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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9일 오후 3시]

임재경 위원 "불법으로 몰고가는 분위기 느꼈다"
선관위 "소위에서 결정하지 않는다"


▲ 임재경 선관위원
ⓒ 월간중앙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노 대통령 선거법위반 결정과정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선관위가 의혹을 일축하고 나서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선관위는 이미 언급된 '이중공문' 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결정한 사실과 통보한 사실을 명확하게 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기존 방침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이는 무책임한 자세라는 지적이다.

선관위는 그러나 공문의 표현 차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관위가 해당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는 별도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게 선관위측 답변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관위의 공문이 결과적으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까지 이르게 한 하나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선관위 최고책임자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 "3월 1일은 사전설명을 위한 자리... 정식회의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유지담·선관위)는 19일 "'노 대통령 선거법 위반 아니다'고 의견을 모은 소위원회의 합의내용이 이틀 뒤 열린 본회의에서 뒤집혔다"며 선관위 행보에 의문을 제기한 임재경 선관위원의 증언에 대해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임좌순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임 위원의 문제제기는 사실인식 자체부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3월 1일 회의는 소위원회가 아닌 전체회의 안건을 사전에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고 ▲의견을 모을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전체회의에 보고할 내용도 없었고, 보고할 사안 자체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우선 선관위원 5명이 참석한 3월 1일 회의는 사안에 따라 별도로 위원이 정해져 있는 '소위원회'와 완전히 성격이 다른 차원의 자리였다는 게 선관위측 설명이다. 즉 전체회의 개최 전에 일일이 선관위원을 찾아다니며 심의 의안을 미리 설명했던 관례와 달리 연휴인데다 급박한 사안임을 감안, 직접 선관위원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한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전체회의를 위한 '사전간담회'로 열린 것에 대해 임 위원이 오해하지 않았느냐는 게 선관위측 생각이다. 임 총장은 "그 날은 '대통령 선거법 위반여부'라는 심의 의원을 놓고 질문이 오가는 와중에 참석 위원끼리 얘기를 나눈 정도"라고 전했다.

또 임 총장은 "의견을 모으는 자리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참석 의원들이 개인 생각을 피력한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 총장은 "시간과 여건이 되는 분들이 나와서 설명을 듣는 자리인 만큼 전체회의에 보고할 사안 자체가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 위원 "그럼, 왜 그렇게 긴박하게 휴일에 모이게 했나"

그러나 임 위원은 이에 대해 "선관위는 3월 1일 회의 내용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고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임 위원은 "나는 '소위원회'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월간중앙>이 취재하는 과정에서 선관위측이 '소위원회'라고 답변하니까 그렇게 나간 것으로 안다"며 "회의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9명 전체위원 중 5명이 참여해 의견을 모았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임 위원은 "5명의 상임위원이 3시간의 격론 끝에 '선거법 위반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유의해달라'고 의견을 모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하지만 이틀 뒤인 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초기부터 불법으로 몰고가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임 위원은 이어 "탄핵 움직임이 있던 상황에서 민주당이 2월 29일 선거법 위반으로 대통령을 선관위에 고발했던 배경을 잘 살펴야 했다. 정략적인 목적 없이 법위반이 명백하다면 검찰에 직접 고발할 것이지 왜 선관위에 먼저 고발했겠는가"라며 "이런 배경에 대한 고민 없이 선관위가 판사들처럼 자구 해석만 해서는 안됐다"고 말했다.

또 임 위원은 "나는 내 이름 석자를 내고 증언했다. 하지만 언론보도를 보면 선관위나 다른 위원들은 익명으로 입장을 표현하고 있는데 공개적으로 나왔으면 한다"며 "대통령 탄핵을 부른 이번 선관위 결정에 대한 의혹과 관련, 국민에게 사실대로 밝히고 사과할 게 있다면 떳떳하게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월 1일 회의에는 임재경을 비롯해 김동건, 김영신, 정용태 등 4명의 비상임위원과 정수부 상임위원이 참여했고, 임좌순 사무총장이 배석했다.

"이번 사안, 선관위 최고책임자가 책임져야"

한편 참여연대 협동처장인 장유식 변호사는 선관위의 두 공문은 "명백하게 다른 내용"이라며 양측 눈치를 본 전형적인 '이중플레이'라고 풀이했다. 장 처장은 "선관위가 대통령의 발언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언론브리핑까지 해놓고 서로 다른 표현을 쓴 공문을 보낸 것은 특히 대통령의 눈치를 본 것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처장은 또 "물론 브리핑 내용과 당사자에게 통지하는 자료가 꼭 일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대통령에게 보낼 형식은 그렇게 해놓고 언론브리핑에서 날을 세운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선거법 개정으로 선관위의 권한이 강화된 만큼 대통령 탄핵에까지 이르게 한 이번 사안에 대해 선관위 최고책임자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관위는 어떤 곳인가
합의제 헌법기관...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의결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월간중앙
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등 모두 9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이며, 위원의 임기는 6년이다.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며 대법관이 위원장으로 선출되는 게 관례였다.

