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07 07:04최종 업데이트 24.05.07 07:04
  • 본문듣기
5월이 두렵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5일), 대체휴일(6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이자 부처님 오신 날(15일), 그리고 22일 부부의 날까지 이어진다. 이날들은 휴일이거나 가정과 관련된 날이기도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공통점은 '돈을 써야 하는 날'들이다. 휴일이어서 좋다기보다는 막상 걱정이 앞선다.

차를 타고 움직이기만 해도 오른 주유비가 걱정이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기만 해도 걱정이고, 가족과 함께 삼겹살로 외식을 하려고 해도 걱정이다. 매일 언론과 뉴스를 통해 접하는 숫자로 된 암울한 경제지표보다 실제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민생'은 5월을 두렵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22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3 세계 군비 지출 보고서(아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 1988년부터 매년 4월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를 면밀하게 살펴보면 우리 정부가 처한 국제정치적 상황이 전혀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현재 강조하고 있는 외교노선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없는 한 민생 경제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표 1] 지역별 세계 군비 지출 현황(1988 ~2023) * 1991년도는 소련의 붕괴로 인해 전체 군비 지출 데이터를 산출하지 못함. ⓒ SIPRI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도 전 세계 국가들이 국방비에만 지출한 돈이 2조 4430억 달러다. 한화로 무려 약 3331조 원이다. 이 수치는 2022년 대비 6.8%가 증가한 것으로, 200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먼저 '표 1'은 1988년부터 지역별로 세계 군비 지출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인 추세를 보면,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1999년 무렵까지 전 세계 국가들의 군비 감소 추세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러시아에서의 푸틴 등장, 그리고 무서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전면적인 등장으로 인해 약 2010년까지 군비 지출에 급격한 성장세가 나타난다.


이러한 성장세는 2008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시작으로 2010년 중반까지 이어진 유로존 위기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감소세는 201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지난 2022년부터 증가폭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결국, 지난 2023년도에는 전년 대비 6.8% 증가를 보이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군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3%를 기록했다.

'GDP 대비 군사비 지출 2%'는 상징적인 수치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군사동맹으로 불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GDP 대비 군사비 지출을 2%까지 늘리기로 약속했다. 2022년까지 이 약속을 지킨 회원국은 4개국에 불과했으나, 2023년 11개 회원국으로 약 3배 가까이 늘어났다.

6.8% 증가, 그 이유는?

그렇다면, 거시적인 맥락에서 2023년 전 세계 군비 지출이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중 경쟁을 상수로 가정하면, 2023년 이 같은 군비 지출 증가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약 2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이 전쟁은 두 국가에 엄청난 국방비 지출을 야기했다. 러시아의 경우, 2021년 약 659억 달러(약 89조 8600억 원)이던 국방비가 2023년 1090억 달러(약 148조 6300억 원)로 증가했다. 그러면서 2023년 러시아의 GDP 대비 군사비 지출은 4.1%에서 5.9%까지 증가했다.

우크라이나의 수치는 그야말로 국가 비상사태다. 2021년 약 59억 달러(약 8조 500억 원)로 전 세계 국방비 지출 순위에서 36위였던 우크라이나는 2022년 440억 달러(약 60조 원)로 급증하며 1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2023년에는 648억 달러(약 88조 3600억 원)까지 증가하며, GDP 대비 군사비 지출이 37%까지 치솟았다.

둘째,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따른 유럽 국가들의 안보불안이다.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유럽의 국가들은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을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인식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하자 불과 3개월이 지난 2022년 5월 동시에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이후 핀란드는 2023년 4월 나토의 31번째, 스웨덴은 2024년 3월 32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이는 각각 2차 세계대전 이후 약 75년 동안과 1814년 이후 약 200년가량 비동맹 중립국가를 표방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외교노선의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토 회원국 가운데 GDP 대비 군사비 지출을 2%까지 늘리기로 한 회원국이 2022년 4개국이었으나, 2023년에는 11개국으로 급증했다.
 

[그림 1] 2023년 국가별 GDP 대비 군비 지출 현황 ⓒ SIPRI

  
셋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시작된 중동위기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2023년에는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이란으로 번지며 중동지역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눈여겨볼 지표는 중동지역 국가들의 GDP 대비 군사비 지출이다.

