 “자율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당의 신문관련법안을 비교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A5면에서 <광고과다 판단 독자의 몫, 법적 규제는 反시장주의> 제목 아래 「여 ‘언론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시리즈로 ‘광고분량 제한’을 다루었다.

그런데 언론매체는 말 그대로 매체이다. 그것이 언론의 공공적 기능이다. 일반시민이 언론매체에 자유로이 접근하여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서 액세스권을 인정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리고 사적 단체나 조직체가 개인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국가 아닌 사회적 권력체에게도 기본적 인권의 효력을 확장하는 게 일반적 헌법해석이다.

이러한 사회적 권력체 중 한 자리를 언론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밖에도 정당, 사립학교, 대기업 등이 있다. 이들 모두 국가에 대하여는 언론의 자유, 정치활동의 자유, 교육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기본권으로서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시민의 기본적 인권을 고려하는 경우 이러한 사회적 권력체들은 당연히 엄격한 법적 규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헌법상 언론매체는 국가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하지만 자본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즉 언론의 자유에 복무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침해하는 언론‘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

황당한 것은 '조중동'이 한결같이 언론의 자유를 소리 높여 주장하면서 사실상 ‘언론자본’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언론의 자유를 참칭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최우선적으로 배제해야 할 언론통제장치는 극단적인 제재수단인 형벌을 동원하여 정치적 의사의 표현을 가로막고 있는 국가보안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자유를 쟁취하는 핵심과제인 것이다. '조중동'에게 충고하기를, 볼테르에게 배우라. ‘나는 당신의 사상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이 그 사상으로 인하여 탄압을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편에서 싸우겠다.’

그러기에 나는 ‘안티조선운동’과 같이 시민사회 영역에서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비판하는 것은 개인적인 판단으로 적극 옹호하지만, 정부가 '조중동'의 보도내용을 문제삼아 비판적 논평이나 정당한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것은 몰라도 검열 혹은 폐간 등의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한다면 거기에는 적극 반대할 것이다. 그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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