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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엄문영 교수
 서울대 엄문영 교수
ⓒ 교육언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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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과 함께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지난해 9월부터 6개월이 넘는 연구 끝에 '초등교사 교권 침해 유형 및 해결방안 탐색'이라는 보고서를 낸 서울대 엄문영 교수(교육학)는 "교육이 삶의 장이 아닌 서비스를 주고받는 공간이 되었다"며 "교사는 내 아이를 위해 모든 요구를 이해해야 한다는 식의 인식 팽배가 교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교사 만능론'에 우려를 나타냈다.

25일 교육언론[창]과 서면인터뷰에서 엄 교수는 초등교사의 소진 현상에 대해 "교사는 서비스 제공자이고, 학부모는 소비 주체로 전제되는 상황이 그 원인"이라며 "개성이 강한 학생들이 강한 경제·사회적 힘으로 무장한 학부모의 지원을 등에 업고 교사와 학교를 크게 영향력 있는 과정과 개체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정 배경의 차이가 교육 성과 차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가정-교사-관리자-지역 간에 한 아이를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한 정보의 공유와 협력, 소통이 중요해졌다"며 교육을 위한 학교 안과 밖의 소통을 강조했다.

"아이의 학업, 정서 학교 홀로 바로잡기 힘든 사회"

이어 "학생의 사회성 등은 가정에서 이미 형성된 뒤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학교가 가정과 정보·교육을 공유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아이들의 학업, 정서 등을 홀로 바로잡기는 힘든 사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사들은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연수 등을 통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성장하도록 힘써야 하고, 정부도 이러한 부분에서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소진 현상 극복을 위한 교사 스스로의 노력도 강조했다.

또 교권 침해 해결을 위해 "정치권으로 교육계가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현장 교사나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의견을 항시 수렴해야 한다"며 교육의 정치세력화 확장을 강조했다. 다음은 엄 교수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교권 회복을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교사들. © 교육언론창
 교권 회복을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교사들. © 교육언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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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연구의 목적은?

"서이초 교사의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초등교사 교권 하락의 실태를 파악하고, 사건 당시 감정적인 대응보다, 더 객관적인 사실 확인과 원인 파악, 그리고 사태를 구조적·체계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초등교사의 교육활동 위축의 대부분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유발된다는 점에서 악성 민원 현상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 연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사회 전반적으로 학교가 무기력화되고, 학교 내에서도 교권의 침해가 있으면 교사의 사과로 얼른 종결하려는 관리자의 무사안일주의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이 인간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삶의 장이 되기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공간이 되었으며, 교사는 모든 것을 할 줄 알아야 하며, 내 아이의 모든 요구를 이행해야 한다는 식의 교사 만능론이 팽배하여 교사들은 학교에서 무력감과 공포 수준에 이르는 교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 초등교사 소진의 가장 큰 원인은?

"학부모들의 지나치고 개별적인, 그리고 비교육적인 요구가 아주 일부 학부모들에 의해서 행해지고 있지만, 이러한 소수의 민원이 교사의 소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개발에 치중하던 70~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교사에 대한 존중의 분위기가 강했으나, 경제 성장과 고학력시대가 되면서 중등에 비해 특히 초등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급격히 하락한 측면이 있다.

교사는 서비스 제공자이고, 학부모는 소비 주체로 전제되는 상황도 큰 원인이다. 학교라는 곳이 학생의 성장을 위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훈육의 기능과 함께 인지적 성장이 도모되는 것인데, 개성이 강한 학생들이 강한 경제·사회적 힘으로 무장한 학부모의 지원을 등에 업고, 교사와 학교를 크게 영향력 있는 과정과 개체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중등 비해 초등교사의 사회적 지위 급격히 하락"

- 교사가 학부모와 관계, 협력의 수준이 낮은 이유는?

"일단 학부모들이 일상에서 매우 바쁘다. 그래서 관계와 협력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부모와 초등교사 간 소통과 협력을 위해 관계성을 강화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암묵적 합의가 사회 전반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 교육 3법 등 일부 제도 개선의 미흡한 점은?

