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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통령 선거는 투표 연령이 만19세로 낮아진 이래 처음 치러지는 대선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19세 유권자들을 비롯한 젊은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청년 유권자들에게도 올해 대선은 놓치기 아까운 호기이다. 청년 유권자들이 직면한 발등의 불인 청년 실업문제, 해마다 반복되는 대학가의 천정부지 등록금 인상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선거의제화해 개선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지지후보의 당선을 위해 정당가입이나 당선운동도 불사하는 청년 유권자들이 세를 형성할 수도 있다. 선거의제 발굴과 제안, 지지운동까지 통합적으로는 '정치활동'으로 규정된다. 이런 정치활동들이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 대학 내 일부 규정 때문에 자칫 발목이 잡힌다면 어떨까?

대중정치의 시대지만 규정으로 따지자면 천안지역 종교사학에서 학생들의 정치활동 자유는 불허되고 있다.

종교사학 대부분, 학생 정치활동 금지

▲ 백석대는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학칙에서 금지하고 있다.
ⓒ 윤평호
현재 천안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4년제 대학교는 모두 10개교. 이 가운데 4개 학교를 제외한 호서대, 나사렛대, 선문대, 백석대, 남서울대, 성민대 등 6개 대학교는 종교 사학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기준 학생수가 2백명 미만인 성민대를 제외한 5개 종교사학의 학생 정치활동 규정을 살펴봤다.

조사결과 5개 종교사학 모두 학생 정치활동과 관련한 규정이 사회변화를 반영 못하고 있었다.

나사렛대 학생준칙 제21조는 "학생 또는 학생 단체는 정당 또는 정치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지 못하며, 일체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다른 종교 사학도 비슷한 수준이다. 남서울대 학생준칙 제8조는 "학생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그 단체를 위하여 활동할 수 없으며, 학내외를 막론하고 정치활동을 금하며"라고 명시돼 있다.

백석대는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아예 학칙에서 금지하고 있다. 백석대 학칙 제57조에 따르면 학생은 학교 내외를 막론하고 교육목적에 위배되는 정치적 활동을 하거나 단체에 가입할 수 없다.

선문대와 호서대는 별도의 정치활동 금지조항은 없지만 학생생활준칙에서 학생 징계의 대상과 종류에 정치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선문대 학생생활준칙 제28조 징계 대상에 따르면 학내에서 정치단체를 조직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단체와 관련된 행위를 한 학생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징계할 수 있다.

다른 징계 대상에 비해 정치활동 관련한 징계는 수위도 높다. 선문대 학생생활준칙은 교내에서 정치활동을 하거나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한 학생은 퇴학 또는 제적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호서대 학생준칙에서는 허가 없이 단체를 조직하거나 정치활동을 한 학생은 유기정학에 해당한다.

대학가 정치행보 현실화, 금지규정 하루빨리 없애야

대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종교사학들의 조항이 현실에서는 효력이 있을까? 반은 있고 반은 없다. 왜냐하면 금지조항이 현실과 동떨어진 사문화된 조항으로 제 역할을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상황에 따른 다른 적용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9일 고려대 서창 캠퍼스에서는 '청년연대 대전-충남지역 총학생회연합(청년연대)'발족식이 개최됐다. 청년연대측은 발족선언문에서 "지금의 학생 청년운동은 과거 시대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늪에 빠져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청년연대’라는 작은 집을 지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를 통해 봉사를 실천하고 급진적이고 맹목적인 현실이 아닌 합리적 혁신을 추구하며 자긍심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 땅의 국민들이 VIP로 대접받을수 있도록 당당한 대한민국을 창조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선언문으로만 파악하면 청년연대가 또 하나의 학생운동단체라고 여겨지지만 발족식 뒤 이어진 한 사람의 초청강연이 청년연대의 실체와 방향성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 이날 청년연대 발족식 뒤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초청강연이 이어졌다.

초청 강연에서 이 전 시장은 청년연대 발족에 남다른 관심과 의미를 부여했다. 이 전 시장은 강연에서 "청년연대가 21세기 세계 조류에 걸맞은 청년운동이 됐으면 한다"며 "지정학적으로도 충청권 대학들이 연대를 만들어 매우 의미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년연대 발족식에는 천안지역 종교사학 가운데 나사렛대, 남서울대, 백석대, 선문대, 호서대 등 5개 대학교 총학생회가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5개 대학교에는 모두 학생들의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청년연대 발족식장을 찾은 이 전 시장의 각별한 관심 때문일까. 청년연대에 소속된 대전지역 현직 총학생회장단 가운데 대다수가 지난 8일 한나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이명박 경선 후보지지 선언에 동참했다. 이 때문에 청년연대와 이 후보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특정 대선 후보와 관련 의혹이 불식되지 않는 학생들의 정치활동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정치활동과 관련해 대학측으로부터 자율성을 침해받기도 한다.

실제로 천안의 한 종교사학에 구성된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건준위는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위원회 홍보내용을 게시했다가 삭제당했다. 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정당가입을 불허하고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조항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김진희 민주노동당 충남학생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학생들의 교내외 정치활동과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조항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정치자유권에도 위배된다"며 "특히 종교사학들이 이를 선택적으로 적용, 민감한 시기 악용될 소지도 있는 만큼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학생의 정치활동과 정당가입을 금지한 규정과 관련 일부 대학은 개정 및 폐지 의사를 의사를 내비쳤다. 나사렛대 학생처 관계자는 "정치활동과 정당가입 금지 규정은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재학생들의 수업권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서울대 학생처 관계자도 "재학생들의 정당가입 및 정치활동 금지 규정을 연내에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적 나쁘면 총학생회장도 하지마라?
고등학교 학생규정보다 뒤떨어진 대학 학생준칙

최근 충남교육청은 달라진 인권의식에 맞춰 개정한 학교생활규정을 일선 학교에 보급했다. 이에 따라 학생회 임원 출마 조건도 대폭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규정은 학생회 임원 출마 조건에 현행 '성적우수자' 등의 조항을 삭제하고 '일정 수 이상의 학생 추천을 받은 자' 등으로 개정하도록 하고 있다.

성적 조항 삭제 배경으로 충남교육청 윤석은 장학사는 "리더십이 있는 아이들이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꼴찌든 일등이든 리더로 중요한 것은 비전과 능력"이라고 말했다.

초중고 학교생활규정에서는 학생회 임원 출마자격의 성적조항이 폐지되는 추세이지만 종교사학에서는 존속되고 있다.

나사렛대는 학생회 임원 자격으로 학업성적 평점평균 3.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남서울대 총학생회장 및 부회장은 전학년 성적의 평점 평균이 3.0 이상이야 출마자격을 갖는다. 호서대도 총-부학생회장은 4학기 이상 6학기 이내 등록을 필하고 평점 평균이 2.5/4.5 이상 이어야 한다.

이에대해 천안지역 한 종교사학 관계자는 "자격으로 요구하는 성적이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수업에 참석하고 과제를 제출한 학생들이라면 받을 수 있는 성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생활도 관리 못하는 학생들이 예산권이 주어지는 학생회 임원을 맡았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겠느냐"며 성적조항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구철회 충남지역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의 의견은 달랐다. 구 위원장은 "성적조항이 자유로운 출마를 제한하는 독소조항이 되고 있다"며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 있는 학생들이 학생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성적조항이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45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태그:#대학, #정치, #학칙, #백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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