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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마을 장터에서는 일회용품 대신 그릇을 빌려주고 있다. 그릇을 씻어오면 그릇을 빌린 비용 1000원을 다시 환불해 준다.
 지난 27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마을 장터에서는 일회용품 대신 그릇을 빌려주고 있다. 그릇을 씻어오면 그릇을 빌린 비용 1000원을 다시 환불해 준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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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충남 홍성에서는 마을 축제나 행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여 보자는 주민들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홍성군 홍동 마을에서는 "마을 축제에서 일회용 쓰레기를 줄여 보겠다"며 '설거지 특공대'가 조직됐다. 당시 설거지 특공대의 활약으로 축제 후면 늘상 골칫거리가 되었던 쓰레기 발생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후 홍성의 크고 작은 축제에서는 개인 텀블러와 식기를 가져오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설거지도 귀찮다'며 뻥튀기를 그릇으로 활용해 음식을 나누어 먹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비록 작은 마을 축제이지만,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주민들이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홍성에서는 두 개의 마을 축제가 열렸다. 홍동면에서는 '봄 맞이 큰 장터'가 열렸다. 또 홍성읍 소세울 마을에서는 꽃무릇(상사화)를 심는 마을 행사가 진행됐다. 두 행사 모두 '쓰레기 없는 축제'로 열려 눈길을 끌었다.

홍동 장터에서는 주민들은 농장에서 직접 가꾼 모종 뿐아니라 간식거리, 막걸리, 책, 어린이 장난감, 면생리대 등 다양한 상품을 팔았다. 홍동 마을 화폐인 '잎'도 상품 거래에 사용됐다.

지음 홍동마을활력소 활동가는 "오늘은 모종이 장터의 주된 품목이다"리며 "하지만 장터를 통해서 마을 주민들이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을 하는 것도 오늘 장터가 갖는 중요한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27일 충남 홍동면 마을 장터. 지음 홍동마을 활력소 활동가가 그릇에 김밥을 나누어 주고 있다.
 27일 충남 홍동면 마을 장터. 지음 홍동마을 활력소 활동가가 그릇에 김밥을 나누어 주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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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없는 '축제의 원조'가 된 홍동 마을 장터(혹은 축제) 답게 이날 역시도 일회용품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 현장에서 지난 2017년 설거지 특공대를 조직해 마을에 '쓰레기 없는 축제 문화'를 이식한 신은미 예산홍성 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을 만났다.

신은미 운영위원은 "축제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가 오래 지속되면서 이제는 주민들의 호응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라며 "그릇을 직접 챙겨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 (축제)음식도 간소화하는 추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혹시라도 집에서 개인 식기를 가져오지 않은 경우, 현장에서 빌려 주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터나 축제 참가자들도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쓰레기 없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쓰레기가 아주 소량 나오고 있다"라며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도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 되고 있고, 또 쓰레기가 줄고 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쓰레기를 줄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용기내어 지구를 지키고, 용기(그릇)로 밥먹자"

이날 홍성읍 소세울 마을에서도 작은 마을 축제가 열렸다. 소세울(홍성읍 옥암리 소사동) 마을은 가을이면 피는 꽃무릇으로 알음알음 이름을 알리고 있다. 소세울 마을은 매년 가을이면 다랑이논에 핀 꽃무릇이 절경을 이룬다. 시민들은 마치 달래 혹은 마늘 뿌리와도 유사하게 생긴 꽃무릇을 심고 있었다.
 
지난 27일 충남 홍성읍 소세울 마을. 시민들이 꽃무릇을 심고 있다.
 지난 27일 충남 홍성읍 소세울 마을. 시민들이 꽃무릇을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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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홍성지속가능협의회 회장은 "2~3년전부터 소세울 마을 꽃무릇(상사화) 축제에 함께해 왔다. 가을이면 다랑이논에 핀 꽃무릇이 매우 아름다운 마을이다"라며 "오늘은 상사화 뿌리 3천 주 정도 심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 꽃을 심고 자연을 보호하자는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꽃무릇 심기' 축제에서도 일회용품은 사용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오늘 축제의 표어는 '용기 내서 지구를 지키고 용기(그릇)로 밥먹자'이다"라며 "작은 마을 축제에서부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부연했다.

김금녕 홍성지속협 사무국장도 "밥을 먹기 위해서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필요하고, 음식을 나누기 위해서는 용기(그릇)가 필요하다.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참가자들에게 개인 텀블러와 개인 식기를 직접 챙겨 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와 관련해서도 김 사무국장은 "상사화(꽃무릇)가 피었을 때 뿐아니라 꽃을 심는 것 자체도 축제로 즐기자는 의미이다"라며 "꽃을 심는 과정도 축제이고, 꽃이 피었을 때도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을과 공동체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지고 자연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충남 홍성읍 소세울 마을 꽃무릇 심기 축제현장. 시민들이 용기(그릇)로 밥을 덜어 먹고 있다.
 지난 27일 충남 홍성읍 소세울 마을 꽃무릇 심기 축제현장. 시민들이 용기(그릇)로 밥을 덜어 먹고 있다.
ⓒ 김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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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27일  홍성군 홍동면 마을 장터 현장.
 충남27일 홍성군 홍동면 마을 장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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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동마을축제, #쓰레기없는축제, #소세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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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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