"선언적인 수준의 규정에 그치고 실질적인 교사의 교권 확보와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법 개정과 개정 후 교사들이 체감하는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한 명확한 대응 또는 가능한 법적 권한 등이 크게 다르지 않아, 현장에서 교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수단이 되기에는 모호하고 미흡하다."

- 협력적인 학교 내부 문화 형성은 무엇인지?

"예전보다 지금은 가정 배경의 차이가 교육 성과 차이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가정(학부모)-교사-학교 관리자-지역 간에 한 아이를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더더욱 예전보다 정보의 공유와 협력,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전에 학생들은 평균적인 수준이었고, 교사의 역할과 영향력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의 학교생활, 학업, 교우관계 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성 등은 가정에서 이미 형성된 뒤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가정(학부모)과 정보·교육을 공유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아이들의 학업, 정서 등을 홀로 바로잡기는 힘든 사회가 되었다."

"가정 배경의 차이가 교육 성과 차이에 큰 영향"

-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문화 회복은 어떻게 하나?

"이전보다 교사에 대한 존중이 학부모들로부터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교사의 권위와 존중이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를 가져왔는데, 이제는 학업적으로, 관계적으로 학생의 성과가 가정(학부모)의 역할에 좌우되고 있다, 이를 위한 부모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교사는 나의 아이만 관심을 가지고 도와줄 수는 없고, 학급 전체를 관리하면서 결국은 우리 아이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인간으로 형성하는 최대의 조력자라는 존중의 마인드가 살아나야 한다."

-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 증진 방안은?

"학부모의 합리적인 아이 교육에 대한 요구, 교사와 학부모의 공조적 관계 회복, 학교나 교사도 아이의 성장 정보를 수시로 제공해주는 노력, 교장 등 학교의 리더 등에 의한 적극적 학부모 참여 유도와 교육, 학교의 활동에 대한 공개와 나눔 등이 필요하다.

'out of sight, out of mind'의 원칙이 철저히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교사 입장에서도 학부모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학부모에게 가정에서의 학생 지도와 학교에서의 생활지도를 위해 도움을 구하고,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아직 학부모에게 따로 학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의 부정적이고, 한정적인 경우에만 해당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것이 해소되어야 한다."

'out of sight, out of mind' 원칙, 학교에도 적용

- 교육활동 지도권의 열린 규제에 대한 사례는?

"영국의 경우 2013년부터 교육부가 학교에서 학생 행동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타당한 물리력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학생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엄격하게 훈육하고, 행동에 대한 교칙을 명확히 수립하고 엄격히 처벌하는 데 있어 학교장의 권한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에서 특이점은 교권 보호 목적으로 학생 행동관리도 있지만, 교사의 정신건강이나 웰빙 도모를 목적으로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도 교권 침해에 대해 교사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명확하게 제시하여 교사의 권한 사용을 쉽게 하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 교사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천적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

- 초등교사들이 소진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교사 전문성에 대한 스스로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교직 진출 이후에도 연수 등을 통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성장하도록 힘써야 한다. 특히, 초등교사는 초등학생들과 소모적인 만남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대체하는 여가활동, 독서, 자기계발 등을 강화해야 하고, 정부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일과 삶 일상의 분리도 중요하다. 정신적 노동을 하는 직종이므로 정신 건강에 대한 점검과 유지, 개선을 위해서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교권보호 위해 교육계의 정치적 세력 확장돼야"

-교권 보호를 위해 교육당국과 국회에 바라는 점은?

"교사를 비롯한 교육계의 정치적 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는 노조가 강해져야 한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국회 등의 정치권으로 교육계가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현장 교사나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의견을 항시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에 따라, 총선이나 대선 즈음에만 교육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교육이 국가적 역량과 발전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대학 진학 후 학부모들이 급격히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관심을 줄이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은 자녀의 교육 동안에만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전 국민이 평생학습과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 공동체 정신 회복을 위해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사회적 영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태그:#교권보고서, #학부모 악성 민원, #서울대 엄문영 교수, #교육언론창윤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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