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최강야구>시즌3이 2024시즌 첫 경기부터 영화 같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지난 6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 최강 몬스터즈 대 장충고의 경기에서 1-0, 1-3, 6-3, 6-9, 9-9으로 역전과 재역전 그리고 동점을 반복한 끝에 몬스터즈는 9회 말 무사 만루에서 최수현의 끝내기 밀어내기에 힘입어 10대 9, 한점차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부는 2024년의 시작을 알리는 시합이면서 KBO MVP 출신 니퍼트의 등판, 고교 강호 장충고와의 재대결이라는 점에서 방영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번 시합에서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건 몬스터즈 최초의 외국인 투수 니퍼트의 호투였다.  

트라이아웃 당시 시속 140km을 상회하는 패스트볼을 뿌리며 단숨에 새로운 에이스 감으로 급부상했던 그는 모처럼의 실전 투구에선 이를 훌쩍뛰어 넘는 강속구로 동료 선수뿐만 아니라 상대팀 장충고 후배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전광판에 찍힌 니퍼트의 최고 구속은 무려 시속 148km. 올시즌 KBO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43km 정도임을 감안하면 니퍼트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그의 강속구 호투가 경기 막판 승부를 묘하게 뒤바꿔 놓을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장충고의 반격... 빅이닝으로 뒤집은 몬스터즈​
 
 지난 6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4회까지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투수 이대은이 5회 들어 이상조짐을 보였다. 무려 4개의 연속안타를 얻어맞으며서 급기야는 3실점, 역전을 허용한 것. 어깨 통증에서 어느 정도 회복한 장원삼이 아웃 카운트 3개를 잡고 급한 불을 끄자 몬스터즈 타자들의 반격이 이어졌다.  

​5회말 장중고 투수 손민서와 김아준의 제구력 난조를 틈타 4사사구 2안타를 묶어 대거 5득점에 성공, 경기는 다시 6대3 몬스터즈의 리드로 바뀌었다. 그리고 3점차의 넉넉한 우세를 앞세우고 마운드에 올라선 니퍼트는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빼어난 투구로 3이닝 1피란타로 틀어막으며 팀의 승리를 완벽하게 지키는 듯 싶었다.  

​최후에 웃은 프로 대선배들
 
 지난 6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그런데 9회 초 상상도 못했던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니퍼트의 호투에 줄곳 끌려갔던 장충고가 대반격에 성공한 것이다. 묘하게 빗맞은 타구는 그라운드 절묘한 위치에 떨어져 안타로 연결되었고 백전노장 이대호의 야수 선택, 정근우의 송구 실책 등이 겹치면서 몬스터즈는 무려 6실점을 허용하며 대역전패 일보직전까지 내몰리기에 이르렀다.

​일반적인 야구 경기에선 그대로 종료될 법 했지만 여기서 순순히 물러설 몬스터즈가 아니었다. 9회말 볼넷과 안타 2개를 묶어 만든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이날의 영웅, 정성훈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좌중간 가르는 싹쓸이 3루타로 단숨에 9대9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장충고의 고의사구에 의한 만루 작전이 시도되었지만 구원투수 김한울의 공이 타자 최수현의 발을 맞추면서 두 팀의 치열했던 승부는 몬스터즈의 10대9, 밀어내기 끝내기 승리로 마무리됐다.

​'야구 천재' 정성훈의 진가​
 
 지난 6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이번 장충고 전의 영웅은 누가 뭐라해도 3타점 동점 3루타를 친 3루수 정성훈이었다. 출정식부터 감기 몸살에 시달리는 등 좋지 못한 컨디션으로 어렵게 시합에 임했던 그는 결정적 순간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팀이 필요로 한순간, 호쾌한 장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까지 펼치면서 역전의 발판도 마련했다.  

자칫 1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정성훈은 과감히 3루로 파고 들면서 장충고 야수진에게 혼란을 가져왔다. 경험이 아직 부족했던 고교생 선수들은 뒤늦게 정성훈의 주루 플레이를 포착했지만 3루를 비워 놓는 바람에 그대로 추가 진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프로통산 2223경기 출장 (KBO 역대 3위) 2159안타 (역대 4위)의 기록이 말해주듯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 선수의 관록은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만났을 때 더욱 화려하게 빛났다. 1980년생, 만 4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몸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지만 왜 그가 몬스터즈의 주축 선수로 여전히 활약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정성훈을 잘 아는 야구팬들은 그에게 '야구 천재'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정석적인 타격과 수비와는 살짝 거리감이 있는 독특한 폼을 지닌 그는 현역 시절 화려하지 않아도 꾸준함을 무기 삼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다.   

소설과 드라마도 이날 경기 같은 내용으로 완성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정성훈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돌려 넣는 기적 같은 플레이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진짜 '야구 천재'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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