'그림 1'은 총 군사비 지출이 아닌 국가별 GDP 대비 군사비 지출 상위 10개국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르면, 5개 국가(2위 레바논, 4위 사우디아라비아, 8위 오만, 9위 이스라엘, 10위 요르단)가 바로 중동지역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1년 556억 달러(약 75조 8200억 원)를 군사비로 지출했는데, 2023년에는 무려 758억 달러(약 103조 3600억 원)를 지출했다. 그러면서 2023년도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군사비를 많이 지출하는 나라가 되었으며, 이 또한 추정치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제로 더 많은 군사비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표 2] 세계 상위 15개 국가 군비 지출 비교(2021~2023) * 2020년도 한국의 경우: 10위 / 45.7 / 2.8 *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매년 발표하는 자료를 기반으로 연도별 재구성. ⓒ SIPRI

 
위의 내용이 전 세계적인 추세였다면,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표 2'는 SIPRI가 매년 발표하는 자료를 토대로 지난 2021-2023까지 세계 상위 15개 국가들의 군비 지출 현황을 재구성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도 479억 달러(약 65조 3200억 원)로 11번째로 군비를 많이 지출하는 국가다. 그러나 2022년에는 9위였고, 2020년과 2021년은 10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군비 지출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GDP 대비 비율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GDP 대비 비슷한 규모인 약 2.8%로 군비를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에는 GDP 대비 2.8%가 502억 달러(약 68조 4500억 원)인데 비해 2023년에는 GDP 대비 2.8%가 479억 달러(약 65조 3200억 원)로 하락했다. 이는 국가예산에서는 똑같은 비율로 군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 경제의 적신호가 군비 지출 감소를 야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지난 29일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GDP가 지난 2012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순위인 14위까지 추락했다. 이는 중남미 국가인 멕시코에도 추월당한 수치이며, IMF는 5년 뒤엔 한국이 인도네시아에도 추월당한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 한국의 GDP 순위는 처음으로 10위를 기록했지만, 2022년 13위에 이어 2023년도에는 14위까지 하락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2023년 군비로 GDP 대비 동일한 2.8%를 사용했지만, 실제 GDP가 하락하면서 군비 지출도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한국경제의 적신호는 2022년 취임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정부 외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즉, 우리 정부가 강조하는 것과 달리 실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군사적으로 중요한 국가는 일본, 인도, 한국, 호주다. 실제 '표 2'에서 이들 국가는 모두 상위 15개국 내에 포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미국을 제외하고 현재 GDP 대비 가장 높은 비율로 군비를 지출하고 있는 국가가 한국(2.8%)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실제 군사비 지출에서 인도, 일본에 비해 낮은 규모다. 호주가 현재 GDP 대비 1.9%를 군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만약 호주가 한국과 같이 군비를 GDP 대비 2.8% 정도 지출하게 된다면 한국과 비슷한 규모가 된다.

총체적 난국
 

지난 4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장성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대장으로 진급한 강호필 신임 합동참모본부 차장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민주주의, 외교, 경제, 민생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다. 국제사회는 외교와 민생이 실질적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즉, 외교를 잘하지 못하면 국내 경제가 망가지고, 국내 경제가 망가지면 민생이 파탄 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2년 12월 발간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책자는 보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2021년 기준으로 대외교역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85%를 차지하고, 경제성장에 대한 수출의 기여도가 높은 개방형 통상국가이기 때문이다." (5페이지)
 
윤석열 정부가 발간한 책자의 내용처럼,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개방형 통상국가'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가의 경제는 '외교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정부는 냉전적 사고에 기반한 진영외교에 빠져 실제 경제와 안보, 그리고 민생 모두 놓치고 있다. 그 이유를 동일한 책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자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비전을 제시하며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국제 규범을 지지하고 자유,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 질서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연대를 바탕으로 압제와 강요가 아닌 규칙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지역 질서를 능동적으로 촉진하고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8페이지)

위에서 말하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를 반대로 해석하면, 그렇지 않은 국가들을 향해서는 배타성을 가지겠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과의 무역관계다.

중국은 한국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무역파트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인식에서 중국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다. 이러한 인식 하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중국과의 외교관계는 물론 교역도 급변하기 시작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부터 중국과의 교역에서 3개월 적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여전히 중국과의 교역에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악순환의 고리는 민생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전쟁과 국제정치적 맥락은 물론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국방비 지출을 감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지속되는 경제악화 속에서 2023년도에 지출한 479억 달러(약 65조 3200억 원)를 2024년도에도 동일하게 지출한다면, 실질적으로는 군비를 증가한 셈이 된다. 결국 실질적인 경제성장이 없는 상태에서 GDP 대비 국방비의 증가는 다른 부분의 예산 감소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2의 R&D 예산 삭감과 같은 사태는 물론 민생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예산을 삭감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내적으로는 기름을 넣기도 무섭고, 마트를 가기도 무섭고, 외식을 하기도 무서운 고물가 시대다. 대외적으로는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치를 내걸고 냉전적 진영외교에 함몰되어 있다. 그 결과,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의 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고, 안보딜레마 속에서 군비를 줄일 수도 없는 형국이다.

탈냉전의 현실에서 냉전적 사고에 기반한 외교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없는 한 민생 경제도 긍정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결국 지난 2년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고 있다. 지난 2년의 실정(失政)에 대한 시정(是正)이 없이는 앞으로 3년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