현재 선관위는 유지담 위원장(대법원 대법관), 정수부 상임위원(전 법제처장), 전용태(법무법인 백두, 로고스 대표변호사), 김영신(경원대 신방과 교수), 김현무(한양대 법학과 교수), 임재경(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 김영철(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 김동건(서울고등법원장), 이근웅(사법연수원장) 등 9명의 선관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정수부, 전용태, 임재경 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했고, 유지담, 김동건, 이근웅 위원은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또 김영신, 김현무, 김영철 위원은 국회가 선출했다. 선관위에 상시 근무하는 위원은 유 위원장과 정 상임위원 두 명이고, 나머지 7명은 비상임이다.

김영신 위원은 조선일보와 연합뉴스 기자를 지냈으며 임재경 위원은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 출신으로 한겨레 논설주간,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임명되거나 선출된 사람은 임재경 위원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헌법 제114조에 의하여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으로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와 병립하는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이다.

선관위는 그 직무의 공정성을 위해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임기 및 신분을 헌법과 법률에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또 외부의 어떤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선관위의 최종 의사결정 기구는 단독결정이 아닌 합의제 형식의 전체회의이다. 전체회의에는 선관위원 9명이 모두 참여한다. 선관위원은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 또는 정치에의 관여를 금지,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1신 : 18일 밤 11시 10분]

"소위서 '대통령 선거법위반 아니다' 합의했으나
3일 뒤 열린 본회의서 보고-논의없이 뒤집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위원회는 3월 1일 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요지를 모았다. 그러나 이날 논의된 내용이나 잠정 결론은 이틀 뒤인 3일 열린 본회의에 일절 보고되지 않았고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 <월간중앙> 4월호 표지.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를 몰고 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전체회의 결정이 이보다 앞서 열린 소위원회 합의 내용을 뒤집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이미 제기된 '이중공문 논란' 외에 또 다른 의혹에 휩싸이게 됐다.

임재경 중앙선관위원은 최근 발매된 <월간중앙> 4월호 인터뷰에서 헌법기관 선관위의 이같은 의문스러운 행보에 의혹을 제기했다.

임 위원은 "소위원회는 노 대통령이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선거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으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신중을 기해달라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위원은 "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소위원회 합의 내용은 보고조차 되지 않았고, 전체회의 결정 내용 또한 소위원회와 전혀 달랐다"고 지적했다.

3월 3일 선관위 전체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중앙선관위 사무처에서 연락해 열린 1일 소위원회에는 전체 중앙선관위원 9명 중 5명이 참석했다. 임좌순 선관위 사무총장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소위원회에서 5명의 선관위원은 약 3시간 동안 격론을 벌여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임 위원은 전했다.

임 위원은 "비록 소위의 합의 내용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전체회의 때 보고되고 이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 관례임에도, 3일 회의에는 일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면서 "소위원회 합의내용이 전체회의에 보고가 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은 또 "이게 의도적으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선관위측은 이와 관련, "1일 소위원회가 열린 것은 사실이며, 소위의 토론 내용이나 합의사항이 전체회의에 보고되는 게 일반적인 관례인데 실제 보고됐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월간중앙>에 답했다.

한편 선관위는 전체회의 결정 내용을 청와대와 민주당에 통보하면서 각각 다른 내용의 공문을 보내 '이중문서 작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선관위는 청와대에 보낸 공문에는 '노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빼고 전달했고, 민주당에 보낸 공문에는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명시했다.

<월간중앙>은 "선관위는 왜 서로 다른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일까, 또 3월 1일 소위원회 결론을 왜 이틀 뒤 본회의 때 보고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뒤집힌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선관위는 이에 대한 국민적 의문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은 선관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거대 야당의 압박설을 거론했다. 임 위원은 "14일 모 방송 토론회에 나온 한 대학 교수가 민주당에서 '우리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선관위를 탄핵하겠다'며 선관위원장을 협박했다고 말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위원은 "실제 그런 협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그 전에도 선관위 탄핵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나왔다"며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압력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선관위가 그런 협박을 받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역사에 두고 두고 손가락질을 받는 수치가 될 것"이라고 임 위원은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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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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