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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기 활동 포스터
 10주기 활동 포스터
ⓒ 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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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언니 오빠들과 같은 나이가 되었고 이번 세월호 10주기가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아무것도 몰랐던 초등학생 때와는 많이 다르다. 그렇기에 우린 더 행동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서 친구들과 '세월호 10주기에 어떤 활동을 해볼까'하는 이야기를 나누다 자전거 라이딩이 나왔다. 우리는 제주에서 살고 있으니 단원고 언니 오빠들의 수학여행지였던 제주부터 그리운 집 안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자고 했다. 이름을 '4.16 청소년 자전거 순례단 -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지었다.

작년 9주기에는 '수학여행 -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이름으로 단원고 학생들이 제주로 안전하게 도착했다면 다녔을 코스를 제주 청소년들이 다녀오면서 수학여행을 마무리했는데 올해는 지난해의 연장선으로 수학여행을 마무리 짓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만든 것이다.
 
9주기 기억활동 '수학여행 <다녀오겠습니다>'
 9주기 기억활동 '수학여행 <다녀오겠습니다>'
ⓒ 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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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부터 16일까지 제주에서 배를 타고 출발해 목포, 광주, 정읍, 전주, 부여, 천안, 수원, 그리고 안산까지 7박 8일 동안 27명의 청소년과 순례단원들이 하루에 100km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를 타면서 세월호를 기억했다. 노란색으로 정성스레 칠을 한 헬멧과 노란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니 마치 노란 물결들이 출렁이는 것 같았고 마음이 뜨거워졌다.

자전거를 타며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많은 청소년들이 세월호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을 생각하면 차마 발에서 페달을 뗄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힘든 것은 일시적이지만 희생자분들과 특히 유가족분들은 10년 넘는 세월을 힘들게 버텨왔기에 우리는 힘들더라도 페달을 쉬지 않고 굴렸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청소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순례를 하는 중이다
 청소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순례를 하는 중이다
ⓒ 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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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어떠한 이야기들을 마음에 새겨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마치고 나니 순례하며 들었던 교훈들을 나의 마음속에 단단히 심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끝까지 투쟁하고 계신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고, 희생자분들을 기억하고 싶었으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더욱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순례를 떠났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으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되고 의미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순례를 끝까지 마쳤던 것 같다.

우리 순례단이 사람들에게 바랐던 것은 단 하나다. 차를 타다, 길을 걸어가다, 아니면 일상생활을 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순례단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단 10초 만이라도 세월호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역별 캠페인 사진 (수원역)
 지역별 캠페인 사진 (수원역)
ⓒ 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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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바람대로 많은 분들이 지켜봐 주셨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경적으로 응원을 해주거나, 더운 날엔 아이스크림을 사 오신 분도 계셨고, 걸어가는 시민들도 감사하다고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셨다. 우리가 정말 가치 있는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사람들도 마음속에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억의 힘은 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처럼 나도 세월호를 나의 자리에서 계속 기억 하며 다시는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쓸 것이다. 우리의 행진도 그러한 행동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제주에서 청소년들이 움직이고 행동한다는 것, 계속해서 잊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들, 나에게 세월호는 어쩌면 나의 삶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행동해야 하며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행동이 작은 발걸음이 되었길 희망하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행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한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안산으로 도착 후 단체사진
 안산으로 도착 후 단체사진
ⓒ 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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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10주기활동, #제주청소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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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입니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 직접 행동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려고 하고 내가 나로써 설 수 있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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